-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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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편지]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어제 아침 데크에 담배꽁초 4개가 가지런히 떨어져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2개가 떨어져있었는데 더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남의 집 데크에 이런 짓을 했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우리 집에 왔다간 사람도 없습니다. 집사람과 한참 생각한 끝에 범인으로 고양이를 지목했습니다. 집사람은 '그럴 리가 없다'고 했지만 저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읽은 어느 스님의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스님이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배 위에 죽은 쥐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스님의 장난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음에도 그런 일이 또 있었다고 합니다. 그 스님이 음식찌꺼기가 있으면 고양이가 먹을 수 있도록 그릇에 놓아두었는데(절에서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그 고양이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좋아하는 쥐를 잡아 스님의 배 위에 올려두었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아닌데 집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에게 음식찌꺼기가 있으면 빈 그릇에 놓아둡니다. 그릇을 들고가면 쫄쫄 따라옵니다. 그래서 감사의 표시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담배꽁초를 물어놓았는가 봅니다.
그 스님도 자신의 배 위에 죽은 쥐를 보고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저도 현관 앞에 있는 꽁초를 보고 놀랄 것 까지는 없지만 무례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꽁초가 4개가 버려져 있을 정도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무도 없는 우리집 앞에서 서성거렸겠습니까? 나중에야 고양이가 그랬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더 기특해 보입니다. 저가 만약 그 스님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사실을 몰랐겠지요.
이처럼 사람들은 선물을 할 때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자기 입장에서 고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집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내의 생일날 아들이 제때 선물을 하지 못하고 며칠 지나 선물을 했는데 그게 종전과는 다른 아이템이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팬티를 추천하였는데 아들은 휴대용 저주파 안마기를 사왔습니다. 아내는 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생일도 며칠이나 지났는데다가 포장도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없을 때 저에게 ‘그것 사은품이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속아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끝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 날 밤에 저가 아들에게 조용히 물어보았습니다. 아들은 깜짝 놀라며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아들은 ‘엄마가 요즘 너무 피곤한 것 같아서 교보문고 밑에서 4만원을 주고 샀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다음 날 오해는 풀렸고 아내가 사과의 뜻으로 저녁에 회를 샀습니다.
아들은 평소에 하던 대로 팬티를 샀으면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더 비싼 것을 사고도 오해를 받았습니다. 아내는 전기로 하는 안마기를 좋아하지 않고 선물은 제때 주어야 되며 반드시 포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왕 선물을 할 거라면 주는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때 해야하며 격식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몰라주거나 오해를 하면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사랑도 많이 주지만 상처도 많이 주는 것이 가족입니다. 가족간의 사랑은 유리그릇입니다. 잘 다루지 않으면 깨지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