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07년 12월 17일 11시 39분 등록

현재 남성 중심의 성문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들은 폭력에 대한 제어나 자기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여성폭력의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 한다. 그것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여성들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자신을 몸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스스로를 폭력 경험 이전의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는 여성의 몸과 마음의 분리라는 개인적 억압으로 연결된다. 개인적 억압에서의 몸과 마음의 분리는 폭력의 상처를 겪는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전략’이다.

이 무의식적인 분리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통로를 가로막게 되고, 그것은 일상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스트레스는 감정을 자극하는데, 몸은 그 자극을 줄이기 위해 긴장되고 굳어진다. 이렇게 몸이 굳어지고 긴장되면 자신의 몸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 부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도 어려워져 대인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분열과 스스로의 억압은 그들의 내면과 몸에 그대로 기억되고 남겨지게 된다. 몸에 체화된 기억과 정서들은 스스로 직면하여 만나주고 표현해 내지 않으면, 몸과 마음을 떠나지 못한 채 고착되어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춤(움직임)을 통한 작업은 이러한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명상과 동작 치료의 골격을 응용하여 만들었다. 여기서 명상은 자기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 의식(구체적으로 몸, 마음,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그 수행은 주의를 비분석적 방식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 분석 위주 상담 및 심리 치료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동작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춤(움직임) 작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진다.

춤이라는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발레나 재즈 혹은 다른 양식된 동작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춤추기를 부끄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춤(움직임) 작업에서 ‘춤(움직임)’은 위와 같은 이유와 전혀 무관하다. 춤이란 어느 한 개인의 미학적인 전유물이 아니며, 모든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춤(움직임)이란 우아하고 아름답고 호화스러울 필요가 없다. 기괴할 수도 추하고 어색하고, 웃기고, 바닥에 쓰러지고, 공격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갈등으로 가득 할 수도 있다. 혼자 할 수도 있고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나이가 얼마나 들었든 혹은 육체적 조건이 어떻든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누가나 가지고 있다. 언어가 나타나기 이전의 고대 사회부터 인간의 의사소통이 동작을 통해 이루어졌다. 타인의 동작을 모방하면서 서로 조화와 일치됨을 알게 되고, 공감이 형성되고 대화가 가능했었다. 마음의 눈으로 본 이미지를 옮길 수 있다면 작은 손가락 하나면 어떤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몸의 움직임은 변화의 수단이 되고 변화의 초점이 된다. 자신의 경험을 몸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며 이러한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이 여성들에게 전달되면서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여성들의 창작 활동은 ‘지금-여기’의 분노의 표현이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의 삶의 표현이 된다.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통찰을 선물한다. 또한 안전한 공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방어를 최소화 하면서 참여자의 몸을 여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여성의 삶의 경험에서 피해 경험만을 분리시켜 다루기보다는 그 내용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몸을 움직이고, 확장시켜 자신의 몸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춤(움직임)’은 삶의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총체적인 자기표현 방법이며, 생명의 본성적인 표현, 즉 자신의 모두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자신의 내면과 몸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부터 여성들은 자기 자신의 신체적 조건이나 심리적 현상을 그대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느낌, 생각, 행동 등 여러 가지 심리적인 현상 또한 자기의 것으로 인정하고 책임지는 연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연습들은 과거와 미래 속에서 바라보는 ‘지금’을 현실로 인정하고 이에 직면하는 힘을 주체적으로 찾아가게 된다. 즉 자기 자신을 경험 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확장은 타인과의 관계 또한 확장시켜나가는 경험이 될 것이다.


IP *.73.2.11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