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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0일 09시 02분 등록
정화 누나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비전이 분명하였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참으로 명확했지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고, 훗날 대안학교를 세우고 싶어 했습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꿈은 확고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그 꿈으로 가는 길이 조금 모호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구체성의 결여는 누나도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가 제가 조금이나마 누나를 도울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어떤 목표 지점이 생기면 그 지점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입니다. 내가 쓰는 미래소설이 정화 누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대안학교 보고서> 형식의 자료 모음집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대안학교 조사, 현재 대안학교의 수와 운영 현황,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의 인터뷰, 세계의 대안학교, 대안학교에 대한 칼럼 등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습니다. 팀원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자료는 A4 60매가 넘는 분량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누나에게 전하는 것은 최소한 누나에게 자료를 수집하느라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리고 미래소설은 아름다운 꿈을 가진 누나가 대안학교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는데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는 마음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최고의 모델은 아니겠지만 또 하나의 모델로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한 정화님의 미래 소설 시작합니다~ ^^

*

그림학교를 졸업한 혜성이의 말이 이어진다.
“일반학교 부적응아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있고, 특성화, 체험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안학교가 있고,
서울대, 연고대 생들을 배출하는 어떤 의미로는 엘리트에 가까운 학교도 있지요.
좋은 대안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자유가 타인에게 피해를 줬다면 그에 확실히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해 공부하고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3년을 대안학교에서 살아본 결과 인생 마지막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을 찾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그 순간에도 행복하려고 합니다.”

19살 혜성이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온 말들은 확고한 인생철학을 가진 것이었다. 혜성이는 그림학교를 졸업했다. 그림학교는 한정화 원장이 3년 전에 설립한 대안학교다. 그림학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학교, 그림처럼 멋진 비전을 꿈꾸는 이들의 학교라는 뜻이다. 한정화 원장이 그림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오늘이 그림학교의 제1회 졸업생이 배출되는 날이다.

그림학교는 3년 동안 소리 없이 작은 혁명들을 이뤄왔다. 오래 전부터 대안학교의 비전을 꿈꿔 온 한정화 원장은 2008년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한 원장은 대안학교 설립이라는 자신의 꿈을 꾸면서 대안학교 설립은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깨끗한 정신을 가지게 되면, 여러 사람들이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모여 들고 힘을 합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한정화 원장은 대안학교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했다. 한국의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세계의 대안학교까지 조사하면서 자신의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대안학교의 현실과 장단점 등을 고루 파악하며 구체화시켜 나갔다.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 교육과는 다른 학교들은 많았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보통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를 연상하지만, 이우학교 같은 경우는 부적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가치지향적 대안학교'이다. 간디, 한빛, 이우 학교 등이 그 대표적인 학교들이다.

2007년 기준으로 비인가를 포함하여 전국의 대안학교는 90여 곳이었다. 이들 중 30여 곳을 직접 방문하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꿈을 키워왔다.
한정화 원장이 방문한 여러 학교들 중에서도 이우학교 교사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45명의 이우학교의 교사들은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찍 자리를 뜰 수 없어서 오후 10시가 넘어야 퇴근하고 수시로 ‘수업연구회’를 열어 주로 학생들의 태도와 반응을 살핀다. 수업의 어떤 부분에서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는지, 또는 주의가 산만해졌는지 체크한다. 그 결과를 축적해 수업에 반영한다. 철저한 수요자 중심 교육이다. 한정화 원장은 이렇게 한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 한 가지 씩을 정리하며 미래의 ‘그림학교’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 시켰다.

세계의 대안학교에 대한 조사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서머힐, 일본의 기노쿠니 초등학교, 미국의 파인그로브 중학교와 메츠 하이스쿨, 뉴욕의 시티 애즈 스쿨 등에 관한 자료를 탐독하고 가까운 일본의 기노쿠니 학교를 방문했다. 기노쿠니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이라 불리는 체험학습이 교육의 중심을 잡아준다.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맞춰 1년간 연구 주제를 정하고, 같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주제에 맞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는 식이다. 초등학교 6년 다마타(12)와 중학교 2년 사카니시(14)는 차안에서 내내 독버섯 얘기만 했다. 둘은 교내 `독버섯 연구반` 멤버다. 한정화 원장은 11월 중순까지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채집한 독버섯이 충분치 않다고 걱정하는 이 두 아이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호리 신이치로 교장은 스스로 공부한 아이가 더 똑똑하다며 이런 말을 했다.
"자유롭게 배우는 아이들이 공부도 더 잘 합니다." 호리(사진) 교장은 주입식 교육보다 자율학습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학력향상이 "이미 검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공동체적 삶이 결국엔 학력과 성적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며 받은 인상도 강했다.

한정화 원장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읽고 직접 인터뷰를 하는 등의 비전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갖춰야 비전으로 이르는 길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길이 명확하게 힘차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원장 역시 대안학교에 관한 여러 책들을 탐독했다. 그에게 몇 권의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설명을 덧붙이며 몇 권의 책을 소개해 주었다.

도모에학원이라는 초등학교에서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저자가 겪은 아름다운 한 시절을 그리고 있는 [창가의 토토]는 지금의 대안학교 격인 한 초등학교에서 자연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스승과,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리는 탁월한 수업방식이 그려진 책이다. 한정화 원장은 이 책을 읽으며 비전 날개를 달고 대안학교에 대한 상상력을 맘껏 펼쳐 나갔다고 한다.

자신의 17년 교직 체험을 바탕으로 쓴 책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1974)는 '어린이를 가르친다'에서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저자의 교육철학을 절실히 깨닫게 된 고마운 책이었다.
미디어분야에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인정받는 '깨미동'(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 소속 교사들이 3년 간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만든 책 [희한한 수업]은 21세기 대안학교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21세기라는 새 시대를 열 새로운 아이들에 관한 책 『인디고 아이들』은 아이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큰 그림을 가지게 된 책이었다.
또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내는 독일의 슈타이너 학교는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이루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 주어 스스로를 완성시켜 나가는 인간상을 만들어 나가는 학교다. [슈타이너 학교의 참교육 이야기]는 독일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 현장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해별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대안교육과 대안학교]라는 책은 대안교육 전문지 『민들레』를 발간하는 <민들레>에서 발해한 대안교육과 대안학교에 대한 연구보고서다. 저자가 몇 년 동안 대안교육과 관련해 발표했던 글들을 정리한 것으로, 대안교육의 의미와 대안학교의 현실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한 책으로 대안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 기초와 나아갈 바를 충실하게 담고 있어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한정화 원장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되었다고 한다.

한정화 원장은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첫 번째 할 일은 그 꿈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라 했다. 꿈꾸는 이들에게 구체성을 안겨다 주는 것은 그 꿈에 대한 지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한정화 원장은 자신의 꿈에 대한 조사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것이다. 한정화 원장이 자신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곧 자신이 대안학교 전문가로 성장해 온 과정이기도 했다.

인터뷰의 마지막에 한 원장에게 행복해 보인다고 했더니 당연하지요, 라는 답변과 함께 에머슨의 말을 인용해 주었다.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보상, 즉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은 좋아하는 일을 가지는 것이며 그 안에서 일과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비전을 가진 청년들에게 전해 줄 한 마디를 부탁했더니, 이렇게 답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장 평범한 날 가장 특별한 인생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랬지요. 그러므로 새로운 하루가 밝아올 때마다 선물을 받는 것처럼 기대하고 음미해야 한답니다. 원대한 꿈을 가지세요. 그리고 그 꿈을 산산조각 내어 365조각으로 만들어 하루하루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만드세요. 그리고 행동하시면 꿈을 이뤄집니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

정화 누나~!
아름다운 비전, 멋지게 이뤄가시길 기도 드립니다.
IP *.135.205.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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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2.21 08:17:40 *.180.46.15
희석아 고맙다. 큰 선물 받았는데, 난 뭘로 보답해야 할지, ...

희석아 너를 아침에 깨어나게 하는 것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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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2007.12.22 12:31:18 *.34.23.53
과천에서 공동육아와 대안학교에 자식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이자
꿈벗 14기 김주영이라고 합니다.
몇 안되는 대안교육을 선호하는 사람을 만나뵙게 되어서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한정화님의 대안학교!!! 아이들과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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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2.23 17:17:25 *.72.153.195
김주영님, 안녕하세요?
지금은 마음만 앞서는데요, 응원해 주시니 더욱 힘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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