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08년 1월 5일 10시 08분 등록
참여정부 시작부터 정부혁신이라는 말이 강조되었고, 혁신에 대한 다양한 제도의 도입과 노력이 있었다. 참여정부는 혁신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혁신에 집중하였다. 혁신에 대한 강도가 여느 정부보다 높아 일선에 있는 단체까지 파급효과가 미치게 되었고, 워크샵, 회의 등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혁신이었다. 모 재벌 회장의 기업은 2류이고 정부는 3류라는 말로 혁신의 강도가 높아졌으며, 혁신 전도사로 임명된 각 장관들의 눈부신 활동이 이어졌다. 마치 혁신을 이루면 신세계를 찾는 다는 이상열풍으로 비쳐지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혁명 공익비니즈에서 보면 혁신에 성공한 공공부분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직 공무원으로서 가장 부러운 것은 아일랜드 투자청의 공무원들이었다. IDA직원들은 보면 공무원처럼 보이지 않고. 관료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적극적이고 고객 지향적이다. 마치 프로 비즈니스맨을 보는 것 같다.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혁신은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였다.

아일랜드 세무당국과의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IDA를 통해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IDA는 기업 편에서 아일랜드 내의 다른 정부 부처와의 갈등도 처리해준다.(204p)

최근에 비자 갱신문제로 애를 먹었는데, IDA직원이 해당기관에 공문을 보내줘 어렵지 않게 해결했다. (205p)

이런 요청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세무당국과 비자당국?어떠한 반응을 보歐? 내가 세무당국 공무원이라면 각종 규정의 범위 안에서는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규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자기의 책임상 난색을 표명할 것이다. 특히 담당자에서 처리가 되지 않는 일은 계속 상급자에게 까지 보고가 되어야 하고, 막상 그 일을 결정할 관리자는 한 번 처리해주는 선례가 남기 때문에 선뜻 판단을 주저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고위 공무원은 기업인을 초청해 골프행사를 여는가 하면, 정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면서 “비즈니스에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는다.(211p)

싱가포르 고위 공무원처럼 골프를 친다? 이것은 바로 옷을 벗어야 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몇 년 전 모 총리께서도 골프문제로 큰 낭패를 당했다. 역대 정부도 이 골프만큼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감히 공무원이 골프를 .. 하는 정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골프가 돈이 드는 운동이지만 내 주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거나 돈을 잘 버는 아내를 둔 사람도 제법 있댜. 그런 사람들은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골프를 치고 있다. 업무 권한이나 지위를 이용하여 골프를 치고 접대 골프를 받는다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혼자 즐기는 골프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은 공무원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극복해나가야 할 신뢰와 포용의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왜 우리는 참여정부 4년 내내 혁신과 뼈를 깎는 개혁을 하면서 아일랜드투자청처럼 공무원들이 국익을 우선하여 시원스럽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까? 선뜻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놈의 규정이 뭐 길래 매일 규정 타령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무원을 움직이는 것은 담당 공무원의 상식이 아니라 바로 규정이고, 규정을 어긋나서 일을 처리하게 되면 기관장 문책에 감사를 받아 징계까지 받게 되면 많은 불이익이 생긴다. 공무원이 특정한 상황에서 판단을 하게 될 때 과연 아일랜드 투자청 공무원처럼 국익을 우선으로 할까, 아니면 눈앞에 그려지는 감사관들의 호통과 기관장들의 야단맞을 생각을 하지 않을까? 또 외부적으로 그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사실을 알고 피켓을 들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왜 누구는 되고, 우리는 안 되냐고 따지기 십상이다. 만약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라도 난다면 기관장의 목이 달아날 판이다. 최악의 수순이 이 정도이니 웬만큼 기개가 있는 공무원이 아니라면 우리가 보아왔던 대로 일이 처리될 것이다.

이런 난관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주식회사 장성군의 혁신 이야기를 보면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나온다. 김흥식 전 장성군수의 말에서 앞으로 장기적으로 해야 할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저는 다리 하나, 길 하나 만드는 것보다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모든 일을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바뀌고 사람이 커야 할 일도 잘되고 커지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다.’ 이것이 저의 일관된 신념입니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입니다. 교육에 쏟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말 그대로 투자입니다. 어떤 사업보다 중요한 것이 교육이고 교육에 대한 투자야말로 가장 값진 투자라고 생각합니다.”(294p)

규정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스스로 나오기는 어려움이 많다. 중국의 칭다오 특구의 외자유치에 성공한 것도 바로 교육의 효과라고 본다. 관료주의 타성에 젖어있던 사회주의 국가의 공무원들을 ‘서비스 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은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아니다. 공무원들이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에서 1~3개월씩 교육받는 것이 큰 효과를 나타냈다. 직접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체득한 것이 공업원구 성장에 바탕이 되어 주고 있다고 한다.
IP *.99.242.60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8.01.05 11:04:45 *.46.151.24

영훈 아우!

잘 보고 많이 배웁니다.
어떻게 하면 바른 교육이 되는가로 고민합니다.
'사실과 함께 긍정적인 미래를 고려하는 교육... '

새 해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92 [칼럼033] 한 해의 끝에서 주위를 돌아보다. [8] 香山 신종윤 2008.01.03 2515
4691 Shall We Dance? [4] 소현 2008.01.03 2268
4690 (37) 은빛 파도의 기억 [2] 時田 김도윤 2008.01.03 2130
4689 [39] 새해 첫날 산행 [2] 교정 한정화 2008.01.03 2051
4688 [40] 그녀는 한 해 동안 어떻게 글쓰기를 하였나? [6] 써니 2008.01.04 2536
» [칼럼39]혁신에 대한 작은 변명 [1] 소전최영훈 2008.01.05 2345
4686 (39) 할 일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 [11] 박승오 2008.01.07 2990
4685 [40] 기원을 담은 그림 [3] 교정 한정화 2008.01.10 3074
4684 [41] 눈오는 날, 스승을 경매에 부치다 [7] 써니 2008.01.12 3178
4683 [칼럼40]어두운 기억의 저편 素田 최영훈 2008.01.14 2622
4682 정면으로 대담하게 걸어 들어가다 [2] 호정 2008.01.14 2222
4681 내 인생의 사인 소현 2008.01.14 2589
4680 (37) 날라리의 고민 [2] 香仁 이은남 2008.01.14 2264
4679 (38)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2] 香仁 이은남 2008.01.14 2396
4678 [42] 후유증, 문자, 한사발의 커피 [4] 써니 2008.01.16 2872
4677 [칼럼035] 어느 출근길 香山 신종윤 2008.01.17 2241
4676 [칼럼41]영혼이 있는 공무원 [2] 素田최영훈 2008.01.20 2350
4675 춤추는 영혼의 노래 素賢소현 2008.01.21 2424
4674 [42] 눈이 많이 온 날 [3] 교정 한정화 2008.01.21 2497
4673 (39) 부활을 꿈꾸는 여전사 [10] 香仁 이은남 2008.01.22 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