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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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 나와 내 친구 둘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때 당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있다가 누군가가 우리 친구인 동현이의 동생이 맞았다는 소식을 전해줬고, 그 가해자가 중학교 2학년인 후배 성철임도 알려주었다. 평소에 친동생같이 생각했던 동생이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분이 안 좋았지만, 우선 성철에게 그때의 상황과 사실여부를 물어보려고 했지만 연락처가 없어 후배를 통해 전화를 해서 우리가 있던 공원으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할 것이라곤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후 성철이가 오고 나와 친구들은 성철에게 그때 일을 확인했고, 이야기를 듣고 나선 부르기 전보다 훨씬 화가 났다.
그 이유는 내가 “너 왜 내 친구의 동생을 때렸어?” 라고 하자 “아니 제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려고 200원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안 주잖아요.” 했다. 다시 우리는 “그래서 얼마나 때렸어?” 라고 물었고 “뺨 몇 대 때리고 주먹으로 등을 몇 대 때렸어요.” 라고 했다. “그런데 너는 그게 때릴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라고 하니 “제가 ‘분노 조절 장애’가 있어서 그랬어요.” 라고 웃으면서 얘기를 했다. 우리는 절대 하면 안 됐지만, 친구 중 한 명이 “나도 ‘분노 조절 장애’가 있어” 라고 하면서 먼저 한 대 때렸다. ‘가해자’였던 성철을 ‘집단 폭행의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 후 우연히 공원에서 성철을 만났고 “지난주에는 미안했어.” 라고 사과했다. 조만간 밥을 사줄 테니 밥 먹자고 하면서 서로 장난치며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했다. 언제든지 밥 사준다고 연락하라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 돼는 줄로 알았지만, 다시 일주일 후 성철이가 우리를 신고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에 가슴이 내려앉았고, 또 급한 마음에 성철에게 전화를 해서 왜 신고를 했느냐 동네에서 만나면 감당되겠느냐 등 하며 위협이 될 만한 말을 하고 말았다.
먼저 학교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사실과 다르게 일을 부풀려서 진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때린 사실은 맞지만 그 정도로 때린 사실은 없다.’ 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성철과 그때 당시에 있지도 않았던 성철이의 친구 진술만 믿고 우리의 진술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폭력 대책자치위원회에서는 1호 서면사과와 2호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 5호 특별교육 5일이라는 조치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도 조사를 받게 되었다. 고압적인 경찰관의 질문에 3시간 넘게 화장실도 못 가고 물도 못 먹으며 똑같은 이야기를 경찰관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해야 했다. 그렇지만 혹여나 불이익이 될까봐 불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조사를 마쳤다.
그 후 검찰 명령으로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3일간의 교육을 받았다. 또 소년재판이 있기 전 서울남부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일주일간 상담조사를 받았다. 사건이 일어난 5월부터, 학폭위 조치로 5일간 특별교육, 검찰명령으로 3일간의 교육, 법원명령으로 받은 일주일간의 상담조사까지 약 1년간 3번 교육을 받았고 소년재판을 2번 참석했다. 소년재판의 판결은 1호 가정위탁과 3호 사회봉사 40시간이었다. 5일간 하루에 8시간씩, 그날 일을 후회하면서 사회봉사를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신고한 당시에는 성철이가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성철이가 신고해준 덕분에 나는 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글을 쓰며 다시 한 번 성철에게 사과하고 싶고, 나의 잘못을 뉘우치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문뜩문뜩 중학교 3학년 때에 성철이가 신고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더 큰 잘못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 라고 생각이 든다. 학교폭력 경험자로 지금도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생겨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피해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하루 빨리 신고를 해서 그 악몽에서 빠져 나왔으면 좋겠다. 가해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신고’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나중에 씻을 수 없는, 몇 배로 후회할 실수를 당장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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