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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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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1일 08시 45분 등록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 불편한 자유

제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게 된 건 순전히 남사친들 때문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책 좀 읽는다는 남사친들치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지 않은 사람은 없었고, 읽은 이들 대개는 조르바를 마치 자유의 상징인양 로망으로 삼고는 했습니다. 마치 문학계의 할리 데이비슨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고 조르바가 얼마나 자유로운 인물이기에 짐짓 지성인이라 자부하는 제 친구들이 그토록 빠져드는 건지요. 게다가 저 역시 한참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답답하던 차였기에 저 또한 친구들처럼 한껏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마치 이 책만 읽으면 가슴이 뻥!하고 뚫릴 것 같은 부푼 기대를 안고서 말입니다.

 

. . . 책장을 넘길수록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조르바라는 인물의 야생성 앞에 저는 아연실색 너무 놀라고 심지어는 불편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소위 말하는 책으로 모든걸 배우고 익히는 지성인의 대명사 같은 두목이 그리스에서 탄광 산업을 하며 야생성의 대명사 같은 조르바라는 인물을 만나 그 동안 자신이 어떤 세상에 갇혀 살았는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극중에서의 두목은 카잔차키스 자신을 대변하고, 탄광 사업 또한 실제로 그가 벌인 일이자 조르바 역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카잔차키스는 생전에 말하기를 자신이 가장 영향 받은 인물 네 사람으로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그리고 조르바라고 말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인류 지성사에 위대한 인물이라 일컬어지는 앞의 세 인물들과 조르바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으니 어찌 보면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라는 인물을 만나 자칫 책상에서만 머물던 그의 글들이 진정 사람들에게 가서 닿는 위대한 작품으로 깊은 도약을 이루는큰 계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로서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시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이론에 기반을 둔 지식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명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때론 그 공명이 너무 고요히 전해져서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조르바를 처음 만났을 때 전 그가 거북했습니다. 땀 뻘뻘 흘리며 육체 노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배가 고프면 우걱우걱 밥 먹고, 배가 부르면 신이 나서 산투르를 연주하거나 덩치 큰 몸으로 투박한 춤을 추는 사내.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지적이란 구석은 1도 없고 품격하고는 담 쌓은 이 사내는 제겐 자유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단순 무식의 상징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가 전개되면 될수록 드러나는 이 사내의 사람도 죽이고 이 여자, 저 여자 품고 돌아다닌 난봉꾼에 불과한 과거 이야기라니요! 물론 침략자에 대항한 그리스 반군에 가담한 어찌 보면 애국심 넘치는 일이긴 하였지만 그런 고매한 일조차 조르바에겐 고뇌 속 결정이라기보단 단순히 피가 끌어서 저지른 무용담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 작품이, 이 인물이 어째서 전 세계 문학 작품 속에서 가장 장쾌하고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건지 갑자기 제 주변 남사친들을 포함 남자들에 대한 케케묵은 감정이 다시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그래. 남자들이란 다 그런 존재지. 겉으로 아무리 지적인 척 해봐야 결국 속 마음은 이런 거였어. 남자들이 원하는 자유란 것이 결국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끌리는 데로 이 여자, 저 여자 품고 다니고 그러다 훌쩍 떠나서 또 이리저리 방랑하고. 마음은 딱 원시시대 사냥꾼인데 문명인인척하고 사느라 애쓴다. 애써

누군가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동물이란 말이 떠오르며 조르바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날것의 수컷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남자들의 로망이란 지성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건가 싶어 씁쓸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 . .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반 이후로 넘어가며 저도 모르게 내면 한 귀퉁이에서 조르바의 행동에 슬쩍 슬쩍 통쾌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두목이 동네 아름다운 과부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라 만남은커녕 고백 한번 못하는 장면 앞에서는 조르바와 한 마음이 되어 분통을 터트립니다. 그런가 하면 조르바가 두목에게 당신은 평생 머리로만 생각하며 정작 현실에선 아무 행동도 못 할거라는 말은 마치 제게 하는 말처럼 심장에 뭔가 쿡! 하고 박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처음으로 자유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 사실 참 많이 들어왔고 저 역시 당연히 갈망한다고 생각했던 말이긴 한데 막상 제 스스로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주어진 데로 사는 삶에서 벗어나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변화경영연구소 (이하 변경연) 연구원이 되어 인생전환의 초입에 막 들어선 저에게 자유라는 단어는 너무 거대했습니다. 그보단 그 때까지 제가 갈망했던 것은 답답한 현실에서의 탈출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원했던 건 감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었지 감옥 밖의 세상은 어떤 곳이고, 그 곳에선 어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은 한번도 한적이 없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조르바 같은 삶인가??’

그럴리가! 그건 그냥 막 사는 거잖아. 절대 그건 아니지. 절대로

그럼 현실이 답답하다 난리를 치면서 네가 원하는 건 뭔데?’

‘……………..’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갈망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에리히 프롬의 말을 그 때의 저는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저 또한 수많은 사람들처럼 막연히 자유를 동경하였으나, 정작 제가 원한 건 실체 있는 자유가 아닌 현실에서 벗어남 혹은 현실탈출이었음을 구분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그리하여 카잔차키스가 펼쳐 보이는 그 어떤 경계에도 걸리지 않는 극단의 자유로운 영혼, 원초적인 생명력을 품고 있는 조르바를 만나 처음엔 놀라고, 심지어 불편하기까지 하다 슬며시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리 살면 편하긴 하겠네. 뭐 당최 고민할 것도 없고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래도 너무 막 사는 거 아니야. 무엇보다 나이 들어 고생은 어쩌고.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지. , 말 안 되는 인생이지

 

제 안에는 지성인인척하고 싶어하는 두목이 아주 큰 존재였고, 조르바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감히 그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니 미비한 존재였습니다. 문제는 책을 다 읽은 뒤였습니다. 그 때쯤에는 책 속의 지성인의 대변자 두목과 현실의 수많은 두목인 제 남사친들이 왜 조르바에게 심취하고 동경하는지 이제 머리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건 절대적으로 남성친화적 작품이란 생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점잖은 책을 집어 들었는데 자꾸 조르바 생각이 나면서 더는 지성의 향연에 가슴이 뛰질 않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카잔차키스의 생명력 넘치는 다른 작품들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 때까지도 전 제가 이미 자유란 미로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한번 빠지면 예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자유의 미로말입니다.

 

여러분 그래서 제가 다음 책으로 카잔차키스의 어떤 작품을 읽었을까요..? 여러분들은 혹시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보셨는지요.? 읽으셨다면 어떤 생각들을 하셨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는 카잔차키스의 또 한 권의 책과 함께 찾아 뵙겠습니다.

 

더불어, 여러분들 혹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을 아시거나 보셨을까요..? 전 우연히 알게 되어 1편을 봤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신선하고 놀라웠습니다. 하나는 이런 프로그램이 KBS 국영방송에서 한다는 것이 놀라웠고, 또 하나는 도올이란 철학자와 유 아인 이란 배우가 만나 지식 콘텐츠를 프로그램화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바야흐로 저희 나라도 진정한 지식산업의 시대화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더 많이 묻고 답하며 지식산업시대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지식 산업의 근원은 결국 바로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쌓아가는 길일 것이기에 말입니다. 그럼 편안한 주말 되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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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페이스북] 변화경영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

새롭게 단장한 변화경영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알립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김인건(필명 김사장, 6기 연구원) 연구소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변화경영연구소 마음편지 알리기, 연구소 새로운 소식 알리는 것 외에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1) 책 읽기 습관팟캐스트에서 매일 이어지고 있는 책낭독 방송을 링크로 연결합니다

2) 카드뉴스: 변경연 책 외에도 자기개발과 동기부여 내용을 카드 뉴스로 소개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변화경영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팔로우하기, 좋아요 눌러주기, 댓글달기 등등 부탁드립니다. 정말 큰 힘이 됩니다~ ^^:

https://www.facebook.com/bhgootransformation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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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벗 13기 정양수님의 디톡스프로그램 소개합니다. 정양수님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더원케이의원장, 더비움 주치의입니다. 단식하러 지리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 몸 안의 독소를 빼고건강한 몸과 새로운 마음으로 꿈도 챙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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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2 03:34:43 *.72.1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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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37:27 *.8.233.43

감사합니다!


저도 바쁜 일 쪼그만 처리하고 나면

올해는 꼭! 활발한 SNS 활동에 동참하여 힘을 보태겠습니다!


연대님덕분에 저까지 홧팅이 막 생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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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2:28:06 *.33.165.81

올해는 연구원 각자가 자신의 sns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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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06:53:07 *.8.233.43

여전히 SNS 세계에 발들이기를 주저하는 저에게는 말씀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잘 이끌어주세요. 열씸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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