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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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한창인 어느 날 대동강 물을 막아 파는 신판 봉이 김선달 같은 아직 앳됨(?)직한 사내와 한 오십이 낼 모래로 다가선 초로의 여자가 길 한 복판에서 팔을 걷어 부처 가며 실랑이를 벌이고 섰다.
사내는 그곳의 물이 세상에서 아무데서나 먹거나 구할 수 없는 진귀한 물이며 그 물의 성분을 자신만이 알고 있음을 애써 피력한다. 마치 그 물의 성분이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전적으로 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신비하고 오묘함에 연신 핏대를 올리기에 바쁘기 그지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물을 찾기에 조선 팔도를 발이 닳도록 다 누비고 돌아다녔다나 뭐라나.
제 아무리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눈에 눈알맹이를 달지 않고 돌맹이가 틀어박혔을까.
꼬부라진 할망 하나가 입이 비뚤어진 할아방의 세발자전거에 치일 랑 말랑하며 길바닥에 덜퍼덕 주저앉았길 레, 그녀가 얼른 그 물을 한바가지 퍼마시게 하려다가 그의 허락 없이 물을 퍼가는 크나큰 염장을 지른 죄의 명목으로 즉심에 회부되어 벼락같은 노여움을 사고 만다. 비록 자신의 물을 직접 퍼먹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물에 자신의 허가도 받지 아니하고 바가지를 들이대는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며, 자신이 보기에는 세발자전거에 치였다하여 죽을 일도 아픈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물을 퍼가는 것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는 허무맹랑하고 아니꼬우며 발칙한 논리를 제멋대로 펴면서 말이다.
더군다나 논지인 즉은 연출된 자신의 의도와 기획에 참을성 없이 나서며 재를 뿌리고 앉아서는, 자신만이 특별하게 찾아낸 물을 세금도 내지 않고 축낸다하여 그녀의 행실과 그 나이 먹음이 헛되었음을 게거품을 물고 악을 쓰며 꾸짖더라.
이 광경을 지켜보거나 지나가는 주변의 사람들이 이편도 저편도 들지 아니하고 싸움구경만 멀둥이 하는 동안 사내는 더욱 의기양양해 져서 이참에 자신의 주체성 확립에 쇄기라도 단단히 박듯이 이리저리 날고 긴다. 내심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음이 심통이 나지나 않았을 런지 모르겠다.
한편 낫살도 한참 어린 젊은 놈에게 오지게 욕을 실컷 처먹게 되어 앙심을 품은 초로의 그녀가 악다구니가 바쳐 새파랗게 젊은 놈의 처사에 부들부들 떨며 이 대동강물이 네 물이더냐고 따져 물으며 온갖 미사일과 핵폭탄을 끌어 모아 내장한 채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전시체제에 돌입할 태세를 취하더라.
심한 모욕감에 흠뻑 젖어 며칠 푹 썩고 찌들은 그녀가 목간통을 찾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간만에 거울을 쳐다보노라니, 오늘 따라 염병할 흰 머리카락은 어디서 죄다 뛰쳐나왔는지 모두 들떠서리 생지랄 발광을 떨고 널브러져 있지 않은가. 이것들이야 말로 남의 심정도 모르고 곤두서서는 어느 놈은 하얀 속에서도 빛이 나고 굵게 반짝이며 아예 굳건히 터를 잡고 있지 아니한가. 허허.
오는 백발아, 내 너를 어이하여 무엇으로 막을 소냐. 그러나 야속타 세월아.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내 인생 차마 즐기지도 못하였거늘, 어이해 그리 잰걸음으로 재촉하여 사정없이 덤벼드는 게냐. 하다못해 흰 머리카락 너만이라도 사람 봐가면서 없는 사람과 부족한 인간들에게는 다소 더디 와야 할 게 아니더냐. 이렇게 속절없이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무찔러 쳐들어오며 이놈 저놈 한꺼번에 모조리 살판났다고 일시에 덤벼들면, 나같이 볼품없고 힘없는 중늙은이는 콱 돼져버리고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 뭐이냐. 쯔쯧.
그녀는 안다. 길게 하는 싸움엔 피차간에 득이 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렇게 한가하지 않음이 그 첫째요, 더군다나 그 대단하고 막강한 법으로 따진다면야 얄궂은 메모장 그까이 것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음에야.
배다른 어미들을 따로 두고 저마다 제각각 달리 나고 장성 하였음에도 성이 다른 자식들이 한 집안에 제 발로 모여 한 가르침을 얻고 따르고자 하는 것은, 그 선배나 후배가 항시 잘나서만도 아니요 혁혁한 본때를 보여서만은 더욱 아니라 할 것이며, 비록 못나거나 그 모자람을 애써 이해해서라기보다 그 각각을 존중하는 예禮에 어긋나지 않음이 더 먼저라 할 것이니, 그것이 아니고서야 우리가 한솥밥을 먹으며 의義를 나누는 형제의 배움을 얻는 자들이라 할 것인가.
하여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신판 전설 따라 삼천리 봉이 김선달 편에 흘려보냄이라. 하고는 중늙은이 서방도 없는 살찬 여편네가 비 맞은 중처럼 야심한 밤 홀로 씨부리고 자빠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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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그곳의 물이 세상에서 아무데서나 먹거나 구할 수 없는 진귀한 물이며 그 물의 성분을 자신만이 알고 있음을 애써 피력한다. 마치 그 물의 성분이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전적으로 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신비하고 오묘함에 연신 핏대를 올리기에 바쁘기 그지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물을 찾기에 조선 팔도를 발이 닳도록 다 누비고 돌아다녔다나 뭐라나.
제 아무리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눈에 눈알맹이를 달지 않고 돌맹이가 틀어박혔을까.
꼬부라진 할망 하나가 입이 비뚤어진 할아방의 세발자전거에 치일 랑 말랑하며 길바닥에 덜퍼덕 주저앉았길 레, 그녀가 얼른 그 물을 한바가지 퍼마시게 하려다가 그의 허락 없이 물을 퍼가는 크나큰 염장을 지른 죄의 명목으로 즉심에 회부되어 벼락같은 노여움을 사고 만다. 비록 자신의 물을 직접 퍼먹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물에 자신의 허가도 받지 아니하고 바가지를 들이대는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며, 자신이 보기에는 세발자전거에 치였다하여 죽을 일도 아픈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물을 퍼가는 것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는 허무맹랑하고 아니꼬우며 발칙한 논리를 제멋대로 펴면서 말이다.
더군다나 논지인 즉은 연출된 자신의 의도와 기획에 참을성 없이 나서며 재를 뿌리고 앉아서는, 자신만이 특별하게 찾아낸 물을 세금도 내지 않고 축낸다하여 그녀의 행실과 그 나이 먹음이 헛되었음을 게거품을 물고 악을 쓰며 꾸짖더라.
이 광경을 지켜보거나 지나가는 주변의 사람들이 이편도 저편도 들지 아니하고 싸움구경만 멀둥이 하는 동안 사내는 더욱 의기양양해 져서 이참에 자신의 주체성 확립에 쇄기라도 단단히 박듯이 이리저리 날고 긴다. 내심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음이 심통이 나지나 않았을 런지 모르겠다.
한편 낫살도 한참 어린 젊은 놈에게 오지게 욕을 실컷 처먹게 되어 앙심을 품은 초로의 그녀가 악다구니가 바쳐 새파랗게 젊은 놈의 처사에 부들부들 떨며 이 대동강물이 네 물이더냐고 따져 물으며 온갖 미사일과 핵폭탄을 끌어 모아 내장한 채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전시체제에 돌입할 태세를 취하더라.
심한 모욕감에 흠뻑 젖어 며칠 푹 썩고 찌들은 그녀가 목간통을 찾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간만에 거울을 쳐다보노라니, 오늘 따라 염병할 흰 머리카락은 어디서 죄다 뛰쳐나왔는지 모두 들떠서리 생지랄 발광을 떨고 널브러져 있지 않은가. 이것들이야 말로 남의 심정도 모르고 곤두서서는 어느 놈은 하얀 속에서도 빛이 나고 굵게 반짝이며 아예 굳건히 터를 잡고 있지 아니한가. 허허.
오는 백발아, 내 너를 어이하여 무엇으로 막을 소냐. 그러나 야속타 세월아.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내 인생 차마 즐기지도 못하였거늘, 어이해 그리 잰걸음으로 재촉하여 사정없이 덤벼드는 게냐. 하다못해 흰 머리카락 너만이라도 사람 봐가면서 없는 사람과 부족한 인간들에게는 다소 더디 와야 할 게 아니더냐. 이렇게 속절없이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무찔러 쳐들어오며 이놈 저놈 한꺼번에 모조리 살판났다고 일시에 덤벼들면, 나같이 볼품없고 힘없는 중늙은이는 콱 돼져버리고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 뭐이냐. 쯔쯧.
그녀는 안다. 길게 하는 싸움엔 피차간에 득이 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렇게 한가하지 않음이 그 첫째요, 더군다나 그 대단하고 막강한 법으로 따진다면야 얄궂은 메모장 그까이 것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음에야.
배다른 어미들을 따로 두고 저마다 제각각 달리 나고 장성 하였음에도 성이 다른 자식들이 한 집안에 제 발로 모여 한 가르침을 얻고 따르고자 하는 것은, 그 선배나 후배가 항시 잘나서만도 아니요 혁혁한 본때를 보여서만은 더욱 아니라 할 것이며, 비록 못나거나 그 모자람을 애써 이해해서라기보다 그 각각을 존중하는 예禮에 어긋나지 않음이 더 먼저라 할 것이니, 그것이 아니고서야 우리가 한솥밥을 먹으며 의義를 나누는 형제의 배움을 얻는 자들이라 할 것인가.
하여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신판 전설 따라 삼천리 봉이 김선달 편에 흘려보냄이라. 하고는 중늙은이 서방도 없는 살찬 여편네가 비 맞은 중처럼 야심한 밤 홀로 씨부리고 자빠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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