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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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로 이사가기 1주일 전이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분주할까요?
그럼에도 12기 수업을 위해 A4 용지 4장으로 빽빽이 강의안을 써 오신 한명석 선생님께 감사드림과 더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꼬박 서서 하나하나 글쓰기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강의와 질문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한명석 선생님의 수업은 우리끼리만 듣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웃을 때 반달처럼 변하는 눈과 정확한 발음으로 부드럽게 말하는 목소리는 이제까지 한명석 선생님의 보드라운 마음으로 살아온 인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갖지 못한 모든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도 글쓰기로 인해 생긴 장점인가요? 원래 타고난 것인가요?
적절한 시간대에 질문하고 듣는 자세 역시 수업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본인은 성공한 작가들의 저 말석에 앉아있는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충분히 성공한 작가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0살에 공부 시작해서 3년 만에 책을 내서 늦게 시작한 것이라고 했지만 65세에 시작하는 사람도 있으니 아주 빨리 시작한 겁니다.
또 책도 많이 읽어 척척 예화 드시고, 알고 있는 것 다 가르쳐주겠다는 조용함 가운데의 열정이 느껴져서 정말 배운 대로 책 쓰기를 해야겠다는 불도 질러주셨어요.
글쓰기의 꽃은 책 쓰기라고 하셨는데 작가님답게 우리 세 사람의 목차를 보시고 예리하게 장단점을 다 짚어주셨어요.
이렇게 책을 내기도 어렵지만 출판 후에도 보통이 아니겠어요. 처음 알게 된 이기주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말이예요.
무엇보다 ‘시골잔치’ 이야기는 정말 마음에 콕 박힙니다.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책들 읽도록 노력할 것이고요, 배운 바에 의하면 이 A4용지 수업지 네 장으로도 충분히 선생님 책 한 권 또 내셔도 될 것 같아요.
‘발굴과 발견의 재미에 맛들이면 글쓰기에 포획된 것이다’
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니 내 자신에 대한 발굴과 발견을 하게 되어 부끄러운 마음이 또 듭니다만 오늘 드디어 글쓰기의 목적을 알고
배움을 활용해 보았어요.
제 친구 중에 한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조울증이지요.
벌써 수십 년 된 병인데 이게 뇌의 병인지 마음의 병인지 아무도 몰라요.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데 사람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어요. 그러다보니 더 우울해진 것이지요.
컴퓨터도 안하고, 핸드폰도 없어요. 이유는 할 데가 없다는 거예요.
몇 년 전만 해도 편지를 써서 내게 보내곤 했는데 이제는 밖에도 못나간다는 거예요.
그렇게 예뻐서 미팅에 나가면 온 남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지요.
총명하고 요리도 잘하고 별 것 아닌 것 같고도 집을 그렇게 예쁘게 관리하던 친구였는데 그렇게 된 거예요.
얼마나 명랑한지 남을 웃기는 나를 웃겼던 거의 유일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과거에 매여 지내요. 아직도. 온통 불만투성이지요.
처음에는 직업병이 발동하여 ‘심한 말을 하겠다’ 허락받고 ‘아직도 네 옆에 붙어있는 남편에게 매일 감사하다는 말만 해도 너는 나을 것이다’ 했지요. 내가 매번 달래면 그녀는 징징대다 우는 소리에 진력이 난 것이지요. 그런데 실제 수십 년간 그런 아내 옆에 꿋꿋이 있는 남편이 대단하지 않아요? 그런 다음 그녀에게 글쓰기를 권했어요. 그녀가 편지를 아주 잘 쓴다는 생각이 떠오른 거예요.
매일 마음의 소리를 써라, 네 얘기는 책이 될 수 있다, 했더니 오늘 전화한 것 만해도 하나님께서 너를 내게 보내주신 것이다 합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럽니다. 우울증을 앓고 글쓰다 극복해 낸 이야기를 써라 하면서 나는 계속 책 쓰기에 대해 그녀에게 열변을 토했지요. 조용조용한 말투로요. 한 선생님 조용조용한 말투를 생각하면서요.
매일 글을 써놓아라, 너는 글도 잘 쓰지 않니? 언젠가 책이 되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편지를 써서 내게 부쳐라, 우체국까지 갈 힘이 생길 때 까지 써라 내가 봄에 벚꽃 필 때 네게로 가마...이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책 쓰기가 그녀에게는 치유와 내게는 노력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듭니다.
어쩌면 그녀의 책이 더 먼저 나올 수도 있겠어요.
성질만 급한 나는 또 상상부터 합니다. 그녀의 책이 일본에서 출간되는 꿈을요.
오늘의 주인공 한명석 선생님과 변경연 모든 자문위원님들과 박미옥팀장님, 승훈님, 경종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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