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素田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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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구원을 졸업하는 나에게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첫 책’이다. 지난 일요일, 집 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수첩을 발견하였다. 펼쳐 보니 ‘40대 나만의 책 쓰기’ 라는 꿈이 적혀져 있었다. 아! 그때 그랬었지, 백범 자서전을 보다가 나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우연히 발견한 꿈의 발견과 지금 책을 쓰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먼 거리가 운명처럼 엮어 있었다. 책을 쓴다는 것이 인생의 변곡점이 된다는 것. 그리고 내 인생의 구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뛰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실제로 시작되던 지난 1월 5일, 연구원 수업을 앞에 두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책의 제목과 쓰는 이유 목차를 작성하여 발표하던 수업이었는데, 막상 발표를 앞에 두고 쓸 생각을 하니 막막하였다. 이로부터 강박관념이 슬슬 자리를 잡기 시작을 하였고, 점점 우울 모드로 변해갔다. 강박관념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그 이유를 좀더 알아보았다. 가장 크게 내리 누르는 것은 공무원의 신분이었다. 지금도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악당이 되어버린 시점에 얄팍한 변명을 남발하는 것이 아닌가? 또 내가 공무원으로서 모범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글도 써지지 않았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생각이었다. 아직 한 줄도 쓰지 않았음에도 이런 지경이었다. 공무원으로서의 비난의 목소리를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것 보다는 조금 현실적이었다. 내가 파견 근무하는 조직이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폐지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울컥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해서 근무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조직의 폐지는 자체의 비효율성과 일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일종의 평가로 받아들였다. 없어지는 조직에 근무했던 공무원이 책은 무슨 책이야. 또 역시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과연 얼마나 공무원들을 잘 알 수 있나 하는 이유였다. 나는 행정고시를 합격한 관료도 아니고, 처음부터 직업공무원이 되겠다고 악착같이 시험을 본 사람도 아니다. 세무대학을 나와서 졸업 후에 특별채용으로 들어왔고, 어정쩡 살다 보니 이 자리에 와 있었다. 90만의 공무원을 대표할 수 있나? 또 어느 조직이나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삶을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공무원이 아닌 국민들의 비난은 감내하겠지만 같은 공무원들의 비판에 덜컥 겁이 났다.
가슴의 무게가 점점 더 들어갈 무렵,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을 보게 되었다. 나탈리의 가장 큰 강박관념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사실 유태인은 내가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보다도 더 고차원적의 선택할 수 없는 원죄적인 것이다. 나탈 리가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 나를 사정없이 내리 누르는 강박관념이라는 녀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강박 충동의 조정을 받는다. 강박증은 엄청난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 힘을 거부하지 말고 이용하라. 글쟁이 친구들 대부분이 글 쓰는 일에 대해 강박증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글에 대한 강박증도 초콜릿에 대한 내 강박증과 똑 같이 적용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든지 간에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79p)
뒤 이어 나오는 카타기리 선사의 역시 새롭다. “가련한 예술가들이여! 그들은 너무나 큰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걸작을 만들어도 결코 만족하지 않죠. 계속 길을 떠나 좀더 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글쓰기에 대한 일에서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 하나의 숙명처럼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강박관념은 내가 책을 쓰고 싶은 가장 밑바닥, 뼛속깊이에 박혀있는 관념인지도 모른다. 연어들이 거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때, 위에서 쏟아지는 물의 힘을 몸으로 받아, 더 깊게 잠수를 하고, 그 탄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막힌 장면을 보았다. 결국 무거운 것을 받아, 책을 쓰고 또 쓰고 계속 쓰라. 바로 뼛속에 닿는 순간까지. 이것이 바로 진리이자 나의 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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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실제로 시작되던 지난 1월 5일, 연구원 수업을 앞에 두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책의 제목과 쓰는 이유 목차를 작성하여 발표하던 수업이었는데, 막상 발표를 앞에 두고 쓸 생각을 하니 막막하였다. 이로부터 강박관념이 슬슬 자리를 잡기 시작을 하였고, 점점 우울 모드로 변해갔다. 강박관념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그 이유를 좀더 알아보았다. 가장 크게 내리 누르는 것은 공무원의 신분이었다. 지금도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악당이 되어버린 시점에 얄팍한 변명을 남발하는 것이 아닌가? 또 내가 공무원으로서 모범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글도 써지지 않았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생각이었다. 아직 한 줄도 쓰지 않았음에도 이런 지경이었다. 공무원으로서의 비난의 목소리를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것 보다는 조금 현실적이었다. 내가 파견 근무하는 조직이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폐지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울컥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해서 근무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조직의 폐지는 자체의 비효율성과 일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일종의 평가로 받아들였다. 없어지는 조직에 근무했던 공무원이 책은 무슨 책이야. 또 역시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과연 얼마나 공무원들을 잘 알 수 있나 하는 이유였다. 나는 행정고시를 합격한 관료도 아니고, 처음부터 직업공무원이 되겠다고 악착같이 시험을 본 사람도 아니다. 세무대학을 나와서 졸업 후에 특별채용으로 들어왔고, 어정쩡 살다 보니 이 자리에 와 있었다. 90만의 공무원을 대표할 수 있나? 또 어느 조직이나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삶을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공무원이 아닌 국민들의 비난은 감내하겠지만 같은 공무원들의 비판에 덜컥 겁이 났다.
가슴의 무게가 점점 더 들어갈 무렵,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을 보게 되었다. 나탈리의 가장 큰 강박관념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사실 유태인은 내가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보다도 더 고차원적의 선택할 수 없는 원죄적인 것이다. 나탈 리가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 나를 사정없이 내리 누르는 강박관념이라는 녀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강박 충동의 조정을 받는다. 강박증은 엄청난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 힘을 거부하지 말고 이용하라. 글쟁이 친구들 대부분이 글 쓰는 일에 대해 강박증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글에 대한 강박증도 초콜릿에 대한 내 강박증과 똑 같이 적용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든지 간에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79p)
뒤 이어 나오는 카타기리 선사의 역시 새롭다. “가련한 예술가들이여! 그들은 너무나 큰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걸작을 만들어도 결코 만족하지 않죠. 계속 길을 떠나 좀더 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글쓰기에 대한 일에서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 하나의 숙명처럼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강박관념은 내가 책을 쓰고 싶은 가장 밑바닥, 뼛속깊이에 박혀있는 관념인지도 모른다. 연어들이 거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때, 위에서 쏟아지는 물의 힘을 몸으로 받아, 더 깊게 잠수를 하고, 그 탄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막힌 장면을 보았다. 결국 무거운 것을 받아, 책을 쓰고 또 쓰고 계속 쓰라. 바로 뼛속에 닿는 순간까지. 이것이 바로 진리이자 나의 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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