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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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헤어져 우리 함께 살 섞어 산 날들보다 더 많은 날 그리움들을 떠올려 보냈습니다.
처음에 당신과 헤어져서는 밥도 못 먹고, 거리를 걷다가도 행여 어느 길목에 당신이 서 있지나 않을까, 지나가는 차속에 운전하는 이가 당신이 아닐까, 하다못해 혼자 밥 먹으러 분식점엘 가면 유난히도 굵은 우동 면발을 좋아하던 당신 모습 내 앞에 앉아있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손만두 우리 함께 맛나게 먹던 기억도 봄 아지랑이처럼 아롱져 피어올랐어요. 내 잘 먹는 자연산 도다리회와 겨울 전복도 참 맛있었고요. 아마 그 많은 양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세 먹어버리는 나를 보며 당신 속마음 다른 누구보다도 뿌듯하고 즐거웠겠지요. 늘 있는 일은 아니어도 기억이 나는 한 당신께서 내 비위를 맞추어 주려던 여러 날들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게는 불현듯 보고픔이 밀리어 어느 곳에 가면 당신이 있겠다는 그 자리가 없어요.
하기야 남들처럼 살가운 연애도 별반 못해보고 주어진 옷을 억지로 단추 채워 입듯 우리는 그렇게 서둘러 만났고, 그저 살아온 대로 살면 되겠거니 믿어 의심치 않은 채 서로에게 길들고 길들여질 거라 당연지사로 생각하며 어설픈 결혼에 신혼살림을 차렸지요. 늦도록 나보다는 당신이 장가들지 못했고 나 역시도 어영부영하다가 나이가 차서 엉겁결에 떠밀린 결혼을 하였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미 오래전 너무나 알고 지내온 사이이기에 어쩌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많은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엄청난 천복이라도 타고난 사람들처럼 데이트 몇 번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미처 깊이 생각해 보거나 사귀어볼 넉넉한 시간도 없이, 서둘러 식을 치르는 것이 다 사람 사는 모양인 양 그렇게 어설피 우리 함께 살게 되었지요.
오빠 하던 호칭이 아빠로 변했다고 마치 오래 사귀어 온 연인들이기라도 하였다가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도 남들에 못지않은 허영에 찬 자만심 연극처럼 가지고, 얼렁뚱땅 날조된 역사를 진실보다 더 믿고 믿으며 아니 믿고 싶어 하며 시작했던 게지요. 애시에는 우리 그렇게 서로를 믿고 믿으려 노력하며 그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을 밑천으로 삼아, 언제까지나 오누이처럼 의좋은 남매처럼 살게 될 거라 저마다의 환상 같은 공상을 꿈으로 확신하며, 오래도록 한마음으로 바라보리라 다짐하듯 우리도 남들처럼 굳건한 시작을 했던 것일 테죠.
참 갑갑했어요. 사실은 당신과 도장 찍고 헤어져 돌아선 그 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당신 그리워도 우리만의 추억이 깃든 찾아갈 곳이 없다는 추운 생각 그때도 들었거든요. 그래도 눈물 훔치며 살아가다보면 어느 날엔가 몹시도 당신 그리울 날이 있으리라 행여나 내 자신을 달래도 보았지요. 당신 만나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보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기어이 난생처음 정의가 어떻고 쓰여 있는 법원이란 곳엘 찾아들어가 우리 헤어짐의 역사적 현장을 밟고 나왔다고 해도 5년간 결혼해서 살 섞어 살았고, 아이를 무려 셋이나 낳았는데 설마하니 그 잘난 장소 하나쯤 떠오르지 않을까 내심 나 자신을 의심해 보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참 참담하게도 없었어요. 우리 추억의 장소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함께 자주 가던 찻집도 공연 장소도 책방 하나도 하다못해 기억에 나는 술집조차도 없었어요. 결혼 전 한두 번 약속 장소였던 아무의미도 없는 그곳에라도 가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무대도 없었어요. 처절하리만큼 우리들의 삶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없는 거예요. 이 복잡한 대도시 서울 한복판 휘황찬란한 이 거리에 우리들을 증거 하는 아무것도 없네요.
우리 살던 울산의 그곳에 간다고 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좋아하던 주전앞바다 까만 돌(아마 이것도 당신은 전혀 기억나지 않거나 금시초문今時初聞인 양 모를 테죠.)과 정자의 제법 자주 가던 그 횟집에 들른다 해도 당신 앉아있지 않을 거구요. 아이들 데리고 경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그 오리집에 간다고 해도 당신 없을 거구요. 행여 기억에 난다고 해도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여자가 나 혼자가 되어서 거길 어떻게 가겠어요. 나는 요, 가지 않아도 그곳 다 생각나요. 그곳들은 맛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편하고 너른 집이라서 우리 자주 간 곳이니까요. 언덕 위에 있던 오리집 뒤켠에는 아이들 좋아하는 멍멍이와 부화시키는 오리장이 넓게 공터로 되어있고, 주차하기 아주 편리하게 앞마당도 넓었으며 주인 내외는 의좋게 열심히 사는 부부처럼 보였잖아요. 쥔아저씨는 당시에도 그곳에서 암웨이도 함께 운영하였지요.
우리는 음식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취향은 아니었어요. 내가 그렇다기보다는 당신의 취향이었고 맛보다도 시설보다도 당신을 알아 잘 모셔주는 그런 곳을 당신은 좋아했어요. 하기는 맛도 시설도 주인도 다 보고 정해서 그 곳 한곳에만 가는 편이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우리에게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사실 따지고 고를 형편도 아니었고 넓고 깨끗하고 깔끔하면 맛좋은 곳이라 생각하며 들렀던 것 같아요. 육식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나마 나 때문에 자주 갔던 것 알아요. 매식은 무조건 다 싫다며 된장찌개에 김치 하나라도 집에서 먹는 밥 좋아했지요. 별반 찬이 없어도 잘 먹어주었고, 또 여러 가지 밑반찬보다는 찌개와 국을 선호하는 내가 같은 반찬을 내놓기 싫어해서 우리는 늘 새로 지은 밥에 식사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요. 그래서 당신 식사하고 들어오는 날에는 우리 집에 아무 찬도 없었어요. 음식을 만들지 않으니까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런 날에는 밥할 의욕이 나지 않았고 음식을 할 필요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그냥 대충 때우고 말았죠. 당신 함께 있으면 배고픔도 잊고 늘 배가 부른 사람처럼 그득했지만 당신 없이 나 혼자는 왜 그토록 힘이 없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껏 반찬을 다 만들고 있었음에도 늦는 다는 전화 한 통화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고 딱 멈추어 버리곤 했지요. 나는 나를 전혀 챙길 줄 모르는 사람처럼 삶의 중심에 언제나 당신이 기둥이었고 그 기쁨이 즐거웠고 그래야만 마음이 놓였어요.
비교적 먹성이 좋아서 잘 먹어준 편이었지만 처음엔 잔소리도 무척 심했지요. 말로는 매식이 싫다 하면서도 오래 객지를 떠도는 생활과 매식의 습관으로 그러한 맛에 길들여 있었지요. 어머니나 누이가 해주어야 아무 생각 없고 아무 말이 없었을 테지만 당신은 기억에 나지 않겠으나 전혀 도와주지도 도울 줄조차도 모르면서 잔소리 무척 많았어요. 살면서 보고들은 것이 나보다 풍부했고 늘 나를 앞질러 가르치고 이기려 들었죠. 별것도 아니었으면서(ㅋ). 더군다나 별것도 아닌 것들을 가지고서. 그건 당신 언어의 습관이었고 생활 속에 배어진 환경이 주는 입버릇이었지만 5년간 당신과 또 누이와 잠시 함께 살면서 얻어들은 언어들과 그 충격을 지금 내가 고스란히 써먹고 있다는 것 우습고 아주 놀라운 사실이네요.
당신이야 원래의 내 본성이 들어난 것이라고 언제나처럼 박박 우겨대겠지만 천만에요. 당신 만나기전 꿈에도 생각지도 써보지도 않은 글과 말들이에요. 그런데 당신과 함께한 내 인생의 1/10이 마치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듯 나 당신 안에 많이도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미움과 설움, 복잡한 애증이 뒤섞여서 나와 당신이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당신도 나도 모르는 나, 아니 어쩌면 당신도 나도 전혀 생각지 않은 서로의 어떤 모습들로 들락날락 엉키어 내 삶을 지배하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의 이런 심경들을 나 스스로도 잘 이해할 수 없고 이렇게까지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온통 영향받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로 신기하고 납득이 잘 안가요. 사무침의 골이 깊어 병이 들어버린 걸까요?
나 그때 참 많이 아팠는데 그래서 잊어지지 않는 것인지 내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고 내 글에 그대로 옮겨지기도 해요. 물론 내가 국문학을 조금 전공해보았기 때문에 우리말을 대단이 좋아하고 애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당신 이전에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써먹을 일도 해볼 일도 전혀 없던 일이지요. 착하고 이쁘게 살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란 말이에요. 아마도 당신도 나의 처음과 생활들을 잘 더듬어 보면 인정하실 거예요. 아무 기억도 못하실 테지만요. 그리고 그건 나의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었다고 핀잔줄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알아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는 거. 이렇게 헤매며 둘러쳐보아도 당신과 내가 호젓하게 함께 거닐은 그 흔한 공원 하나 골목길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다는 설명을 이렇게 길게 늘어놓는 거예요. 만약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면 당신은 듣는 둥 마는 둥 벌써 잠이 들어버렸겠지 만요. 그래요, 이제야 내 본심을 털어놔볼게요. 이렇게까지 비참해지고 싶진 않지만 그게 뭐가 대수겠어요? 어차피 다 망가져버린 인생인데.
당신이 내게 “그 여자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이”라고 소리치던 그 여자들과 도대체 내가 뭐가 다르냐는 거예요. 난 말이에요. 정말로 화가 나요. 당신을 하루에도 열두 번 처형시켜 버린다고 해도 전혀 용서가 되지 않고 서러울 거예요. 당신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그토록 비참하고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거예요. 아니 내가 당신들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당신들은 한데 얼려 신나게 놀아재끼는 우정인지 지랄인지 뭣이깽인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당신을 보아왔다는 이유로 엄청난 신뢰 속에서 당신과 결혼한 여자로서 그것도 서른이 다 되도록 어떤 남정네와도 쉽게 놀아보지 않은 순결을 고이 간직하고 오직 당신 하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받쳐서 사랑하겠다는 일념이었던 내 꿈과 의지는, 당신이 짓밟고 짓이겨버린 한갓 무가치한 쓸모없는 것이 되어 진흙의 시장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오가는 어느 누구의 발에 치였는지도 어느 미친 구루마에 딸려 들어가 갈기갈기 찢겨 나자빠졌는지도 모르는 시래기만도 못한 비참함에 지나지 않았고, 그 설움과 울분은 지금도 생각만 하면 바들바들 치가 떨려요.
그 날, 그곳에서라도 나왔어야 해. 아무 말 하고 싶지 않았던 내 심정을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 외면하고 그 소굴에서 그렇게 그들에게 휘말려 나를 기다리게 하고 한참을 지나 끄적끄적 나올 수가 있었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당신이, 당신 인생이 편안하길 바랄 수 있어? 세상이 그렇게 우스워? 내가, 나란 여자가 그렇게도 만만해? 웃기지마. 내가 당신 때문에 울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이야. 내가 하루에도 골백번 아니 수천 번 당신 만나 엉켜버린 내 인생에 대해 얼마나 기막혀 하는 줄 알아?
솔직히 말해 줄까? 그날 한마디라도 내 앞에서 잎을 뻥긋하는 날에는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내가 말을 참은 것, 아마도 지금도 기억날 거야. 섬뜩했을 테니까. 그날 나 혼자 다짐했던 것이 뭔 줄 알아? 제발... . 제발... . 아무 말 말아다오, 인간아. 수천 번도 더 불경을 외듯 나를 달랬어. 당신 따위가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이미 무슨 말도 어떤 행동도 다 필요 없었어. 다만 침묵만이 그나마 유효할 뿐.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건 말이야, 내가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어. 나도 모르는 내 심사가 어떻게 뒤집혀 발작처럼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내 처분만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 어떻게 참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하고 있었다구. 그런데 그날, 당신은 아주 가관이었지. 하~
그래... 그런데 좀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말이야, 사람이 참 우스워. 사실은 말이지... . 나 너무 떨리고 무서웠어. 어떻게 당신이 내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아무리 당신과 싸워도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 그 정도로 신뢰가 없지는 않아. 싸움은 문제에 관한 것이지 인간의 기본권의 말쌀이 아니잖아. 화가 나서 하는 행동과 말에는 전제된 기본이라는 게 있어. 나는 있잖아, 그날 당신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밑바닥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그게 서툰 사람들의 대화 방식이고 욱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이중 삼중으로 가중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그런 마음의 상태들을 해독할 능력도 뭣도 없었을 때였고 오랜 당신의 가출에 약이 오르다 못해 악이 차올랐을 때야. 그런데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에서의 당신이 여전히 아이들 아빠고 내 남편이더라. 너무 기가 막히게도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나 자신도 놀랐고 그래서 나 스스로에 대한 당혹감에 더 놀라고 있었는지도 몰라. 물론 사는 동안에 그토록 내가 당신을 존경하는 언사와 행동만을 하는 순종적인 여자였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 광경에서 나도 내가 전혀 모르는 반응이 일어나는 데, 그게 내가 바로 여자라는 그것도 일반 대다수의 여인네들의 생각과 입장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는, 그저 그냥 보통의 여자가 되더라는 거였어. 어떻게 내가 이럴 수가 있나 의아해 하는 한편, 이래서 어쩔 수 없이 대다수의 여자들이 그냥 사는 구나. 화만 나는 것이 아니더라구.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내 인생이 치닫고 있는 것인지, 납득이 안가는 것을 넘어 아뜩함의 막막함이랄까. 울 수도 악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차라리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서글픔이 미움과 동시에 느껴졌어. 아니 어쩌면 가슴 한구석에서 허탈한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것 같기도 했어. 그러면서 그 혼란의 상황과 장면의 와중에도 그곳에 있는 당신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더 먼저 일고 아이들 아빠로서 연민이 더 먼저 찾아들었어.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절대 제 정신으로 그렇게 함부로 그런 곳에 그런 여자와 또 그들 무리와 작당을 해서 공모를 하듯 그럴 사람이 내게는 정말 아니었어.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지 않겠어?
내가 무시당했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당신을 대할까 마치 내가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더 두렵기도 했고, 그런 모습을 보인 당신이 내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 먼저 염려와 걱정이 되어서 나도 내 정신이 아니었어. 떨고 있었던 거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엿부러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똑바로 뜨려고 애쓰며. 처음에 당신이 무심결에 나를 보고 너무 놀라 당황하고 마치 올 것이 오고야 만 것 같은 한편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허겁지겁 신발을 주워 신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역시 당신이라고 생각했고, 내려가 있으라며 곧 따라 내려가겠다고 말을 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 맞다고 생각했어. 나도 아무 말 덧붙이지 않고 그저 무언으로 대답하며 당신 처사에 따랐지. 20여분 남짓 이었을까? 될 것 같은데 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겠지만 나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어. 다시 내려와서 후배 따라서 먼저 가 있으라며 곧 뒤따라오겠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철석같이 액면 그대로 믿고 있었어. 나 역시 아무 말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신 스스로가 하는 행동에 맡기고 싶었지. 알아서 처신해 주기를 말이야.
서먹하게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물으며 속절없이 허공에 대고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도 날려버리듯 하는 채 몇 분도 되지 않는 당신의 짧은 그 한마디를 듣는 동안 나는 당신을 다시 한 번 똑바로 쳐다보았어. 장차 헤어져야 할 것인가 어째야 할 것인가를 눈 깜빡 할 사이에 본능에 입각해서 주마등처럼 살피며 어떤 예감과 현상에 대해 점을 치고 있었는지도 몰라.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 않고 있는 내게 일단의 안심이라도 한듯 무언가 설득해 보려는 난감하지만 애써 호의적인 얼굴로 쩔쩔매며 서 있던 모습. 멀쩡한 허우대의 부리부리한 눈과 우뚝선 코, 꽉 다문 입에 딱 바라진 어깨는 여전한 당신이었지만, 우리가 과연 어떻게 될까를 나도 당신 같은 표정을 담고 관찰하며 서 있었을 테지.
그렇게 순간을 모면하고 다시 돌아가 결국에 그들 일당들의 꼬임에 또 다시 빠져들며 그들의 모든 감언이설과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 후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 시간 동안 로비에서 차나 한잔 대접하며 나의 심사를 떠보려던 당신의 사업구상에 얽힌 사회 후배로부터 꼰약 한 병과 과일 안주를 시켜 당신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를 보면서, 내 행동과 사고의 반경에 대해 역시나 그대 마누라라고 짐짓 야릇하게 스치는 짧은 미소를 머금던 모습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았지. 나는 그날 그가 왜 그 호텔을 들락거리며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채 당신이 곧 올 거라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기억만 생각날 뿐. 그리고 한 10여 분간 아주 짧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는 대번에 나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의 생각을 바꾸는 말을 언뜻 중얼거리며, 자기가 살아온 가정환경을 예로 들어 하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당신말만 들어오던 그가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더니 마치 그게 아니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서 다음날 당신과의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를 객실로 걸어왔을 때야 겨우 당신들의 체계적인 음모에 대해 대략 느낄 수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지. 그리고 아주 나중에서야 그가 그 호텔과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술집을 경영하며 매춘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 잠깐 동안 이었지만 그에게는 인생의 야심과 생활인으로서의 현실 사이에서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비즈니스의 한 방편으로서 그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 어려운 당시의 상황을 헤치고 나와 정도를 걸어가고 있으면 좋으련만.
술 한 잔을 가지고 밤새 로비에 앉아 꼿꼿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날 당신은 결국 밤을 꼴딱 새우고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겉으로는 괘씸함을 의연하게 참으며 내 마음은 어느덧 다시금 그댈 행해 칼날을 세우고 있게 만들어버리고 말았지. 그제서야 돌아와 당신 입김이 뿜어대는 태연자약한 말을 쇠귀에 경을 읽듯 들어 넘기며 나도 참담한 심정을 애써 가라앉히느라 한껏 애를 썼지.
객실로 올라갔을 때, 마치 평온한 어느 날의 어리광처럼 발가벗고 목욕을 시켜달라는 당신을 마지막처럼 처연히 씻기며 한 마리 짐승으로 덤벼들던 그날, 나는 내가 한 모퉁이의 창녀로 아무 저항도 아무 느낌도 없는 당신이란 돼지의 밑에 깔린 시체 같은 암 고양이가 되어 그저 숨죽이고 말았지. 한 마리 암컷의 썩어 뭉그러져 가는 복부 위를 쓰러져 내리자마자 당신은 이내 코를 골아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만, 나는 소리도 없는 눈물을 강물처럼 하염없이 흘려보냈지.
돌아온 당신은 어느덧 개선장군이 되어있었고 그새 훈련이라도 받은 병정처럼 그 허둥대던 모습들은 어디가고 적반하장의 무기를 달고서 안면 몰수 하고 쳐들어오기 시작했지. 또다시 그들과 한패거리가 되어 그 구렁텅이에 빠져서 그들 일당과 무리들의 힘을 믿고 날 되잡으려고 모의라도 한 듯이.......
아주 교묘하고 맹랑하게, 아주 비열하고 야비한 속물적 인간이 되어서, 아니 가증스런 철면피로 둔갑되어 버린 채 인간이 아. 니. 었. 어....... 적어도 인간이라면 양심이 있고 최소한 수긍할 것은 하지. 그톡록 잘못을 알면서도 뒤집어 씌워버리는 추하고 더러운 비열함과 졸렬함을 벌이지는 않아. 그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자포자기 심정의 어깃장이었다고 하기엔 나 아직도 너무 아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 정말이지 너무나 평탈했어.
내 인생이 꿈이었다는 것.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꿈속에서 따사로운 온실의 화초처럼 보살핌을 받으며 종달새처럼 노래하고 나비처럼 자유롭게 나부끼며 살았다는 걸 당신을 통해 알게 됐지....... 당신과 사는 아주 잠. 깐. 동. 안. 에.......
다시 전공을 목구멍의 포도청으로 하여 하루하루를 거미줄처럼 매달려 연명하기 시작했을 때 팔순이 넘은 괴팍하고 경우 밝아 보이는 어느 할머니 한 분께서는 ‘인생이란 일장춘몽一場春夢’ 이라고 덧없이 이야기해 주셨지. 서른여섯, 꽃처럼 한껏 영글어갈 나이에 어느 병원의 치료실 한켠에 휑하니 처박혀서, 나는 그 어르신의 말씀에 내 가슴의 패인 골을 꺽꺽 쓸어내리며 끄덕이고 있었지. 그토록 간결한 의미를 예전엔 미처 이해해본 적 없이.......
IP *.70.72.121
처음에 당신과 헤어져서는 밥도 못 먹고, 거리를 걷다가도 행여 어느 길목에 당신이 서 있지나 않을까, 지나가는 차속에 운전하는 이가 당신이 아닐까, 하다못해 혼자 밥 먹으러 분식점엘 가면 유난히도 굵은 우동 면발을 좋아하던 당신 모습 내 앞에 앉아있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손만두 우리 함께 맛나게 먹던 기억도 봄 아지랑이처럼 아롱져 피어올랐어요. 내 잘 먹는 자연산 도다리회와 겨울 전복도 참 맛있었고요. 아마 그 많은 양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세 먹어버리는 나를 보며 당신 속마음 다른 누구보다도 뿌듯하고 즐거웠겠지요. 늘 있는 일은 아니어도 기억이 나는 한 당신께서 내 비위를 맞추어 주려던 여러 날들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게는 불현듯 보고픔이 밀리어 어느 곳에 가면 당신이 있겠다는 그 자리가 없어요.
하기야 남들처럼 살가운 연애도 별반 못해보고 주어진 옷을 억지로 단추 채워 입듯 우리는 그렇게 서둘러 만났고, 그저 살아온 대로 살면 되겠거니 믿어 의심치 않은 채 서로에게 길들고 길들여질 거라 당연지사로 생각하며 어설픈 결혼에 신혼살림을 차렸지요. 늦도록 나보다는 당신이 장가들지 못했고 나 역시도 어영부영하다가 나이가 차서 엉겁결에 떠밀린 결혼을 하였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미 오래전 너무나 알고 지내온 사이이기에 어쩌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많은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엄청난 천복이라도 타고난 사람들처럼 데이트 몇 번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미처 깊이 생각해 보거나 사귀어볼 넉넉한 시간도 없이, 서둘러 식을 치르는 것이 다 사람 사는 모양인 양 그렇게 어설피 우리 함께 살게 되었지요.
오빠 하던 호칭이 아빠로 변했다고 마치 오래 사귀어 온 연인들이기라도 하였다가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도 남들에 못지않은 허영에 찬 자만심 연극처럼 가지고, 얼렁뚱땅 날조된 역사를 진실보다 더 믿고 믿으며 아니 믿고 싶어 하며 시작했던 게지요. 애시에는 우리 그렇게 서로를 믿고 믿으려 노력하며 그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을 밑천으로 삼아, 언제까지나 오누이처럼 의좋은 남매처럼 살게 될 거라 저마다의 환상 같은 공상을 꿈으로 확신하며, 오래도록 한마음으로 바라보리라 다짐하듯 우리도 남들처럼 굳건한 시작을 했던 것일 테죠.
참 갑갑했어요. 사실은 당신과 도장 찍고 헤어져 돌아선 그 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당신 그리워도 우리만의 추억이 깃든 찾아갈 곳이 없다는 추운 생각 그때도 들었거든요. 그래도 눈물 훔치며 살아가다보면 어느 날엔가 몹시도 당신 그리울 날이 있으리라 행여나 내 자신을 달래도 보았지요. 당신 만나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보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기어이 난생처음 정의가 어떻고 쓰여 있는 법원이란 곳엘 찾아들어가 우리 헤어짐의 역사적 현장을 밟고 나왔다고 해도 5년간 결혼해서 살 섞어 살았고, 아이를 무려 셋이나 낳았는데 설마하니 그 잘난 장소 하나쯤 떠오르지 않을까 내심 나 자신을 의심해 보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참 참담하게도 없었어요. 우리 추억의 장소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함께 자주 가던 찻집도 공연 장소도 책방 하나도 하다못해 기억에 나는 술집조차도 없었어요. 결혼 전 한두 번 약속 장소였던 아무의미도 없는 그곳에라도 가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무대도 없었어요. 처절하리만큼 우리들의 삶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없는 거예요. 이 복잡한 대도시 서울 한복판 휘황찬란한 이 거리에 우리들을 증거 하는 아무것도 없네요.
우리 살던 울산의 그곳에 간다고 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좋아하던 주전앞바다 까만 돌(아마 이것도 당신은 전혀 기억나지 않거나 금시초문今時初聞인 양 모를 테죠.)과 정자의 제법 자주 가던 그 횟집에 들른다 해도 당신 앉아있지 않을 거구요. 아이들 데리고 경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그 오리집에 간다고 해도 당신 없을 거구요. 행여 기억에 난다고 해도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여자가 나 혼자가 되어서 거길 어떻게 가겠어요. 나는 요, 가지 않아도 그곳 다 생각나요. 그곳들은 맛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편하고 너른 집이라서 우리 자주 간 곳이니까요. 언덕 위에 있던 오리집 뒤켠에는 아이들 좋아하는 멍멍이와 부화시키는 오리장이 넓게 공터로 되어있고, 주차하기 아주 편리하게 앞마당도 넓었으며 주인 내외는 의좋게 열심히 사는 부부처럼 보였잖아요. 쥔아저씨는 당시에도 그곳에서 암웨이도 함께 운영하였지요.
우리는 음식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취향은 아니었어요. 내가 그렇다기보다는 당신의 취향이었고 맛보다도 시설보다도 당신을 알아 잘 모셔주는 그런 곳을 당신은 좋아했어요. 하기는 맛도 시설도 주인도 다 보고 정해서 그 곳 한곳에만 가는 편이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우리에게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사실 따지고 고를 형편도 아니었고 넓고 깨끗하고 깔끔하면 맛좋은 곳이라 생각하며 들렀던 것 같아요. 육식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나마 나 때문에 자주 갔던 것 알아요. 매식은 무조건 다 싫다며 된장찌개에 김치 하나라도 집에서 먹는 밥 좋아했지요. 별반 찬이 없어도 잘 먹어주었고, 또 여러 가지 밑반찬보다는 찌개와 국을 선호하는 내가 같은 반찬을 내놓기 싫어해서 우리는 늘 새로 지은 밥에 식사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요. 그래서 당신 식사하고 들어오는 날에는 우리 집에 아무 찬도 없었어요. 음식을 만들지 않으니까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런 날에는 밥할 의욕이 나지 않았고 음식을 할 필요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그냥 대충 때우고 말았죠. 당신 함께 있으면 배고픔도 잊고 늘 배가 부른 사람처럼 그득했지만 당신 없이 나 혼자는 왜 그토록 힘이 없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껏 반찬을 다 만들고 있었음에도 늦는 다는 전화 한 통화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고 딱 멈추어 버리곤 했지요. 나는 나를 전혀 챙길 줄 모르는 사람처럼 삶의 중심에 언제나 당신이 기둥이었고 그 기쁨이 즐거웠고 그래야만 마음이 놓였어요.
비교적 먹성이 좋아서 잘 먹어준 편이었지만 처음엔 잔소리도 무척 심했지요. 말로는 매식이 싫다 하면서도 오래 객지를 떠도는 생활과 매식의 습관으로 그러한 맛에 길들여 있었지요. 어머니나 누이가 해주어야 아무 생각 없고 아무 말이 없었을 테지만 당신은 기억에 나지 않겠으나 전혀 도와주지도 도울 줄조차도 모르면서 잔소리 무척 많았어요. 살면서 보고들은 것이 나보다 풍부했고 늘 나를 앞질러 가르치고 이기려 들었죠. 별것도 아니었으면서(ㅋ). 더군다나 별것도 아닌 것들을 가지고서. 그건 당신 언어의 습관이었고 생활 속에 배어진 환경이 주는 입버릇이었지만 5년간 당신과 또 누이와 잠시 함께 살면서 얻어들은 언어들과 그 충격을 지금 내가 고스란히 써먹고 있다는 것 우습고 아주 놀라운 사실이네요.
당신이야 원래의 내 본성이 들어난 것이라고 언제나처럼 박박 우겨대겠지만 천만에요. 당신 만나기전 꿈에도 생각지도 써보지도 않은 글과 말들이에요. 그런데 당신과 함께한 내 인생의 1/10이 마치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듯 나 당신 안에 많이도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미움과 설움, 복잡한 애증이 뒤섞여서 나와 당신이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당신도 나도 모르는 나, 아니 어쩌면 당신도 나도 전혀 생각지 않은 서로의 어떤 모습들로 들락날락 엉키어 내 삶을 지배하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의 이런 심경들을 나 스스로도 잘 이해할 수 없고 이렇게까지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온통 영향받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로 신기하고 납득이 잘 안가요. 사무침의 골이 깊어 병이 들어버린 걸까요?
나 그때 참 많이 아팠는데 그래서 잊어지지 않는 것인지 내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고 내 글에 그대로 옮겨지기도 해요. 물론 내가 국문학을 조금 전공해보았기 때문에 우리말을 대단이 좋아하고 애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당신 이전에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써먹을 일도 해볼 일도 전혀 없던 일이지요. 착하고 이쁘게 살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란 말이에요. 아마도 당신도 나의 처음과 생활들을 잘 더듬어 보면 인정하실 거예요. 아무 기억도 못하실 테지만요. 그리고 그건 나의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었다고 핀잔줄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알아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는 거. 이렇게 헤매며 둘러쳐보아도 당신과 내가 호젓하게 함께 거닐은 그 흔한 공원 하나 골목길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다는 설명을 이렇게 길게 늘어놓는 거예요. 만약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면 당신은 듣는 둥 마는 둥 벌써 잠이 들어버렸겠지 만요. 그래요, 이제야 내 본심을 털어놔볼게요. 이렇게까지 비참해지고 싶진 않지만 그게 뭐가 대수겠어요? 어차피 다 망가져버린 인생인데.
당신이 내게 “그 여자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이”라고 소리치던 그 여자들과 도대체 내가 뭐가 다르냐는 거예요. 난 말이에요. 정말로 화가 나요. 당신을 하루에도 열두 번 처형시켜 버린다고 해도 전혀 용서가 되지 않고 서러울 거예요. 당신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그토록 비참하고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거예요. 아니 내가 당신들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당신들은 한데 얼려 신나게 놀아재끼는 우정인지 지랄인지 뭣이깽인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당신을 보아왔다는 이유로 엄청난 신뢰 속에서 당신과 결혼한 여자로서 그것도 서른이 다 되도록 어떤 남정네와도 쉽게 놀아보지 않은 순결을 고이 간직하고 오직 당신 하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받쳐서 사랑하겠다는 일념이었던 내 꿈과 의지는, 당신이 짓밟고 짓이겨버린 한갓 무가치한 쓸모없는 것이 되어 진흙의 시장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오가는 어느 누구의 발에 치였는지도 어느 미친 구루마에 딸려 들어가 갈기갈기 찢겨 나자빠졌는지도 모르는 시래기만도 못한 비참함에 지나지 않았고, 그 설움과 울분은 지금도 생각만 하면 바들바들 치가 떨려요.
그 날, 그곳에서라도 나왔어야 해. 아무 말 하고 싶지 않았던 내 심정을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 외면하고 그 소굴에서 그렇게 그들에게 휘말려 나를 기다리게 하고 한참을 지나 끄적끄적 나올 수가 있었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당신이, 당신 인생이 편안하길 바랄 수 있어? 세상이 그렇게 우스워? 내가, 나란 여자가 그렇게도 만만해? 웃기지마. 내가 당신 때문에 울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이야. 내가 하루에도 골백번 아니 수천 번 당신 만나 엉켜버린 내 인생에 대해 얼마나 기막혀 하는 줄 알아?
솔직히 말해 줄까? 그날 한마디라도 내 앞에서 잎을 뻥긋하는 날에는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내가 말을 참은 것, 아마도 지금도 기억날 거야. 섬뜩했을 테니까. 그날 나 혼자 다짐했던 것이 뭔 줄 알아? 제발... . 제발... . 아무 말 말아다오, 인간아. 수천 번도 더 불경을 외듯 나를 달랬어. 당신 따위가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이미 무슨 말도 어떤 행동도 다 필요 없었어. 다만 침묵만이 그나마 유효할 뿐.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건 말이야, 내가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어. 나도 모르는 내 심사가 어떻게 뒤집혀 발작처럼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내 처분만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 어떻게 참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하고 있었다구. 그런데 그날, 당신은 아주 가관이었지. 하~
그래... 그런데 좀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말이야, 사람이 참 우스워. 사실은 말이지... . 나 너무 떨리고 무서웠어. 어떻게 당신이 내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아무리 당신과 싸워도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 그 정도로 신뢰가 없지는 않아. 싸움은 문제에 관한 것이지 인간의 기본권의 말쌀이 아니잖아. 화가 나서 하는 행동과 말에는 전제된 기본이라는 게 있어. 나는 있잖아, 그날 당신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밑바닥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그게 서툰 사람들의 대화 방식이고 욱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이중 삼중으로 가중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그런 마음의 상태들을 해독할 능력도 뭣도 없었을 때였고 오랜 당신의 가출에 약이 오르다 못해 악이 차올랐을 때야. 그런데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에서의 당신이 여전히 아이들 아빠고 내 남편이더라. 너무 기가 막히게도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나 자신도 놀랐고 그래서 나 스스로에 대한 당혹감에 더 놀라고 있었는지도 몰라. 물론 사는 동안에 그토록 내가 당신을 존경하는 언사와 행동만을 하는 순종적인 여자였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 광경에서 나도 내가 전혀 모르는 반응이 일어나는 데, 그게 내가 바로 여자라는 그것도 일반 대다수의 여인네들의 생각과 입장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는, 그저 그냥 보통의 여자가 되더라는 거였어. 어떻게 내가 이럴 수가 있나 의아해 하는 한편, 이래서 어쩔 수 없이 대다수의 여자들이 그냥 사는 구나. 화만 나는 것이 아니더라구.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내 인생이 치닫고 있는 것인지, 납득이 안가는 것을 넘어 아뜩함의 막막함이랄까. 울 수도 악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차라리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서글픔이 미움과 동시에 느껴졌어. 아니 어쩌면 가슴 한구석에서 허탈한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것 같기도 했어. 그러면서 그 혼란의 상황과 장면의 와중에도 그곳에 있는 당신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더 먼저 일고 아이들 아빠로서 연민이 더 먼저 찾아들었어.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절대 제 정신으로 그렇게 함부로 그런 곳에 그런 여자와 또 그들 무리와 작당을 해서 공모를 하듯 그럴 사람이 내게는 정말 아니었어.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지 않겠어?
내가 무시당했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당신을 대할까 마치 내가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더 두렵기도 했고, 그런 모습을 보인 당신이 내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 먼저 염려와 걱정이 되어서 나도 내 정신이 아니었어. 떨고 있었던 거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엿부러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똑바로 뜨려고 애쓰며. 처음에 당신이 무심결에 나를 보고 너무 놀라 당황하고 마치 올 것이 오고야 만 것 같은 한편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허겁지겁 신발을 주워 신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역시 당신이라고 생각했고, 내려가 있으라며 곧 따라 내려가겠다고 말을 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 맞다고 생각했어. 나도 아무 말 덧붙이지 않고 그저 무언으로 대답하며 당신 처사에 따랐지. 20여분 남짓 이었을까? 될 것 같은데 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겠지만 나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어. 다시 내려와서 후배 따라서 먼저 가 있으라며 곧 뒤따라오겠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철석같이 액면 그대로 믿고 있었어. 나 역시 아무 말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신 스스로가 하는 행동에 맡기고 싶었지. 알아서 처신해 주기를 말이야.
서먹하게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물으며 속절없이 허공에 대고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도 날려버리듯 하는 채 몇 분도 되지 않는 당신의 짧은 그 한마디를 듣는 동안 나는 당신을 다시 한 번 똑바로 쳐다보았어. 장차 헤어져야 할 것인가 어째야 할 것인가를 눈 깜빡 할 사이에 본능에 입각해서 주마등처럼 살피며 어떤 예감과 현상에 대해 점을 치고 있었는지도 몰라.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 않고 있는 내게 일단의 안심이라도 한듯 무언가 설득해 보려는 난감하지만 애써 호의적인 얼굴로 쩔쩔매며 서 있던 모습. 멀쩡한 허우대의 부리부리한 눈과 우뚝선 코, 꽉 다문 입에 딱 바라진 어깨는 여전한 당신이었지만, 우리가 과연 어떻게 될까를 나도 당신 같은 표정을 담고 관찰하며 서 있었을 테지.
그렇게 순간을 모면하고 다시 돌아가 결국에 그들 일당들의 꼬임에 또 다시 빠져들며 그들의 모든 감언이설과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 후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 시간 동안 로비에서 차나 한잔 대접하며 나의 심사를 떠보려던 당신의 사업구상에 얽힌 사회 후배로부터 꼰약 한 병과 과일 안주를 시켜 당신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를 보면서, 내 행동과 사고의 반경에 대해 역시나 그대 마누라라고 짐짓 야릇하게 스치는 짧은 미소를 머금던 모습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았지. 나는 그날 그가 왜 그 호텔을 들락거리며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채 당신이 곧 올 거라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기억만 생각날 뿐. 그리고 한 10여 분간 아주 짧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는 대번에 나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의 생각을 바꾸는 말을 언뜻 중얼거리며, 자기가 살아온 가정환경을 예로 들어 하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당신말만 들어오던 그가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더니 마치 그게 아니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서 다음날 당신과의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를 객실로 걸어왔을 때야 겨우 당신들의 체계적인 음모에 대해 대략 느낄 수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지. 그리고 아주 나중에서야 그가 그 호텔과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술집을 경영하며 매춘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 잠깐 동안 이었지만 그에게는 인생의 야심과 생활인으로서의 현실 사이에서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비즈니스의 한 방편으로서 그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 어려운 당시의 상황을 헤치고 나와 정도를 걸어가고 있으면 좋으련만.
술 한 잔을 가지고 밤새 로비에 앉아 꼿꼿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날 당신은 결국 밤을 꼴딱 새우고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겉으로는 괘씸함을 의연하게 참으며 내 마음은 어느덧 다시금 그댈 행해 칼날을 세우고 있게 만들어버리고 말았지. 그제서야 돌아와 당신 입김이 뿜어대는 태연자약한 말을 쇠귀에 경을 읽듯 들어 넘기며 나도 참담한 심정을 애써 가라앉히느라 한껏 애를 썼지.
객실로 올라갔을 때, 마치 평온한 어느 날의 어리광처럼 발가벗고 목욕을 시켜달라는 당신을 마지막처럼 처연히 씻기며 한 마리 짐승으로 덤벼들던 그날, 나는 내가 한 모퉁이의 창녀로 아무 저항도 아무 느낌도 없는 당신이란 돼지의 밑에 깔린 시체 같은 암 고양이가 되어 그저 숨죽이고 말았지. 한 마리 암컷의 썩어 뭉그러져 가는 복부 위를 쓰러져 내리자마자 당신은 이내 코를 골아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만, 나는 소리도 없는 눈물을 강물처럼 하염없이 흘려보냈지.
돌아온 당신은 어느덧 개선장군이 되어있었고 그새 훈련이라도 받은 병정처럼 그 허둥대던 모습들은 어디가고 적반하장의 무기를 달고서 안면 몰수 하고 쳐들어오기 시작했지. 또다시 그들과 한패거리가 되어 그 구렁텅이에 빠져서 그들 일당과 무리들의 힘을 믿고 날 되잡으려고 모의라도 한 듯이.......
아주 교묘하고 맹랑하게, 아주 비열하고 야비한 속물적 인간이 되어서, 아니 가증스런 철면피로 둔갑되어 버린 채 인간이 아. 니. 었. 어....... 적어도 인간이라면 양심이 있고 최소한 수긍할 것은 하지. 그톡록 잘못을 알면서도 뒤집어 씌워버리는 추하고 더러운 비열함과 졸렬함을 벌이지는 않아. 그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자포자기 심정의 어깃장이었다고 하기엔 나 아직도 너무 아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 정말이지 너무나 평탈했어.
내 인생이 꿈이었다는 것.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꿈속에서 따사로운 온실의 화초처럼 보살핌을 받으며 종달새처럼 노래하고 나비처럼 자유롭게 나부끼며 살았다는 걸 당신을 통해 알게 됐지....... 당신과 사는 아주 잠. 깐. 동. 안. 에.......
다시 전공을 목구멍의 포도청으로 하여 하루하루를 거미줄처럼 매달려 연명하기 시작했을 때 팔순이 넘은 괴팍하고 경우 밝아 보이는 어느 할머니 한 분께서는 ‘인생이란 일장춘몽一場春夢’ 이라고 덧없이 이야기해 주셨지. 서른여섯, 꽃처럼 한껏 영글어갈 나이에 어느 병원의 치료실 한켠에 휑하니 처박혀서, 나는 그 어르신의 말씀에 내 가슴의 패인 골을 꺽꺽 쓸어내리며 끄덕이고 있었지. 그토록 간결한 의미를 예전엔 미처 이해해본 적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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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미안들 하오.
그냥 살점 한 토막 떼어서 덜렁 올려 보았소.
외출 다녀와 다시 읽어보니 희한쿠랴. ㅋ
다시 몇 번씩 읽으며 고쳐나가려 하오. 고맙소. 긴 글을 읽어대시느라 고생들 하시오. 애 저녁에 내가 그대 그럴 줄 알았소. 사람을 잘 골라야 하는 법이라오. 여태 뭐하고 살았는가. 몰라~ 성질머리 하고는. 꼭 저 같은 것을 고르는 법이라지. 그래서 내가 시집갈 엄두를 못 낸다오. ㅎㅎ
빅 뉘우스, 오마니께서 절더러 올 점괘가 시집간다고 나왔더라네요. 그게 아니면 좋은 데 취직이라도 하라나. 어쨌거나 괘가 잘 나와서 오늘은 눈치 덜 보고 평안히? 대강 넘어가는 듯하오.^^
그냥 살점 한 토막 떼어서 덜렁 올려 보았소.
외출 다녀와 다시 읽어보니 희한쿠랴. ㅋ
다시 몇 번씩 읽으며 고쳐나가려 하오. 고맙소. 긴 글을 읽어대시느라 고생들 하시오. 애 저녁에 내가 그대 그럴 줄 알았소. 사람을 잘 골라야 하는 법이라오. 여태 뭐하고 살았는가. 몰라~ 성질머리 하고는. 꼭 저 같은 것을 고르는 법이라지. 그래서 내가 시집갈 엄두를 못 낸다오. ㅎㅎ
빅 뉘우스, 오마니께서 절더러 올 점괘가 시집간다고 나왔더라네요. 그게 아니면 좋은 데 취직이라도 하라나. 어쨌거나 괘가 잘 나와서 오늘은 눈치 덜 보고 평안히? 대강 넘어가는 듯하오.^^

차순성
마구 뱉어 내세요.
식도를 가득 메운 누런 가래가 모두 쏟아질 때까지...
그래서 숨쉬기가 편안해질 때까지...
제가 군에 있던 12년전 불쌍한 우리 어머니도
나의 아비가 다른 사람으로 보였을 테지요.
그러고보니 그때로부터 일년 365일 중 65일만 몸이 편안하세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제가 부재중이었던 그날은
나의 아비에게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었던가 봅니다.
조금 있다가 고향 떠나와야 하는데
혼자 계실 어미가 눈에 밟힙니다.
오늘밤엔 편안히 주무시는지... 마음이 무겁네요.
그나저나 누님~~ 저도 초컬릿 주세요.
가난한 나라 아이들 노동착취한 '피 묻은 초컬릿'말고
'공정무역 제품'으로 주세요 ^^
식도를 가득 메운 누런 가래가 모두 쏟아질 때까지...
그래서 숨쉬기가 편안해질 때까지...
제가 군에 있던 12년전 불쌍한 우리 어머니도
나의 아비가 다른 사람으로 보였을 테지요.
그러고보니 그때로부터 일년 365일 중 65일만 몸이 편안하세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제가 부재중이었던 그날은
나의 아비에게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었던가 봅니다.
조금 있다가 고향 떠나와야 하는데
혼자 계실 어미가 눈에 밟힙니다.
오늘밤엔 편안히 주무시는지... 마음이 무겁네요.
그나저나 누님~~ 저도 초컬릿 주세요.
가난한 나라 아이들 노동착취한 '피 묻은 초컬릿'말고
'공정무역 제품'으로 주세요 ^^

누이
순성님...
그래서 어르신들 앞에서는 감히 엄살인 듯 싶어 내놓을 수 없는 글이죠.
고명딸로 너무 편히 자란 저의 허물이 왜 아니 없겠어요. 그러나 그릇의 차인지 부덕의 소치인지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더라고요.
사람이야 내 사랑의 몫에 적당했을 테지만 평생의 업은 아이들이지요.
그 때에는 아이들에게 아무 문제도 없고 오직 그 사람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아이들 때문에 사는 어미가 되어 그들에게 전가되는 삶의 굴레를 안겨주고 싶지도 않았구요. 변명이 너절해 지겠네요. 어머님, 훌륭하세요. 아들에게 떳떳 하시니까요.
초코릿 한 보따리라도 사드려야죠. 서울로 오시면 꼭 기별해 주세요. 사부님께는 말로 때웠지만 저도 사람 가리거든요. ㅋ
(사모님께 미움 살까 봐요. 쉿, 조용...) 그 댁은 괜찮죠? ㅎㅎㅎ
그래서 어르신들 앞에서는 감히 엄살인 듯 싶어 내놓을 수 없는 글이죠.
고명딸로 너무 편히 자란 저의 허물이 왜 아니 없겠어요. 그러나 그릇의 차인지 부덕의 소치인지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더라고요.
사람이야 내 사랑의 몫에 적당했을 테지만 평생의 업은 아이들이지요.
그 때에는 아이들에게 아무 문제도 없고 오직 그 사람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아이들 때문에 사는 어미가 되어 그들에게 전가되는 삶의 굴레를 안겨주고 싶지도 않았구요. 변명이 너절해 지겠네요. 어머님, 훌륭하세요. 아들에게 떳떳 하시니까요.
초코릿 한 보따리라도 사드려야죠. 서울로 오시면 꼭 기별해 주세요. 사부님께는 말로 때웠지만 저도 사람 가리거든요. ㅋ
(사모님께 미움 살까 봐요. 쉿, 조용...) 그 댁은 괜찮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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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 [43] 모험은 시작되었다 [4] | 교정 한정화 | 2008.02.01 | 2979 |
545 | [칼럼42]아차! 아차산 역 [1] | 素田최영훈 | 2008.01.28 | 3625 |
544 | [44] 늑대들의 글쓰기와 꿈 그리고 아부? [4] | 써니 | 2008.01.27 | 2659 |
543 | [43-1] 나만의 방에 마징가Z | 써니 | 2008.01.25 | 2988 |
542 | -->[re][43-2] 전설傳說 따라 삼천리 [4] | 써니 | 2008.01.26 | 3307 |
541 | [칼럼036] 노자가 기가 막혀. [3] | 香山 신종윤 | 2008.01.24 | 3027 |
540 | (39) 부활을 꿈꾸는 여전사 [10] | 香仁 이은남 | 2008.01.22 | 3177 |
539 | [42] 눈이 많이 온 날 [3] | 교정 한정화 | 2008.01.21 | 2784 |
538 | 춤추는 영혼의 노래 | 素賢소현 | 2008.01.21 | 2775 |
537 | [칼럼41]영혼이 있는 공무원 [2] | 素田최영훈 | 2008.01.20 | 2617 |
536 | [칼럼035] 어느 출근길 | 香山 신종윤 | 2008.01.17 | 2589 |
535 | [42] 후유증, 문자, 한사발의 커피 [4] | 써니 | 2008.01.16 | 3180 |
534 | (38)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2] | 香仁 이은남 | 2008.01.14 | 2719 |
533 | (37) 날라리의 고민 [2] | 香仁 이은남 | 2008.01.14 | 2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