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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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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9일 07시 59분 등록

삶이 무의미하다는 느낌, 풍요롭지만 아무 기쁨도 없는 삶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느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느낌

 

  당신은 이런 느낌 알고 계신가요? 딱히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왠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수무책 감내할 수 밖에 없는 매우 찝찝한 느낌. 바로 지난 번 편지 제목처럼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그 증상 말입니다.

 

 『사랑의 기술』∙『소유냐 존재냐등으로 익숙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바로 이 느낌에 대한 책입니다. 편지의 처음에 인용한 표현도 그 책에서 따온 것이구요


 에리히 프롬은 이 책에서 세기의 질병이라 불릴 만큼 만연해 있는 이 증상의 원인은 인간이 도구화된 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자칫 삶 전체를 병들게 할 만큼 치명적인 이 증상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남이 바라는 삶을 연기하느라 방치했던 진짜 삶을 되살리는 것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짜 삶이 도대체 뭔데?’

 

 그의 답은 이렇습니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는 것이며, 외부의 영향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타인과 주변 환경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는 것이다.’ 감이 오시나요? 더 알쏭달쏭해지셨다구요? 에리히 프롬 같이 똑똑한 사람들도 뾰족한 대답을 주지 못하는 것을 보니 역시 순간적이나마 통증을 가시게 할 수 있는 진통제에 의지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유일한 해답 아니냐구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구요진짜 삶을 찾아 헤맨 지 10년차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도 그리워하던 진짜 삶은 바로 진짜 삶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자각을 한 이후 걸어왔던 그 파란만장한 시행착오들이야말로 그리 애타게 살고 싶던 진짜 삶에 다름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길 위의 시간들이 마냥 달콤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어쩌자고 이 길에 들어섰나 후회한 날도 많았습니다. 아니라고 했지만 마음 속 한 켠에 품고 있던 대박의 꿈이 평생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에 눈 떴을 때는, 여기는 아니라며 떠나온 그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끔찍한 절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어디에도 희망이 없구나, 내 인생은 정말 여기서 끝났구나싶었으니까요.

 

 그런데요. 삶이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내린 암흑천지에서 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빛 덕분에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빛이 도대체 뭐냐구요


 그 빛은 바로 제 안의 사랑이었습니다. 더 밝은 불빛을 따라다니는 불나방처럼 살던 저였습니다. 그럴 듯하게 포장해 저 자신마저 속여 넘기기도 했지만 실상은 더 사랑받고 더 인정받는 것이 삶의 목표였으니까요


  ‘진짜 삶을 살겠다고 길을 나섰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머물던 곳에서 느꼈던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느낌은 이대로라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그 삶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낼 수 없는 동물이 살기 위해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러던 제가, 외부로부터 받는 사랑과 인정이라는 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밝은 빛이 있을 때는 느낄 수 없던 제 안의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스스로를 안아주고, 절망의 하소연을 싫은 내색도 없이 끝까지 들어주고,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뭐냐고 물어주고, 언제나 곁에 있어줄테니 걱정말고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격려해주는, 제 밝고 화사한 모습뿐만 아니라 찌질하고 모자란 모습까지도 깊이 받아들여주는. 늘 밖에서 찾아 헤매던 존재를 다름 아닌 제 안에서 찾아낸 겁니다. 스승을 따라 진짜 삶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지도 7년차를 맞던 즈음이었습니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는 것이며, 외부의 영향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타인과 주변 환경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는 것이다.’

 

 굳이 에리히 프롬 식으로 해석하자면 여정을 시작하고 7년간은 제 자신의 인격을 탐험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실험과 모색 속에서 저도 미처 모르던 제 안의 오지를 구석구석 답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내 안에는 쓸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구나절망할 무렵 발견한 것이 앞서 말했던 사랑의 빛이었습니다.


 그 이후론 외부의 영향에 일희일비 출렁거리던 파고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게 잦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자 타인과 주변환경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로운가 해로운가로 판단하던 제가 그들 역시 나와 같은 빛과 어둠을 가진 온전한 우주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라던 스승의 말씀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빛을 발견한 이후 3년간의 변화입니다.

 

 10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잘 할 자신 있던 과거의 저는 생각했습니다. ‘10년은 무슨,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1년이면 다 해치울 수 있어!’ 정말로 10년이 걸릴 줄 알았다면, 게다가 10년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내적인 성과라는 걸 알았다면 저는 떠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어마어마한 보물을 찾아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요. 이 의도하지 않았던 성과가 정말로 너무나 좋습니다. 사랑받기 위해 외부를, 심지어는 저 자신마저 이용해야 했던 가여운 존재로 살 때는 모르던, 스스로 양분을 합성하고, 그 양분을 나눌 수 있는  삶은 그야말로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물론 아직은 겨우 씨앗을 찢고 세상으로 나온 어린 새싹이라 앞으로 감당해야 할 어려움도 많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마침내는 숲을 이루고 마는 것이 식물의 힘입니다. 씨앗 밖 세상을 이미 알아버린 제가 숲의 열망을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제가 싹을 낸 곳이 같은 열망을 가진 선배들이 서로를 나눠 가꾸어 놓은 비옥한 토양이라는 것이 또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어쩌면 저는 숲의 한 가운데 우람하게 자리잡은 폼나는 거목이 되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안내하는 작은 풀꽃이면 어떻습니까? 제가 품은 씨앗이 풀꽃의 씨앗이라면 기꺼이 그리 되는 수 밖에요. 미처 그 꽃조차 피우지 못한 새싹으로도 이리 좋은데 굳이 거목을 흉내 낼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축복을 주는 사람>*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mailing&search_keyword=%EC%B6%95%EB%B3%B5&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370926)

 

 오늘은 편지가 많이 길어졌네요. 그래서 진짜 삶은 대체 뭐냐구요? 저는 스스로에게 축복을 줄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삶의 사제가 되어 스스로에게 축복을 남발할 수 있는 삶, 그리하여 마침내 존재 자체가 축복이 되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싶은 바로 그 삶, ‘진짜 삶아닐까요?

 

* 이 글은 20121월부터 20138월까지 총 90여편의 편지를 보내주신출항,『우리는 꿈벗등의 작곡가이자 변경연 공식 가수 최우성님의 글 중에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편지입니다.

 

P.S. 다음 주 화요일은 설날이네요.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그날, 저도 온전히 가족들과의 시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화요편지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다다음주 화요일 다시 뵙겠습니다. ^^

IP *.130.1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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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9 08:26:05 *.111.14.247

지난번 함성모임에서 수희향 선배님의 지난 10년의 과정을 듣고,


오늘 또 이렇게 아난다 선배님의 10년의 과정(7+3년)을 글로 읽어보니,


아직 "진짜 나를 찾는 과정"에 본격적으로 입문도 하지 않는 저는 마냥 아득하게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소개해주신 옛 글 들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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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9 08:41:15 *.130.115.78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일상을 다 포기하고 엄청난 모험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내면의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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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04:56:02 *.144.57.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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