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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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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8일 08시 36분 등록

소세키의 <그 후>: 생존력을 기르는 생각하기

사실 나쓰메 소세키의 책들은 강 상중 교수님의 책을 만나기 전 이미 거의 모든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제가 한 때 왜 그토록 소세키 작품에 빠졌는지는 스스로도 의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년 책 읽기를 지속해왔지만 그 기간 동안 제가 중점적으로 읽은 책들은 전공에 가장 가까운 경제경영부터 시작하여 2차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심리학을 거치며 인문고전 기초를 쌓는 과정으로 넓혀갔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극소수 작가들의 책을 빼고는 문학 작품들은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문학 작품들은 그 안에 품고 있는 시대적 소명과 작가 개개인의 관점이 버무려져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여진 직물과도 같아 어지간한 기본기 없이 시작해선 도저히 제 것으로 흡수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소세키 작품만큼은 거의 전 작품을 읽었는데 그 동기가 가물가물합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사실 그다지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어떤 독서 계획에 의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전체에 빠져버린 경우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바로 강 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소세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바로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나이자 당신이고 그래서 우리의 처절한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거침없이 거대하고 빠른 속도로 우리들을 집어삼킬 듯이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든 나를 지키며 살고자 애쓰며 하나의 개인. 그게 소세키 작품의 주인공이자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 후>에 나오는 다이스케라는 주인공은 참으로 20세기에 쓰여진 21세기 인물이란 생각입니다.

 

<그 후>의 다이스케는 작품 속에서 고등유민이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현대로 치자면 부유한 집안의 부모님 밑에 태어나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이렇다 할 일을 하지 않으며 여전히 부모님에게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 정도일 듯 합니다. 당시 일본은 패전의 아픔을 딛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더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며 국가와 국민 전체가 일심동체가 되어 하루가 다르게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어지러울 정도로 이동 중입니다. 그런 만큼,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변화로부터 한걸음 멀찍이 떨어져 방관자적 모습으로 빈둥거리는 주인공 다이스케는 집 안의 골치이자 사회적으론 잉여 인간에 가까운 반시대적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전쟁 후 경제발전 흐름에 잘 올라타 막대한 부를 거머쥔 다이스케 아버지와 그 대를 이어 스스로의 존재감은 희미하지만 집 안을 굳건히 지키는 다이스케의 형 그리고 앞선 세대의 뒤를 쫓아 분주히 출세 길을 따라 뛰고 있는 다이스케의 친구, 히라오카가 등장합니다. 모두 그 시대가 낳은 시대에 걸맞는 인물들입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대부분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주인공 다이스케를 이해하기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타인들의 삶을 수수방관 지켜만 보는 주인공이 저조차도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치 생명력이 다 빠져나간 투명한 유리 인간인 것 같은가 싶다가도 백합이나 동백꽃을 매개체로 드러내는 그의 생명력은 누구보다 진한, 참으로 희한한 그래서 그 속이 궁금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야기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제는 친구인 히라오카의 아내가 된 미치요를 향한 오래된 마음을 그만의 방식으로 낮고 느리게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결혼 전부터 그녀를 사랑했는데 그 마음을 확인하는데 수 년이 걸려 결국 친구의 아내가 된 다음에야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남편인 히라오카는 다이스케가 미치요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랑 없이 시작한 결혼이 그러하듯 둘 사이는 아이도 죽고 경제 문제도 겹치면서 이미 부부 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어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다이스케는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자신이야말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믿기 어려웠던 건, 일단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자 일생을 방관자적으로 살아온다이스케 이 남자, 직진남으로 대변신을 시작합니다. 우선 미치요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편인 히라오카도 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자신에게 있으니 바로 다이스케가 그 때까지도 경제적으로 철저히 부모님께 의존하는 인물이란 사실입니다. 더불어 그 즈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사업을 예전처럼 확장하지 못하는 늙은 아버지와 그 뒤를 이어받은 형이 지역 유지의 딸과의 정략 결혼을 강요하며 다이스케를 압박해 들어옵니다. 바야흐로 미치요를 사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제껏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생활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집안에서 원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지금까지처럼 순탄하게 유유자적하며 살 것이냐 그로서는 인생 최대의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 때, 다이스케는 생각하기를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운명을 이끌어내었으면서도 그 운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서 높은 절벽의 끝까지 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 첫 번째 수단으로 뭔가 직업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직업이라는 단어만 맴돌 뿐 직업 그 자체가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떠오르지는 않았다. …. 모든 직업을 다 떠올려본 뒤, 그는 방랑자에서 생각이 멈추었다. 그는 분명히 자신의 모습을 개와 사람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는 거지들 무리 속에서 발견할 수가 있었다. 생활의 타락은 곧 정신의 자유를 빼앗아간다는 점에서 그가 가장 고통스럽게 여기는 바였다. 그는 자신의 육체에 온갖 추하고 더러운 색을 칠하고 난 뒤에 자신의 정신이 얼마나 타락할까 하고 생각하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 문장이야말로 주인공 다이스케가 어찌하여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부모에게 기대어 살고 있는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나쓰메 소세키가 경제 발전이 사람들의 정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하여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정신 세계가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 다이스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이스케는 단순히 (작품 속 다른 인물들이 그를 평가하듯이) 단순히 게을러서나 무기력해서가 아니라 쓰나미처럼 몰려와 휴머니티적 요소를 마구잡이로 휩쓸어버리는 자본주의 흐름에 그 나름의 방식으로 온 몸으로 대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얼핏 보기에는 답답해만 보이는 다이스케라는 인물이 어딘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 같은 분위기에 자꾸 끌려들어가게 만든 소세키적 작법입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단을 내리실까요..? 다이스케는 결국 다음과 같은 결단을 내립니다.

 

미치요를 만난 다음 날, 그는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주사위를 과감히 던지는 것과 같은 결심을 하며 일어났다. 그는 자신과 미치요의 운명에 대해서 이제부터 어떤 책임을 져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게다가 그것은 그가 자진해서 떠맡은 책임임에 틀림없었다. 따라서 그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도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무게에 짓눌려 오히려 저절로 발이 앞으로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스스로 개척한 이 운명의 단편을 머리 위에 얹고서 아버지와 맞서 싸울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아버지의 뒤에는 형이 있고 형수가 있다. 그들과 싸운 뒤에는 히라오카가 있다. 그런 난관들을 다 통과한다 해도 철옹성과 같은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개개인의 사정을 조금도 참작해 주지 않는 기계와도 같은 사회가 있었다. 지금 다이스케에게는 그 사회가 완전히 암흑으로 보였다. 다이스케는 모든 것과 싸울 각오를 했다

 

저는 이 문장이야말로 20세기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일본에서 국민 작가로 추대되는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세키는 현대인들에게 말하기를 전 세상과 싸우는 한이 있어도 자신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때, 그 때 비로소 사람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앙심마저도 인정사정없이 붕괴시켜 버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개인은 그 존재감을 도저히 지키지 못하고 허무의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라고요.

 

그런건가..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의 실체란 말인가... ‘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의 삶은 다이스케의 친구인 히라오카와 닮아 있었습니다. 그 어떤 일에도 열정 없이 그저 사회가 추구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인양 그것을 따라 하기에 급급해하며 헉헉대고 뛰어온 지난 날들. 그리하여 어느새 삶이 슬슬 권태로워지며 머리 속은 더 복잡해지지만 그 어떤 명철한 생각도 나지 않는 상태. 저야말로 다이스케처럼 제 안에서 운명을 끄집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남은 인생은 회색빛 모호함 속에서 그저 그렇게 흘러갈 것이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이제라도 강 상중 교수의 말처럼 진지하게 생각을 해서 뻔뻔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잡념이 아닌 생각다운 생각을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아무래도 이번 주말은 설 연휴 끝이라 연휴인 듯 새해인 듯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편안한 주말 보내시며 이제 진짜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그럼 황금돼지해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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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과 사람이요.

올해부턴 더욱더 그렇게 살아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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