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홍
- 조회 수 222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얼마 전, 어릴 적 절친들을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이야기가 나왔다.
아들 둘 다 의사로 둔 친구가 제일 신나게 말을 많이 한다. 들어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큰 아들은 병원의 한 달 인건비로 0억 0만원이 나간다, 둘째 아들은 자신에게 백지수표에 해당하는 카드를 주었으며, 의사 며느리는 자기 아들에게 벤츠를 사주었다는 것이다. 둘 다 개원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으며, 어느 새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은 애기도 벌써 둘을 낳아 양가 부모가 이리저리 돌봐주고 입주 도우미도 있어 한 달에 얼마를 준다는 등 자식들의 성공에 대한 뿌듯함이 온 몸에서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시어머니를 수 십년간 모시고 살았고, 어려운 시동생들을 도와 결혼자금까지 대주는 등 갖은 고생을 한 것을 알고 있기에 드디어 그 결실을 보는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가 되려면 학교 공부에. 인턴 레지던트과정에 10년 이상을 노력해야 한다. 교육비도 엄청나게 든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혹 실수할까 늘 공부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의사 자신도 고통 속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인 그녀도 의사란 고달픈 삶을 선택한 자식들을 위해 불철주야 뒷바라지 해 왔다.
또 옛 부모님들이 그러셨듯이 그녀도 절약 절약하며 살았다.
요 몇 년 전까지도 그녀의 차는 빨간색 제일 작은 차, 티코였던가를 타고 다녔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주차하기 편하다며 그 차를 끌었었다. 심지어 내가 입던 헌 옷 까지 입겠다고 가져간 적도 있었다. 나보다 키가 훨씬 큰 그녀였지만 내게는 팔이 길어 접어 입던 것을 가져간 것이다. 그런 삶을 두 아들이 보았기에 아들들이 부모를 위한다고 생각한다.
두 아들은 나중에 의료선교사로 갈 것이라며 더욱 뿌듯해한다.
그렇지만 남편은 과로와 피로 탓인지 신장에 탈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안 되기에 하루 세끼 꼬박 식사를 준비해야 된다니 잠시라도 그녀가 게으름을 떨 시간은 언제 주어질까. 이렇게 아버지들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식을 위해 일하다 병들기도 하는데 이상한 유머로 아버지들, 남자들의 사기를 은연중에 꺾는 많은 말들을 하거나 퍼뜨리는 자들을 나는 미워한다.
또 의사 형제나 며느리들 사이에 혹여 작은 경쟁이라도 일어날까 말 한마디, 행동하나 조심하면서도 기본은 엄격하게 이끄는 그녀를 보면 제대로 된 가정교육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또 한 친구도 두 아들 중 한 아들이 의사여서 그녀의 얘기를 열심히 듣는다.
벌써 혼자가 된 이 친구는 한 아들과 함께 살면서 또 다른 아들이 혹여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지만 남편이 돌아갔어도 아들들이 그 여백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면 이 세상에 가장 귀한 일은 가정을 이루어 후손들을 키워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구저러구 말 말고 자식을 잘 키우는 일이다. 요즘 결혼도 안한다, 애도 안 낳는다 하는 풍조를 걱정한다. 장례식장에서 그래도 울어주는 사람, 끝까지 옆을 지켜주는 사람,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겠는가.
.
외사촌 오빠는 일요일마다 자기 아버지를 뵈러 오면서 '우리는 여기가 교회야' 하는 말을 한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이 말이야말로 우리가 소홀히하던 가족간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요 얼마전 혼자 된 이모 옆에는 두 아들이 번갈아가며 엄마 옆을 지킨다.
외사촌 동생이 '엄마는 일찍 아버지를 따라가지 마세요, 이제 혼자 편히 쉬고 계시는데' 해서 웃었다.
글을 쓰다보니 부끄러운 마음 한량없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12 |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 | 앤 | 2009.01.12 | 205 |
5211 |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 | 지희 | 2009.01.20 | 209 |
5210 |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 | 지희 | 2009.02.10 | 258 |
5209 |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 | 앤 | 2008.12.29 | 283 |
5208 |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 | 앤 | 2009.01.27 | 283 |
5207 |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 지희 | 2008.11.17 | 330 |
5206 |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 정승훈 | 2017.09.09 | 1660 |
5205 |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 모닝 | 2017.04.16 | 1663 |
5204 |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9 | 1717 |
5203 |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 뚱냥이 | 2017.09.24 | 1746 |
5202 |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 | 송의섭 | 2017.12.25 | 1749 |
5201 |
결혼도 계약이다 (이정학) ![]() | 모닝 | 2017.12.25 | 1779 |
5200 |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아난다 | 2018.03.05 | 1779 |
5199 |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 | 해피맘CEO | 2018.04.23 | 1789 |
5198 |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 보따리아 | 2017.11.19 | 1796 |
5197 | (보따리아 칼럼)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은? [4] | 보따리아 | 2017.07.02 | 1797 |
5196 | 12월 오프수업 후기 | 정승훈 | 2018.12.17 | 1798 |
5195 | 일상의 아름다움 [4] | 불씨 | 2018.09.02 | 1803 |
5194 |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 윤정욱 | 2017.12.04 | 1809 |
5193 | 감사하는 마음 [3] | 정산...^^ | 2014.06.17 | 1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