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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2일 07시 32분 등록
울어야 한다. 울어라. 내 글로써 내가 울고 내 열정으로 피를 토해야 한다. 산고란 죽음과도 같은 것이다. 하나의 핏덩이가 태어날 때 어미는 혼절할 만큼의 피와 땀을 쏟아낸다. 그것은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처럼 아뜩함이다. 황량한 잿더미 위의 벌건 불씨였다. 신이 나에게 보여주는 가장 절정의 정직한 모습이었다. 내가 신이 되고 신이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창조의 비밀통로를 뚫고 우주 만물의 생성과 생로병사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나로 인해 생명을 싹틔우고 나와 더불어 한 인간의 세상이 열리며 빛의 신비를 만끽하기 위한 질풍노도疾風怒濤를 견디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고통은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에 비하면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순간의 몰입이 그만큼 크고 억센 기운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 고통은 길게 남아있다. 까무러치도록 거친 숨결이었다. 세상의 그 무엇도 그 어떤 애무도 그보다 진실한 열정을 품어내지 못한다. 그보다 찬란한 순간을 몰고 오지 못한다. 생명의 빛은 몰아와 더불어 영혼의 진실한 정수와 육신의 진액과 함께 터지는 것이었다.

너희는 그렇게 태어났다. 나는 그 순간에 너희와 함께 있었다. 도망가지 않았고 도망 칠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이었다. 그때 우리는 신의 가호 아래 둘로 갈라졌다. 비로소 너희는 독립의 존재로서 너의 천복을 누리는 한 마리 아기 새가 되었던 것이다. 고통의 절정은 진실한 자신과의 만남이다. 한 나라의 제왕이고 한 사람의 장군이다. 아무도 없는,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오롯한 존재로서의 자신과 만날 뿐이다. 우주의 섭리와 모든 생명의 신비에 귀 기울임일 뿐이다. 그리고 각자 저마다의 가치대로 살게 될 뿐이다.

내 하나의 존재의 길을 열어 내 몸의 좁은 핏줄을 따라 완고한 뼈다귀들의 철통같은 벽을 뚫고 신이 조각한 비밀의 통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재빠르게 온 정렬의 장엄한 힘을 쏟아 옥문을 벌리면서 나오는 아!, 절체절명의 순간의 찬란한 신비여! 내가 비로소 누군가의 인생에 동참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신처럼 아무런 대가를 누리지 않는 버림의 미학, 자연으로 내던지는 아니 아니 너희들의 천복에 맡겨지는 순간이었다. 칠흑의 밤을 이겨낸 세상의 열림의 순간인 것이다. 세상에서 그것보다 정직한 순간과 그보다 숭고한 사랑이 있었던가. 우리는 진실을 느끼러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닌가.

무엇 때문에 글을 쓰고 무엇 때문에 책을 읽었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인가.

나는 밥을 먹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재능을 살리려고 글을 시작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가 풀어야할 인생에 대해 물음표가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위해 그것 때문에 수형 생활을 하듯 내 삶을 꽁꽁 묶고 지냈던 것이다. 이제 나를 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내 인생의 비밀과 업보와 삶과 내 존재 자체를 위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다.

내 삶이 내 것만이 아니고 내가 혼자 살 수는 없는 것이어서 잠 못 드는 까만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신의 사명에 회기回期란 없다. 우리가 어미 자궁으로 되돌아 갈 수 없듯이 인생은 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다. 나는 흘러가는 어딘가에 있다. 이것이 삶이다. 욕심을 되돌리기 위해 변명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의 나를 좀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많고 많은 여러 놀이 중에 나는 이것으로서 내 인생을 즐길 것이다. 이것으로서 인생을 느끼고 참여할 것이다.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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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3.12 09:58:14 *.227.22.57
누나~ 괜스리 뭉클하네. 글이 누나만의 향기로 잘 뿜어나는 것 같아서 좋네. 잘 읽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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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15 21:53:07 *.36.210.80
ㅋㅋ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거나봐. 쓰면 될 것을 왜 이리 성토를 하는지.
배워가며 쓴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개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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