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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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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4일 10시 45분 등록

이번 가족토론으로 선정한 책은 <묵자> 입니다. 큰 딸과 저는 김경윤 작가의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 (김경윤, 탐)를 읽었고 김경윤 작가의 수업도 대화도서관에서 들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기세춘 작가의 <묵자> (기세춘, 북드라망)를 읽었습니다. 아내가 더 찾아 읽은 책은 윤무학 교수의 <묵자가 들려주는 겸애 이야기> (윤무학, 자음과모음), 제가 더 찾아 읽은 책은 <예수와 묵자> (문익환·기세춘·홍근수, 바이북스)입니다.


<책 소개>


지배당하는 자와 지배하는 자의 철학은 엄연히 다릅니다. 지배당하는 이들을 위해 싸우던 이가 문득 지배자가 되면 철학과 행동이 돌변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만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맛은 영혼마저 잠재웁니다. 지배자들은 권력을 자손 대대 유지하려고 지배자의 가치관을 사회 전 영역으로 펼칩니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종교 등 모든 영역이 지배자의 관점으로 재편성됩니다. 이때 지배자들이 앞세우는 게 피지배자들이 따르던 인물이나 집단입니다. 피지배자들이 따르던 상징적인 인물과 집단이 지배자의 입맛에 맞게 변화하면 생명과 권세가 보장됩니다. 그러나 피지배자의 목소리를 여전히 대변하려 한다면 제거 대상이 됩니다.


기원전 5세기 춘추전국시대, 묵자는 공자와 쌍벽을 이루던 철학자였습니다. 공자가 글귀를 알아보는 귀족의 눈높이에서 철학을 전개했다면, 묵자는 철저히 민중의 시선으로 철학을 전개했습니다. 묵자는 끝없이 일어나는 전쟁을 막으려고 평화유지군을 육성해 공격당하는 나라를 돌며 목숨을 다해 싸웠습니다. 세상이 혼란한 이유가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진정한 사랑은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지배자들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습니다. 유교가 한나라의 국교가 되면서 공자의 가르침이 살아남은 것과 달리, 묵자의 사상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 도교 경전 속에서 묵자가 발견되었고 18세기에 최초의 해설서가 나왔습니다. 실로 이천년 만에 빛을 본 셈입니다.


<독서 토론>


수민) 김경윤 선생님의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를 읽고 수업도 들었습니다. 묵자는 이타주의, 양주는 이기주의입니다. 책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묵자의 이타주의와 양주의 이기주의는 다른 듯 보이지만 똑같습니다.


아빠) 액션영화를 좋아하는데,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를 읽으면서 아주 잘 짜인 액션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탐 출판사에서 청소년들이 인문고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소설로 각색해서 책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책이 존재한다는 게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엄마)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온 <묵자가 들려주는 겸애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동 받았습니다. 묵자는 겸애설을 주장하면서 하늘 아래 남은 없다고 했습니다. 춘주전국시대 끝없이 일어나는 전쟁을 없애고 민중을 살리기 위해 지극한 이타주의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묵자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예수님이 연상됐습니다.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키웠고, 침략전쟁을 방어하기 위해 기술력과 병법을 익히고 발전시켰습니다. 너무 멋지지 않나요? 묵자에 감동받았고 본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실에서 묵자를 따라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기술력도 안 되고 병법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평범한 사람이 묵자처럼 겸애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빠) 묵자는 이타주의를 강조하면서 극단적인 모습을 띄기도 했습니다. 강대국의 침략전쟁을 막기 위해서 일종의 평화유지군을 길러냈는데, 평화유지군은 상명하복의 정신으로 침략전쟁을 막아내지 못하면 스스로 자결도 불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살인을 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묵자 집단의 규율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친아들을 사형에 처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수민) 김경윤 선생님은 수업에서 묵자의 이타주의는 좋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묵자와 양주를 함께 다루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남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그런데 양주가 누구인지요?


수민) 양주는 이기주의자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지킬 때 천하가 풍요로워진다고 했습니다.


아빠) 양주는 중국 고대 사상가인데, 흔히 극단적인 개인주의 혹은 이기주의 사상을 펼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보충설명이 필요합니다. 춘주전국시대에는 국가가 끊임없이 백성들을 징집해서 전쟁터로 내몰았습니다. 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 백성 개개인들은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사회였습니다. 양주는 이런 흐름에 반대했습니다. 일부 특권세력을 위한 침략전쟁에 개개인의 목숨이 함부로 버려지는 것을 반대하려는 게 바로 양주의 사상입니다. 양주는 우리 자신의 삶은 독립적이며 이미 절대적이기에 전체를 위해 함부로 내 놓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는 사상을 펼쳤습니다.


양주가 등장하면서 토론이 길어졌습니다. 묵자 토론은 다음주 월요일에 이어집니다. 고맙습니다.


- 유형선 (morningstar.yoo@gmail.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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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18:01:39 *.129.18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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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08:26:41 *.36.133.35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이번에 제산 선배님의 글을 통해서 양주, 묵자에 대해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토론,,너무나 멋진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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