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素田 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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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간판을 마지막으로 떼어냈다. 3년 동안 정들었던 국민경제자문회의사무처, 이제는 역사 속으로 멀어져 갔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무실이 없어지는 서러움도 아니었다. 다시 또 변화의 순간이 찾아오는 두려움이었다. 직장을 짤린 것도 아니고, 공무원 신분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서러울까? 짧지 않은 파견 생활이었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 열심히 일을 했고 좋은 경험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다시 또 맨주먹으로 시작을 해야 하는 현실이 서러운 것이었다. 다시 또 복귀해야할 직장이 눈에 보였고, 어느 부서에 가서 근무를 해야 하는가? 5년 후의 미래가 내 옆에 있는 5년 선배의 모습이 되는 현실이 눈앞을 가렸다.
변화는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왔다. 다른 사람의 변화에, 없어지는 부처의 소식에 그럴 수도 있다는 수긍이 되었다. 막상 나 자신의 변화의 순간에는 맥이 빠졌다. 변화의 순간이 아닌, 치욕의 순간이었고 그 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한 단죄의 순간이었다. 사무처 폐지 소식이후에 지루한 나날이 지속되었다. 정부조직법의 국회 지연, 그리고 국회 의결에서 뒤 바뀌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였다. 혼돈의 틈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보았지만, 사무처같이 조그만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지겨운 숨통을 끊어내는 일을 하였다. 기록물을 정리했고, 물품들을 정리하였다. 문서함 속에 있는 수많은 문서들을 보면서 지나온 나날들이 생각났다. 지난 해 멋지게 만들었던 기록관실도 원상 복구되어 사무실로 다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그리웠다. 하루가 지나고, 사무처 사무실에 입주하는 부처가 정해졌다. 입주하는 기관의 직원들도 있을 곳이 없어서 우리 사무실로 출근을 시작했고, 어느 날 우리 사무실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근무하는 사무실을 보니 썰렁하였다.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처음 사무처로 왔을 때의 낯선 느낌보다도 더 심했다. 사무실을 다시 배치하고 집기가 들어오면서 내 자리는 회의실 한 구석으로 내몰렸다. 다시 다음날에는 그 책상도 없어졌다. 내 자리가 없는 사무실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송별회를 개최했다. 마지막이라는 말, 어쩌면 인생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가식의 말이 아닌가 한다. 질질 끌던 미적지근함이 아닌 이제는 끝났다. 끝이 났다는 후련함이 있었다. 사무실이 없어지면서 직원들은 돌아갈 곳을 찾기 바빴다. 현재 소속 부처에 근무하던 사람들도 자리가 없어지는 마당에 파견 나온 직원들까지 챙겨줄만한 여유가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죽음이라는 말과 새 생명이라는 말이 오갔다. 우울했던 처음 분위기가 점점 따스함을 만들었고 마지막에는 뜨거운 열정이 넘쳤다. 죽음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보았다. 우리는 다짐했다. 죽음은 창조의 가장 확실한 조건이고 방법이다. 우리는 모두 오늘 사무처와 함께 죽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힘든 날이 되겠지만,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안부를 묻고 앞날을 기원해주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우렁찬 목소리로 건배를 하였다.
굿바이 국민경제자문회의사무처.
내 인생의 새로운 경험과 많은 사람들을 안겨준 사무처,
너에게 나의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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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왔다. 다른 사람의 변화에, 없어지는 부처의 소식에 그럴 수도 있다는 수긍이 되었다. 막상 나 자신의 변화의 순간에는 맥이 빠졌다. 변화의 순간이 아닌, 치욕의 순간이었고 그 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한 단죄의 순간이었다. 사무처 폐지 소식이후에 지루한 나날이 지속되었다. 정부조직법의 국회 지연, 그리고 국회 의결에서 뒤 바뀌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였다. 혼돈의 틈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보았지만, 사무처같이 조그만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지겨운 숨통을 끊어내는 일을 하였다. 기록물을 정리했고, 물품들을 정리하였다. 문서함 속에 있는 수많은 문서들을 보면서 지나온 나날들이 생각났다. 지난 해 멋지게 만들었던 기록관실도 원상 복구되어 사무실로 다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그리웠다. 하루가 지나고, 사무처 사무실에 입주하는 부처가 정해졌다. 입주하는 기관의 직원들도 있을 곳이 없어서 우리 사무실로 출근을 시작했고, 어느 날 우리 사무실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근무하는 사무실을 보니 썰렁하였다.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처음 사무처로 왔을 때의 낯선 느낌보다도 더 심했다. 사무실을 다시 배치하고 집기가 들어오면서 내 자리는 회의실 한 구석으로 내몰렸다. 다시 다음날에는 그 책상도 없어졌다. 내 자리가 없는 사무실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송별회를 개최했다. 마지막이라는 말, 어쩌면 인생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가식의 말이 아닌가 한다. 질질 끌던 미적지근함이 아닌 이제는 끝났다. 끝이 났다는 후련함이 있었다. 사무실이 없어지면서 직원들은 돌아갈 곳을 찾기 바빴다. 현재 소속 부처에 근무하던 사람들도 자리가 없어지는 마당에 파견 나온 직원들까지 챙겨줄만한 여유가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죽음이라는 말과 새 생명이라는 말이 오갔다. 우울했던 처음 분위기가 점점 따스함을 만들었고 마지막에는 뜨거운 열정이 넘쳤다. 죽음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보았다. 우리는 다짐했다. 죽음은 창조의 가장 확실한 조건이고 방법이다. 우리는 모두 오늘 사무처와 함께 죽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힘든 날이 되겠지만,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안부를 묻고 앞날을 기원해주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우렁찬 목소리로 건배를 하였다.
굿바이 국민경제자문회의사무처.
내 인생의 새로운 경험과 많은 사람들을 안겨준 사무처,
너에게 나의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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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애썼습니다. 우리가 가장 답답할 때 찾는 것은 누가 뭐래도 공무원입니다. 높으신 양반들 말고 일선 공무원이 잘살아야 국민이 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질적으로 우수한 공무원이 많아야 공무원다운 행정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먼저 죽기만 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전과는 다르게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힘껏 낼 수 있는 풍토로 이어지는 사회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대는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공무원 가운데 한사람이 이고 앞으로도 그 길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이 봄에는 화사한 봄꽃들처럼 행복한 공무원이 되시길.
공무원은 먼저 죽기만 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전과는 다르게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힘껏 낼 수 있는 풍토로 이어지는 사회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대는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공무원 가운데 한사람이 이고 앞으로도 그 길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이 봄에는 화사한 봄꽃들처럼 행복한 공무원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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