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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17시 21분 등록
내가 그 벽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불과 열흘전쯤이다. 그런데, 이것이 강렬하게 나를 잡아 끈 것은 기존에 알고 있던 어떤 것과 무척이도 닮아 있어서이며, 또한 나의 내면의 무엇인가와 크게 공명을 하기 때문이다.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생이 나오게 하는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내게 다가 온 이 벽은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기도를 그리는 벽'이다. 마라레테 브룬스의 책에서는 이 벽의 존재를 1/2페이지도 안되게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흰색의 상징을 설명하려고 하는 부분에서 등장하는 데, 흰색은 모든 것의 완성이고, 그리고 또한 시작이다. 책에서는 벽보다는 그 벽을 모두 지워버리는 흰색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게는 그 벽의 존재에 대해서, 그 벽의 의미가 색보다는 더 강렬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싸탈 휘익에 사람들은 약 8천년 전부터 하얀 바탕 벽위에 신에 대한 기도를 묘사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이 그림 기도가 은총을 받아 이루어지는 즉시 흰색의 이중성이 작용한다. 즉 새로운 석회층이 해결된 그림 기도를 지웠고 동시에 새로운 기도를 위한 순수하고 맑은 처녀적인 바탕을 만들었다.'- 마가레테 브룬스의 [색의 수수께끼] p236 중에서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읽고 모닝 페이지를 쓰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책의 앞부분의 지침에 따라서 서약서를 작성했다. 그 서약서는 내 안의 창조성을 일깨우겠다는 결심이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의 어떤 힘과의 계약이다. 나는 그 서약서의 아래부분에 나름대로 문구를 하나나 더 붙여 두었다. 내게 보이는 모든 것, 주시는 모든 것을 모두 받아들이겠으니 나를 열어달라는 간구였다. 그것을 덧붙여 만들 당시 나는 꼭 우주의 절대자와 계약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도를 그리는 벽'을 보았을 때 몇 주전에 작성한 그 서약서가 생각났다. 꿈을 그리는 화가, 그리고 또 하나 '5천만의 꿈, 5천만의 역사'도 생각났다. 자신의 마음에 그려지는 것을 영상으로 나타내는 것, 자신이 바라는 것들의 이미지를 수집해서 눈에 뜨는 것에 붙여 두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적은 쪽지를 지니고 다는 것. 이것 또한 이들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5천만의 꿈에서는 과거가 된 아름다운 풍광 10가지를 생생하게 글로 표현해둔다. 이미 이루어진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현재형 혹은 과거형으로 서술한다.

한순간에 환희에 휩싸여서 책을 읽은 즉시 나는 이것을 단편소설로 구성할 것을 생각했다. 구성처럼 이야기를 술술 풀어지지 않았다. 고대의 유적을 탐사하는 사람이 벽화의 존재를 발견하는 이야기와 그 조각을 떼어서 이동하는 것,그 조각을 간직하고 있는 곳에서도 고대와 같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그리고, 그 벽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이 '기도를 그리는 벽'을 만들어 내는 것. 이야기의 구성은 그렇게 생각했는데, 구성에서 그치고 글은 진전이 되지 않았다.

이 벽과 닮은꼴이 이곳 변화경영연구소에도 존재한다. '5천만의 꿈'이 여기에 연결된 것은 그것의 기본 구조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 기도를 그리는 사람, 그것이 이루어 지는 것, 이루어 진 후 다시 흰 벽을 만들어 내는 것. 벽을 그렇게 새로 태어난다.

매번 신과의 계약은 가장 순수한 색인 흰색으로 시작한다.

나는 가끔은 기도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기도를 하는 사람이 두려워 하는 것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가 아니라, 그것이 이루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나는 기도를 하면, 기도로 신의 은총을 끌어당기려 했다면, 기도를 해서 신을 움직이게 했다면, 기도를 하는 그 사람도 신을 움직이게 했으니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두려움에 기도를 하지 못한다. 신을 움직이게 만들테니까.

기도를 그리를 벽은 그런 의미이다. 내 자신의 꿈을 그리는 것은 내게 그런 의미가 있다. 아주 강력한 계약 하나를 맺는 것이다.

책에서는 색에 대해서 말하는 데,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 했던 것 같다. 책의 집중으로 돌아가 본다면, 그것은 시작을 의미하는 흰색이다. 흰색. 흰색의 상징은 결혼식장의 신부를 생각하면 쉽게 드러난다. 결혼 서약을 하는 신부들은 흰색의 드레스를 입는다(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문화가 어느 정도 전파된 지역에서는). 흰색은 이전 것을 다 덮고 새로 시작하는 색이다. 그것이 첫번째 결혼이건, 혹은 다섯번째이건, 신부는 흰색을 입는다.

기도를 그리는 벽에 흰색을 입혀야겠다. 두려움, 것은 언제나 존재한다. 내 옆에 붙어서 항상 나를 쓰러뜨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 중에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벽에 흰색을 입히고, 기도를 하나 그려 넣어야 겠다.

그리고, 신을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나도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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