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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3일 01시 16분 등록



한주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에 못다한 이야기를 빨리 들려드리고 싶어서 오늘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그럼 지난 주에 이어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마산의 할아버지, 파르미자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

파르미자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는 이탈리아 북부 포(Po)강 부근의 파다나(Padana) 평원에 위치한 파르마(Parma),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 모데나(Modena), 볼로냐(Bologna), 만토바(Mantova) 등지에서 생산됩니다. 이 중에서 파르마와 레지오 에밀리아의 지명을 따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가요?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처음 듣는 어려운 말이라 해도 파마산 치즈는 들어봤을 겁니다. 맞습니다. 피자 가게에서 피자 위에 뿌려 먹으라고 주는 초록색 통에 들어있는 가루 치즈인 파마산 또는 파르메산(parmesan)의 원조가 바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입니다. 파르메산은 미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이 치즈를 만들어서 가루로 팔면서 부르게 된 이름인데요, 원조인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와는 다르니까 손자 뻘쯤 되겠네요. 사실 피자 가게에 있는 파마산은 그마저도 자연치즈인 파르메산이 아니라 파르메산 가루에 다른 분말과 첨가물을 넣어 혼합한 가공 치즈가 대부분 입니다. 마트나 온라인 마켓에서는 가공 치즈와 100% 파르메산 가루를 함께 팔고 있으니 구매할 때 확인이 필요합니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이탈리아에서 치즈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많이 소비되는 고급 치즈입니다. 최소 1년 이상 숙성시키기 때문에 매우 단단한 경성치즈(hard cheese)로 발효 버터, 말린 파인애플, 견과류 향기 등 독특한 향과 감칠맛이 특징이지요. 얼마나 귀한 치즈인지 중세에는 화폐로 통용되기도 했습니다. 중세 뿐만이 아닙니다. 현대에도 이탈리아에서는 숙성 중인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의 숙성고가 있는 은행에서는 전문가가 치즈의 숙성 정도를 관리해서 철저하게 품질을 유지 한다고 하네요. 은행의 담보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한 노력이겠지요.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에게 숙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요, 숙성기간에 따라 맛과 먹는 방법, 이름이 달라집니다. 1~2년간 숙성한 프레스코는 가장 순한 맛이 납니다. 2~3년 숙성한 베키오는 프레스코 보다는 좀 더 짭짤한데, 식사 중에 먹거나 와인 안주로 먹기 좋습니다. 3년 정도 숙성하면 맛이 최고조에 달하는데, 이를 스트라베키오라고 부릅니다. 스트라베키오는 단단하고 작은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어 잘 부서지기 때문에 주로 갈아서 먹는데요, 짠 맛도 있지만 단맛과 깊은 감칠맛도 뛰어나서 파스타, 리조또, 라비올리 등의 요리에 조미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그냥 작게 쪼개서 꿀이나 포도, 호두 등과 먹어도 좋습니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특히 오래 숙성한 스트라베키오는 마찬가지로 오래 숙성해서 무게감 있는 이탈리아산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parmigiano.png

출처: https://www.caseificiosansalvatore.it/ita/126/parmigiano-reggiano-72-mesi/


낙원의 음식 라비올리

몇 년 전 한달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피자도 스파게티도 아닌 라비올리였습니다. 코케인의 치즈로 만든 산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중세인들의 꿈의 음식, 바로 그 라비올리입니다. 라비올리는 파스타의 일종인데, 일반적인 파스타와는 달리 면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든 피에 소를 넣어 만드는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데요, 속을 꽉 채워 푸짐하고 크게 만드는 우리의 만두와는 다르게 속을 조금 넣어 납작하게 만듭니다. 소는 고기, 생선, 시금치, 버섯 등 다양하게 넣을 수 있는데, 빠지지 않고 꼭 넣는 것은 치즈입니다. 주로 리코타, 모짜렐라 등 생치즈와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등 짭짤한 경성치즈를 섞어서 넣습니다. 간을 맞추고 풍부한 맛과 식감을 위해서겠지요. 채소나 고기 등 다른 재료 없이 네가지 종류의 치즈만 넣어서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콰트로 포르마지(quattro formaggi, 네가지 치즈)’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만든 라비올리는 끓는 물에 삶아서 건져낸 뒤, 토마토 소스나 크림 소스를 넣고 살짝 끓여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를 뿌려 먹습니다.

어려울 것 같지만 만들어진 라비올리와 소스를 사서 요리한다면 라면 만큼이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라비올리를 가장 많이 먹었던 이유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이탈리아의 마트에는 우리나라 마트의 냉동만두 코너처럼 라비올리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종류도 그만큼 다양하게 있고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포치니 라비올리였습니다. 포치니 버섯과 리코타, 모짜렐라 등을 넣어 만든 라비올리지요.



ravioli.png

출처: https://www.recipe30.com/best-home-made-fresh-ravioli.html/


한국에 돌아온 뒤 포치니 라비올리가 너무나 먹고 싶어서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라비올리 제품을 파는 곳도 이탈리아 식당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지요. 마트에서 만두피를 사고, 구하기 어려운 포치니 버섯 대신에 표고버섯과 리코타 치즈를 넣어 라비올리를 만들었습니다. 라비올리를 삶은 뒤, 역시 마트에서 구입한 토마토 소스에 넣어 먹었는데그 맛이 아니더군요. 아니 너무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표고버섯이 문제였는지, 만두피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정성을 다해 빚은 라비올리를 모두 버리고 말았네요.

얼마전에 다시 검색해보니 이번에는 이탈리아산 라비올리를 수입해서 파는 온라인 상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포치니, 콰트로 포르마지, 시금치 등 종류도 다양하게 있네요. 조만간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아쉽지만 치즈 산이 있고 와인 강이 흐르는 코케인은 없습니다. 성벽을 둘러싼 죽을 다 먹는다 해도 슐라라펜란트에 들어갈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중세인들이 낙원에서나 맘껏 먹을 거라 여겼던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를 넣은 라비올리와 와인을 즐길 수는 있습니다. 오늘, 내 방에서 나만의 코케인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이번 주도 여러분만의 코케인에서 맛있는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치즈의 지구사>, 앤드류 댈비,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1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구혜영 옮김, 예문사, 2014


<내 미각을 사로잡은 104 가지 치즈수첩> 정호정, 우듬지, 2011


<잘 먹고 잘사는 법 046, 치즈> 이영미, 김영사, 2004


<500 치즈> 로베르타 뮤어, 구소영 옮김, 도서출판 세경, 2012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2019년 구본형 사부님 6주기 추모미사 & 추모제

삼월산수유 가지마다 꽃망울이 달리고, 목련도 겨울을 보냈던 털옷를 벗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사월이 되면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되겠지요. 벚꽃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삶의 봄처럼 다가와 주셨던 그 분. 구본형 사부님의 6주기 추모미사와 추모제가 열립니다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참석 가능하신 분들은 미리 댓글 남겨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http://www.bhgoo.com/2011/853712

 

2. [출간소식『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연지원 .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지원 연구원의 신간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가 출간되었습니다이 책은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나 지적 허영이 아닌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교양’과 ‘교양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교양이라는 파랑새를 발견하는 행복한 여행을 위한 보물지도이자 안내서로 지혜를 사랑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하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3853

 

3. [팟캐스트]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이번 팟캐스트 책은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입니다. 5기 류춘희 연구원이 함께 했습니다. “어린 시절 몸에 각인된 자연을 다시 감각하기 위해 시를 읽는다”, “시는 관념이 아니라 행동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평상시 시詩를 열렬히 사랑하는, 시詩를 읽는 시인詩人 류춘희 연구원의 시詩 이야기,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876491


IP *.180.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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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8:44:24 *.111.28.72

아직 한번도 못가본 이탈리아에 가게되면 라비올리를 꼭 먹어봐야겠습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어디론가 해외여행 가기전에 알로하 선배님의 글 처럼 자세하게 적혀진 그 나라 그 지방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서 그곳에서 그 음식을 먹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쩜 찾아보면 이미 책으로 나와 있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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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23:57:39 *.180.157.29

네. 이탈리아에 가시면 꼭 라비올리를 드세요~^^

식당에서 드셔도 좋지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있는 숙소에 머물면서 만들어 드시는 거 추천드려요.

굿민님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더 맛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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