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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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근대인
엘리베이터를 난생 처음 타는 사람을 보았다. 한 다리는 걸치고 나머지 다리는 망설인다. 두 다리가 모두 엘리베이터 안으로 어렵게 건너왔다. 좌불안석이다. 나는 엘리베이터 구석에서 그를 지켜 보며 설마 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자 흠칫 놀라며 천정과 바닥을 빠르게 번갈아 본다. 오금을 슬며시 굽혔고 핏발이 가시도록 손잡이를 움켜 잡는다. 내릴 땐 살짝 뛰며 건물에 안착한다. 그는 1층에서 탔고 5층에 내렸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라오스 남자에게 멸종된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를 겹친다. 근대인은 멸종했다 믿었지만 오늘 엘리베이터 사건은 마지막 남은 근대인인 그가 현대인에게 가한 회심의 기습이었다. 불현듯 그의 사유가 궁금해진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을까. 18층으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한 인류와 생전 빌딩이라는 곳을 가본 적 없는 인류의 차이가 궁금하다. 그들의 사고체계는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게 같을까. 읽기를 마친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다시 펴 든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생각한 ‘자유인간’을 찬찬히 다시 읽는다. 엘리베이터의 그는 사적영역, 먹고 사는 데 자신의 온 삶을 바치고 있을까. 먹고 사는 일은 그저 그렇게 해결하고 내면의 충일함과 깨달음을 갈구하며 살까. 공적영역의 사회인간으로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