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 조회 수 76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희 집 작은아이는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11살 어린이입니다. 매년 어린이날이면 엄마인 제가 이벤트를 준비했는데요. 올해 어린이날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계획을 세우겠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저는 아이가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특별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작은아이는 엄마와 함께하는 미술관 나들이를 좋아합니다. 평소에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자주 가는데요. 어린이날만큼은 여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검색을 거듭한 끝에 아이가 고른 전시는 K현대미술관의 <나의 어린 왕자에게>展이었습니다. 파주에서 압구정동으로 향했습니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展은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미디어 아트로 구현합니다. 조종사는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면서 어린 왕자와 만납니다. 어른들의 삶에 익숙해져 있던 조종사는 어린 왕자와 만나며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게 됩니다. 전시장에서 작은아이는 어린 왕자에게 양을 그려주고 자신만의 장미꽃을 찾았습니다. 저는 이 문장들을 다시 마음에 담았습니다.
“만일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야 해.”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네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는 거야.”
미술관의 아트샵에서 <어린 왕자> 완역 팝업북을 사서 아이에게 선물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아이는 책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며 다음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어주더군요.
“그건 참 좋을 거야. 나도 별들을 바라보겠어. 별들이 모두 다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이 되겠지. 별들이 모두 다 마실 물을 부어 줄 거야......”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아저씬 오억 개나 되는 방울을 갖게 되고, 난 오억 개나 되는 우물을 갖게 될 테니까......”
“저어, 아저씨...... 내 꽃 말이야...... 난 그 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그런데 그 꽃이 너무나 연약해서 말이야! 그리고 또 너무 순진하고 겨우 보잘 것 없는 가시 네 개를 가지고 세상과 맞서서 자신을 지켜 나가야 하거든.”
어린 왕자가 떠나는 장면에서 조종사와 어린 왕자가 나눈 대화입니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에게 오억 개의 웃음 방울을 선물합니다. 별을 볼 때마다 조종사의 우물을 기억하겠다고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왕자는 자신의 꽃을 생각합니다.
작은아이 덕분에 제가 오히려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매년 어린이날에 <어린 왕자>를 읽어야겠습니다. 모두가 아이 마음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정은( toniek@naver.com) 드림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36 |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가 [1] | 문요한 | 2011.02.16 | 3278 |
3235 | 우리가 불행한 이유 [5] | 김용규 | 2011.02.17 | 3026 |
3234 | 아리오소 arioso, 대범하고 거리낌없이 [1] [13] | 부지깽이 | 2011.02.18 | 6742 |
3233 | ‘금양모피’를 찾아 떠나는 모험 [6] | 승완 | 2011.02.22 | 3480 |
3232 | 마음 맛사지 | 문요한 | 2011.02.23 | 3605 |
3231 | 한 해 글 농사를 시작하며 [2] | 김용규 | 2011.02.24 | 3144 |
3230 | 오늘 아침 아주 기분이 좋다 [2] | 부지깽이 | 2011.02.25 | 4086 |
3229 | 인간, 살아 쉼 쉬는 에너지체 | 승완 | 2011.03.01 | 3591 |
3228 | 마음의 특효약 | 문요한 | 2011.03.02 | 3846 |
3227 | 무릇 자연 앞에 무릎 꿇기 위해서는… [1] | 김용규 | 2011.03.03 | 3312 |
3226 | 다른 사람에게 몰두할수록 나에대해 잘 알게 된다 [1] [4] | 부지깽이 | 2011.03.04 | 4331 |
3225 | 장애물로 디딤돌을 만들다 [4] | 신종윤 | 2011.03.07 | 3064 |
3224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 [2] | 승완 | 2011.03.08 | 3858 |
3223 | 손가락 이상의 의미 [2] | 문요한 | 2011.03.09 | 2792 |
3222 | 옮기기 전에 생각할 것 [1] | 김용규 | 2011.03.11 | 3863 |
3221 | 새벽 2시의 용기 [1] | 부지깽이 | 2011.03.11 | 6969 |
3220 | 풍선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2] | 신종윤 | 2011.03.15 | 3272 |
3219 | 책과 글쓰기야, 놀자! [2] | 승완 | 2011.03.15 | 3013 |
3218 | 나를 돛대에 묶어라 | 문요한 | 2011.03.16 | 3529 |
3217 | 왜 한 빛깔이어야겠는가? [1] | 김용규 | 2011.03.17 | 29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