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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3일 11시 49분 등록

안녕하세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마음을 나누는 편지-가족처방전을 연재하는 김정은입니다. 이번 주 편지는 저의 번역서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를 소개하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는 첫 번역서라는 점에서 저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번역이 처음이지만, 영어 공부가 취미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딱 맞는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영어학습자’에서 ‘번역자’로 정체성이 확장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는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작업한 저의 세 번째 책입니다. 예전부터 언젠가 책을 쓰게 되면 한 출판사에서 책 세 권을 출간해야지 하는 막연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지나치게 긴장하는 저는, 같은 일을 세 번은 반복해야 능력껏 작업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출판사, 같은 편집자와 세 번째로 함께 작업한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는 처음부터 손발이 척척~ 번역, 편집, 일러스트, 디자인 작업과 마지막 굿즈 제작까지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최근 출간된 사춘기 소녀를 위한 책들을 탐독하고 있는, 막 사춘기가 시작된 초등 4학년 작은아이가 자신이 읽은 관련 분야 책 중에 최고라며, 절친 다섯 명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라니 더욱 뿌듯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자신의 몸에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종손부로 두 딸을 낳고 키우면서 지금처럼 딸들의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게 되기까지를 돌아보면, ‘투쟁의 역사’에 가깝습니다.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의 저자 소냐는 여성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자신의 몸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도록 글을 썼습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른 몸보다 나은 몸은 없다!”는 소냐의 목소리를 듣고서 오래도록 제 몸에 각인된 수치와 자기혐오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몸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여성 어린이/청소년과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 수많은 성인 여성에게 이 책이 전해지길, 그리하여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되길 바랍니다.


나는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컸을 정도로 성장이 빨랐다. 사춘기도 빨리 찾아왔는데, 30여 년 전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당시로는 드물게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슴 발달이 시작됐고, 갑자기 커진 가슴이 불편해서 호시탐탐 언니의 브래지어를 노렸다. 유두가 셔츠에 닿을 때마다 시큰거리던 초등학교 5학년의 어느 날, 언니 브래지어를 하고서 학교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온 교실 아이들이 내 가슴만 쳐다보았고, 남자아이들이 내 브래지어 끈을 튕기며 놀려대는 바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그때부터였다. 또래보다 성장 발육이 빠른 내 몸이 싫었다. 중년을 달리는 여자 어른이자 사춘기를 지나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내 몸을 좋아한 적이 없다. 심지어 딸들이 나를 닮아 성장 발육이 빠르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했다. 성조숙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벌벌 떨곤 했는데, 예전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진 지금, 딸들의 성장이 나보다 더 빨리 진행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월경을 빨리 시작하면서 키 성장이 일찍 멈추지 않을까 고민도 커졌다.
 그때 만난 소냐의 글은 딸 키우는 엄마의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을 덜어주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사춘기는 내 몸에 딱 맞는 시기에 온다, 조금 이르거나 조금 늦어도 괜찮다, 올바른 영양 섭취가 사춘기 시작 시점에 영향을 주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사춘기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을 겪을 수 있다, 만 8세 이전에 사춘기 변화를 알아차리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등 이 책은 사춘기 변화의 시기와 대처법을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정확한 정보 전달’에 있다. 소냐는 가슴과 배꼽 아래의 변화에서부터 요동치는 마음과 친구 관계의 어려움까지, 사춘기 소녀들이 궁금해할 모든 것을 재미있고 유용하며 바람직한 예를 들어 들려준다. 이해를 돕는 사실적인 그림도 큰 장점이다. 사춘기가 진행되는 원리를 기차 여행에 비유해 받아들이기도 쉬웠다. 호르몬이 사춘기 기차에 탑승하라고 온몸에 신호를 보내면 성장 급등과 가슴 발달이 진행된다. 물론 겨드랑이와 생식기에 털도 난다. 생식기 명칭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해 질 분비물과 월경까지 순서대로 여정을 따라가면 어느새 사춘기 종착역에 이른다.
 나는 6학년에 초경을 하고서 생리대 접착제를 살갗에 붙이는 바람에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생리대 붙이는 법과 탐폰 넣는 법 등 내 몸에 맞는 생리용품 사용법을 이토록 구체적으로 알려주다니, 이 얼마나 유용한 정보인가? 몸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소냐는 친한 언니처럼 제대로 식사하기, 사춘기 감정 관리하기, 친구 관계와 우정의 변화 받아들이기, 사생활 챙기기와 또래 압력에 대처하기 등 사춘기 소녀의 삶에 꼭 필요한 일상의 팁을 조목조목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이 내게 준 최고의 메시지는 자기 몸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소냐의 글을 읽으면서 내 몸에 믿음이 생겼다. 누구보다 나은 몸이란 세상에 없으며, 내 것이기 때문에 내 몸은 특별하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 몸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몸에 이래라저래라 요구사항이 많고 이렇게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은 이 세상에서, 내 몸의 주인으로서 내 몸을 더욱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비로소 내 딸들의 성장을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소냐의 글에는 힘이 있다. 급진적인 자기 몸 사랑을 실천하는 소냐로부터 에너지를 듬뿍 받았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지구상에 몸에 대한 평가가 사라지고 모두가 다른 사람의 몸을 존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 쟁점이 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물론 외모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을까? 더 나아가 인종 문제, 젠더 갈등,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등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만 8세 이상, 우리나라 나이 열 살 이상의 여자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여자아이가 열 살이 되면 이 책을 선물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나도 노력할 것이다. “사랑스러운 얘들아, 너의 몸을 축하해!”
 -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옮긴이의 말 -


1. 책 정보: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64346

2. 저자 강연: 소냐 르네 테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MWI9AZkuPVg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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