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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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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4일 06시 33분 등록
[황금손 미다스왕의 실수]

요즘 원유, 금, 각종 곡물 등 여러 현물들의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원유는 이미 100달러를 넘어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금 또한 24K 순금 기준으로 1돈(3.75g)에 12만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옥수수, 밀가루 등 현물가격의 시세는 지난해 대비 50% 이상 급등하여 우리에게 싼 음식의 대표주자로 각광받던 자장면이 이제는 더 이상 비지떡이 아니라는 인식을 안겨주었고, 빵집의 갖가지 종류의 빵들은 이제 심심풀이로 먹기에는 오른 가격으로 인해 주머니 사정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푼돈 정도로 한끼 때울 수 있다던 라면의 가격도 이제는 다시한번 고려해 볼 정도가 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금의 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재테크에 밝은 사람들이야 금테크를 통해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렸겠지만 일반인들의 가슴에는 한쪽 가슴에 서늘한 느낌이 들도록 하고 있다. 금은 예전부터 결혼과 더불어 아이들의 돌잔치 선물로써 많이 쓰여졌었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돌잔치 선물은 1돈 정도의 금반지를 준비했었는데 금액상으로는 약 5만원 정도였던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초부터인가 금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여 '07년 4월에는 8만 4천원, 10월에는 9만 4천원, '08년 1월에는 11만원, 최근 4월에는 이미 12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제 돌선물로써의 돌반지는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금 인플레이션인 것이다.

이런 금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서부영화에서 등장하는 금막대기, 즉 골드바가 떠오른다. 황금을 둘러싼 인간 욕망의 쟁탈전! 선과 악의 뺏고 뺏기는 대결이 황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골드바의 무게며, 가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알아보니 세상에나~!! 은행에서 파는 골드바는 보통 1Kg, 500g, 300g 단위로 판매하는데 가격은 대충 따져도 1Kg 골드바가 3천 2백만원, 500g은 1천 6백만원이다. 이 가격도 금시세가 올라감에 따라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정찰가가 아닌 현물시세이다.

금 이야기를 하다보니 황금손 미다스왕이 떠오른다. 미다스왕의 전설이 기억나는가? 헛된 욕망의 대표주자로 그리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범답안으로 주로 등장했던 미다스왕.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제우스신의 아들 디오니소스가 모시던 양아버지 실레노스가 집을 나가 헤매자 미다스왕은 신의 축복을 얻기 위해 그를 집으로 모셔 열흘 밤낮을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잔치를 베푼 다음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낸다.

이 소문을 들은 디오니소스신은 미다스왕에게 큰 선물을 주려고 무엇이든 소원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하였는데, 미다스왕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고 싶어 신에게 "손만 대면 금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그 소원을 들어 주었다.

미다스왕은 뛸 듯이 기뻐 왕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손만 대면 정말 금으로 변하는 지 시험해 보고 싶어 길가에 서 있는 참나무 가지에 슬쩍 손을 대어보니 참나무 가지가 금새 황금으로 변하여 버렸다. 이번에는 길에 뒹구는 돌맹이를 주어 들었더니 돌맹이도 금으로 변하고 잔디를 만지자 잔디도 금으로 변했다. 왕궁에 돌아와서도 의자, 침대, 벽, 커튼, 유리창, 그릇, 책등 닥치는 대로 만져 금으로 변하게 한 다음 정원으로 뛰어 나가 분수대, 꽃, 나무, 풀을 만져 금으로 변하게 하였다. 그러자 왕궁이 온통 황금으로 번쩍 거렸다.

이제 미다스왕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다. 소원을 이룬 왕은 이제 배가 고파 하인에게 식사를 준비시킨 후 잘 차려진 식탁에서 맛있는 빵을 집어 먹으려고 하니 빵이 금으로 변하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집으면 모두 금으로 변하여 먹을 수가 없었다. 목이 타는 미다스왕은 포도주를 벌꺽벌꺽 마시는 데 포도주 또한 금물로 변하여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갔다. 물을 마시려 해도 금물로 변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이를 어찌하나 꼼짝없이 굶어 죽게 되었구나!’하고 미다스왕은 크게 탄식하였다.

"아무리 금이 많으면 무엇하고 부자면 무슨 소용이 있나.............."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 신에게 또 다시 소원을 말하였다.

"신이시여! 황금도 싫고, 부자도 싫습니다. 제발 제 손에서 금으로 변하는 힘을 빼 주세요"
그러자 디오니오스 신은 다시 미다스왕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팍타로스 강이 시작되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곳에 머리와 몸을 담가라, 그리고 네 욕심을 깨끗이 씻어라"

미다스왕은 몇 달을 굶으며 걸어가 강물이 시작되는 물에 몸을 깨끗이 씻자 금으로 변하는 힘이 물속으로 잠겨 강으로 떠 내려갔다.

이제 미다스왕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다만 서 있던 자리에 모래가 황금으로 변하여 지금도 그곳에는 황금모래가 남아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마 그 당시도 금은 부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다스왕도 소원으로 금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한가지 있다. 지금과 같은 금값의 폭등을 예상했더라면 구지 자신의 손으로 금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경제학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만 조금만 알았더라도 그는 더욱 쉽게 부자가 되었을 것이고 후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미다스왕은 다음과 같이 소원을 이야기 했어야만 했다.

“세상에 있는 모든 황금을 저에게로 모아 주세요!”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아마도 그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황금손이 아닌 황금을 떡 주무르는 주무르는 ‘황금의 주인’ 미다스왕으로 불렸을 것이다. 만약 전설이 이렇게 바뀌어 지금까지 유효하게 전해진다면 지금의 금값은 아마 껌값에 해당하지 않았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IP *.178.3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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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14 09:06:16 *.244.220.254
재미있는 신화적 해석이네요. 역시 유머감각이 뛰어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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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2008.04.14 11:59:16 *.41.62.236

역시 재무적 관점. 우리 살림 든든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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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4.14 12:46:13 *.248.75.5
재우씨 엉뚱이! 생각이 어디로 튈가 생각하며 읽어내려가니 재미있네요. 내 속에 어떤 내가 있을지 모른다는 재우씨 말이 생각나네요,
나야말로 재우씨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튈까 무척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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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4.14 13:46:58 *.117.68.202
재우형~~
킹꽝짱..
형 나도 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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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정
2008.04.14 13:58:51 *.84.240.105
너무 재밌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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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4.14 15:32:37 *.97.37.242
금값이 그렇게 올랐어요? 아유 미리 좀 얘기 해 주질 않구~~

요즘은 과제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앞으로 재테크 하려면 재우님에게 미리 상의해 봐야 할 것 같구먼요. 나중에 재무컨설팅 한번 해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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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4.14 19:56:15 *.128.229.72

미다스 왕 그놈이 좀 미련해서 그런 '영리한 소원'을 빌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지. 또 바보 같은 짓을 한 번 더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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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4.15 12:54:33 *.122.143.151
거암님.. 당신이 더 재밌어요.. 지점장님의 훗드웍이란..ㅋ ^^

지희님.. 재무적 관점이라.. 경제신화학적 관점이라 하면 어떨까여..^^

소은님.. 이제 한놈씩 한놈씩 잡으러 다니고 있어여.. 제법 많을것 같네여..^^

홍쑤야.. 너 칼럼 사무실에서 다시 읽다가 울뻔했다.. 책임져라..

현정님.. 잠재포스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여.. 5월엔 함 풀어놔 보시져..^^

정산님.. 나두 형아라고 부르면 안될까여? 나두 형없는데..^^ 그리고 재무컨설팅은 영훈님이 전문가랍니다.. 제가 하면 쪽박차여.. 저처럼.. ㅋ

사부님.. 다시 한번 하는 바보짓이 뭘까여? 지금 찾아 보고 있는데..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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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4.15 17:17:59 *.97.37.242


편한대로 하거라, 재우야
나도 3형제중 막내라서 동생이 없거덩

갑자기 동상이 많이 생기네, 이거 좋은거 맞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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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4.15 17:47:17 *.122.143.151
아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주인공이 미다스왕이였군요!!

황금손을 고친 이후 아폴로신(하프)과 판신(피리)의 음악 배틀에 끼었다가 아폴로신의 노여움을 사서 귀가 당나귀귀로 변하고 말았죠. 그 이후는 다들 아시죠?

고로 미다스왕은 허욕의 대명사이자, 모자란 판단력의 대표인물이 되었네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우리 한번 외쳐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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