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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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이라는 잣대 맹자에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농부가 모를 심은 후 빨리 자라도록 하기 위해 모를 조금씩 뽑아 올려 결국 모를 다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의 내가 그랬습니다. 가족여행을 가면서 칭찬을 해주려고 아이들에게 쉬운 문제를 내었는데도 아이들이 틀리자 참지 못하고 꾸중을 하여 즐거워야 할 여행길이 피난길 같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쉬운 문제였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때는 나의 기준을 보편적인 잣대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영어를 배울 때 BE 동사와 DO 동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3인칭 단수 현재형 동사에 S를 붙이지 못하여 꾸중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은 나보다 영어를 훨씬 더 잘 합니다. 아이들에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보고 운동을 하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려다가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관계만 나빠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부부싸움으로 번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때가 되니 알아서 하는 것을 그때는 왜 그렇게 했을까요? 나는 평소에는 자상하고 장점이 많은 아빠였지만 아이들에게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 점만 빼면 나는 단점이 없는 아빠입니다. 아들은 지금도 나와 장난치려고 하고 서른이 넘은 둘째 딸은 아빠 같은 사람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이가 커서 취업준비를 할 때의 일입니다. 아들이 졸업을 하고 몇 번의 면접을 보았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꼭 될 것 같았는데 떨어진 곳도 몇 번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기다렸지만 자꾸 떨어지니 나도 속으로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소개서를 고쳐주기도 하고 면접요령을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계속 떨어지자 아들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풀이 죽어있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네 꽃의 향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아직 네 꽃이 필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걱정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아들은 내 말에 조금 힘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바라던 곳에서 합격통지서가 왔고, 아들은 그때 자신에게 그 말을 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정의 달인 5월도 1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가족에게는 합리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사랑으로 대하는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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