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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0일 19시 26분 등록

이소연이 TV 속에서 방긋 웃는다. 얼굴은 호빵처럼 부풀어 올라 보름달처럼 변했다. 그래도 웃는다. 화상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아나운서와도 대화를 한다. 신기하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이 있는 곳은 우주정거장이다. 지구가 아닌 우주. 하늘도 아닌 우주공간에 그녀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지구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영상통화 휴대전화처럼 말이다. 휴대전화도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가 제대로 안되는데 우주와 지구사이의 화상통화가 저렇게 쉽다니 신기하고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우주에 있는 이소연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가 지구에 있는 나에게로 정신을 돌려보니 손에는 신화 책이 들려있다. 신화라니. 이 우주시대에 거짓말 같은 신화라니. 그것도 벌써 네 권 째라니. 게다가 아직도 읽어야 할 신화 책이 한 권이나 더 남아있다니.

우주정거장과 신화는 몇 억 광년의 거리만큼 멀어 보인다. 거리뿐만 아니라 이미지에서도 티끌만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우주정거장은 지구인이 우주 진출을 위해 만든 전초기지이다. 이소연이 10일간 기거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우주공간에서 체류, 실험,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 16개국이 98년부터 함께 만들기 시작한 우주정거장이다. 2010년 완공 예정이고 총 4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만들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본 것을 떠올리면 된다. 거의 그것과 같다. 최첨단 과학의 결정체이다.
신화는 어떤가. 신화학자인 캠벨의 말에 의하면 신화는 인류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역사 이전의 시대인 지구가 생성될 때부터 있어 왔다는 말이다. 캠벨의 책을 읽다보면 별의 별 들어보지도 못한 종족과 이야기를 무수히 만날 수 있다. 인류가 생기기 이전, 문명이 생기기 이전부터 신화는 있었다는 것이다. 과학이나 합리성 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 믿거나 말거나이고,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치부해버려도 그만이다. 그런데 캠벨은 그러한 신화로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과학과 문명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대의 이야기를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펼쳐 놓는다는 게 말이다. 우주정거장과 신화는, 현재의 시간적 관점에서 본다면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비되는 시점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 눈에 보이는 우주정거장을 믿을 것인가, 눈으로 보기는커녕 거짓말 같은 신화를 믿을 것인가?
그럴듯한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면 당신은 제대로 속았다. 고민하지 말라. 우주정거장과 신화는 대비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주정거장이나 신화나 근원은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그 곳에 기거하는 인간들도, 신화의 시대에 살았던 인간들도 같은 인간이다.
시대가 다르다고? 문명이 다르다고? 과학이 다르다고? 시대가 다르다는 게, 문명이 다르다는 게, 과학이 다르다는 게 대단한 문제일까? 그래서 그때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이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은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싸우고, 고통받고, 죽어가는 것 아닌가. 인간이 무어 달라진 게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캠벨은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가고, 인간이 달에 깃발을 꽂는 것을 보면서도 담담히 말한다. 그것도 신화라고… 신화에서 삶을 배우라고…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과학의 시대에 배우지 못한 삶의 지혜와 성찰을 신화에서 배운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그렇듯이 문제의 근원은 사람이고 삶이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태초의 벌거숭이 시대에도 그건 마찬가지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이소연을 보면서 감탄했다면,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신화를 한 번 보라. 거짓말 같은 신화의 이야기 속에 오히려 더 많은 인간이 있고 더 많은 삶이 가득하다.
과학은 지식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삶은 지식이나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럴 땐 가슴을 한번 열어보고 신화 속으로 풍덩 빠져보라. 누가 아는가. 말 같지도 않은 신화 이야기 속에서 뜻밖에 당신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

IP *.214.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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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4.21 03:57:39 *.41.62.236

'우주정거장과 신화는 대비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주정거장이나 신화나 근원은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이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 차이.
머리 싸이즈도 저보다 작으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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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21 09:57:48 *.244.220.254
신화 속에서 삶과 인간을 읽어내셨군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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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13:02:21 *.64.21.2
사실 캠벨의 책같은 유형과 내용의 책을 많이 안좋아 합니다.
그러기에 내가 쓰는 글들은 잔머리 이거나 글장난일지 모르지요.

그래서 좋은 소식과 안좋은 소식이 하나씩.
좋은 소식은 캠벨의 책이 한권 남았다는거.
안좋은 소식은 알고보니 '인생으로의 두번 째 여행'도 비슷하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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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4.21 13:13:40 *.117.68.202
창형님..^^
그 소식 끝장이내요..ㅋㅋ
얼룩말 비행기에서 던질테니 꼭 두손으로 받으셔야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내려오는 방법과 동일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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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4.21 13:55:19 *.122.143.151
'창'이 누군가 했더니 '인창이형'이었꾸나!! ㅋ

개인적으로는 좋은 소식만 2가지군여!!
하나는, 쪼까 아쉽기도 하지만 캠벨샌님의 책이 한권만 남았다는거..
다른 하나는,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을 작년에 이미 읽었다는거..

칼럼, 잘 읽었구여..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신화를 찾는 것보다,
함 만들어 봄 어떨까 하는 생각이 요즘 부득불 든다는... ^__^
고로 "내가 신화 그 자체이다"라고 외치고 다니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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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4.23 09:32:29 *.127.99.39
일단 4기 조교로서 일일히 댓글을 다는 거암의 사랑의 수고에 대해 감사를 전합니다.


이 칼럼 하나에 신화를 왜 읽어야 하는가의 답이 기냥 압축적으로다 플어놓은 걸 보면 캠벨을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읽은 분 같네여.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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