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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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을게, 므앙펑
걱정 마시라. 모두 말할 작정이다, Muang Fuang. 이곳을 알게 된 건 행운이다. 이곳은 라오스 사람이 다 된 호주 할아버지의 별장이다. 이 분은 30년을 넘게 라오스에 살고 있는데 10년 전 므앙펑에다 자신의 별장을 지었다. 라오스의 구석구석 둘러보지 않은 곳 없이 다녔던 할아버지는 므앙펑을 본 뒤 스파크가 튀었다 한다. 아름다운 별장을 혼자 보기 아까웠는지 지인들을 초대하기 시작했고 입 소문을 타고 지인들에 지인들까지 더해져 일명 Amazing house 로 퍼지기 시작했다. 몇 해 전부터 할아버지는 일반에게 소정의 사용료 (우리 돈 5만 원 정도 된다) 를 받고 별장을 개방했다. 나는 우연찮게 이곳을 알게 됐고 변화경영연구원 동기들이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 이 때다 싶어 이제나저제나 점찍어 뒀던 Amazing house 에 마침내 가게 됐다. 므앙펑은 수도 비엔티엔에서 북서쪽으로 130km 떨어져 있다. 13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차로 3시간 남짓 걸린다.
연구원 동기들은 라오스 므앙펑에 모였다. 우리는 스승을 얘기했고 사랑을 말했다. 밤이 깊어 갈 무렵, 풀벌레 소리와 흐르는 강물 소리에 완전히 젖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별장 뒤 잔디밭에 누웠다. 대자로 뻗어 누웠을 때 모두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탄성. 그렇다, 그 밤, 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별이 아름다운 동네를 무지하게 다녔다. 히말라야 쏟아지던 숭고했던 별 무더기, 알래스카 하얀 눈밭을 더 환하게 비추던 별빛, 지중해 까만 밤을 수놓은 티레니아해의 별. 나는 므앙펑의 별을 본 뒤 밤하늘은 어두운 게 아니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어둠보다, 빛나는 별이 더 많은 밤하늘, 그래서 별의 뒷배로써 어둠이 아니라 어둠의 배경이 별이었던 그 장엄했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나는 이곳에 다녀온 뒤, 다시 가고 싶은 마음에 시름시름 앓다가 가족들과 가기를 손꼽아 기다려 보여 줄 곳이 있다며 손목을 잡아끌고 갔다. 아마 그대가 여행으로 오게 되는 경우라면 이곳을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별장의 주인과 연락이 닿아야 하고 사용료는 직접 찾아가 만나 뵙고 드려야 하니 만만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차를 몰지 않고선 갈 수 없는 동네다. 차를 몰고 가더라도 비포장 시골길에 도로표지판 하나 없는 길을 꺾고, 돌고, 묻고 해야 이를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의 감각 중에 가장 강렬한 것이 시각이어서 사진이 있는 글은 글이 외면당하기 일쑤다. 단 한번 내 글을 버리고 사진을 동봉한다. 묘사할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하거니와 인터넷에 뒤져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상 어느 곳이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이곳은 마음먹는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즐겁게 감상하시고 아름다운 날 되시기 바란다.
므앙펑 가는 길, 비포장 도로는 물소들의 땅이다.
비밀의 대나무 다리를 건너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Amazing house
므아펑 별장의 마루. 이곳에 누워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을 잊는다.
집 바로 밑에는 유유히 흐르는 강이 있다. 이곳에 앉아 다리를 흔들었다.
별장 내부는 주인 할아버지가 곱게 장식했다.
다시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집안에 반얀트리 나무가 무성하다.
한낮이어도 집 앞을 흐르는 강물은 일품이다. 이곳에 별장을 지은 할아버지의
안목에 순간순간 놀랄뿐이다.
동네를 한바퀴 돌면 보이는 광경이다. 들리는가, 벼가 자라는 소리.
강의 이쪽과 강의 저쪽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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