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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00시 50분 등록


와인을 구분할 때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을 구세계(old world), 미국, 칠레, 호주, 뉴질랜드 등을 신세계(new world)라고 부른다고 했었지요. 와인은 신세계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와인을 가져와서 어떻게 정착시켰는지 초기 역사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와인을 만들어도 싸구려 취급을 받던 미국의 와인이, 프랑스 최고 와인들을 꺾고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받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 호주에 이어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신세계 와인, 미국 와인의 역사와 발전을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신세계에 뿌리내린 구세계

“1580년에 우리 가문은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멕시코로 첫 발을 내딛었지. 옷보따리 하나에 포도 뿌리만 달랑 들고 왔었네. 이리 오게, 보여줄 게 있어.”

이 뿌리는 내가 가져 왔어. 조상이 가져온 그 뿌리의 첫 자손이야. 모든 포도나무는 이것에서 비롯됐지. 이건 그냥 라스 누베스(Las Nubes)’ 농장의 뿌리가 아냐. 우리와 빅토리아의 생명의 근원이야. 이젠 자네도 이것들과 우리와 한 가족이네. 자네 생명의 뿌리기도 하지. 자넨 더 이상 고아가 아닐세. 포도를 수확하는 동안은 가족들과 함께 있도록 하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거든

마법 같은!”


영화 <구름 속의 산책(A Walk in the Clouds)>은 멕시코인 영화감독 알폰소 아라우(Alfonso Arau)의 첫번째 헐리우드 작품입니다. 1995년에 제작된 이 영화에는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 안소니 퀸(Anthony Quinn), 데브라 메싱(Debra Messing) 등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로 추천합니다. 포도송이로 시작해 포도밭으로 끝날 정도로, 영화 전반에 걸쳐 포도와 와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온 폴 서던(키아누 리브스)은 전쟁영웅이라 불리지만 실상은 돌아오자마자 아내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초콜릿 세일즈맨이 됩니다. 초콜릿을 팔기 위해 새크라맨토 행 기차를 탔고, 거기에서 그는 포도 수확을 돕기 위해 집으로 가는 빅토리아(아이타나 산체스 지욘, Aitana Sanchez-Gijon)를 만납니다. 그녀는 임신한 채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았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멕시코 귀족 집안 아버지가 자신을 죽일 거라며 두려워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폴은 빅토리아를 도와주기 위해 남편인 것처럼 가장해서 그녀의 집으로 같이 갑니다. 딱 하루만 머물렀다 떠나겠다고 약속과 함께

약속대로 하루만 지내고 떠나려고 새벽에 집을 나서는 폴을 빅토리아의 할아버지(안소니 퀸)가 막아 세웁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이끌고 자신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올 때 가져왔던 포도 뿌리를 심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농장의 기원이 된 포도 뿌리가 묻힌 신성한 곳에서 할아버지는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입니다. 전날 빅토리아의 아버지(지안카를로 지아니니, Giancarlo Giannini)가 폴이 근본을 모르는 고아라며 반대했던 게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그리고 손녀를 위해 하루만 더 머물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미션(mission) 와인

16세기 초에 스페인의 코르테스(Cortes)가 멕시코를 정복한 뒤에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을 선교하기 위해 많은 수도사들이 왔습니다. 그들은 미사에 쓰일 와인이 필요했습니다. 초기에는 스페인에서 조달했지만 당시의 와인은 대서양을 건너는 중에 상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수도사들은 유럽에서 포도 나무를 가져와 신세계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칠레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긴 해안선을 따라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당한 날씨였습니다. 여름이 따뜻하고 겨울은 너무 춥지 않으며 일조량도 많습니다. 기후만 보자면 유럽보다 더 안정적이었지요. 수도사들이 포도 재배에 성공하면서 일반인들도 신세계로 건너와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빅토리아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아마도 이들 중에 한 명이었을 겁니다. 할아버지의 말처럼 초기에는 멕시코에서 포도를 재배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멕시코에 만족하지 못하고 점차 북쪽으로 세력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샌디에고(San Diego)에서 산타바바라(Santa Barbara), 산타클라라(Santa Clara)를 지나 북으로, 북으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까지 진출했습니다. 이 도시들의 또는 산타‘santa’ 즉 성인(聖人)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정복하는 도시마다 미션(mission)이라는 마을을 세우고 원주민에게 카톨릭을 전파했습니다. 역시나 미사에 사용할 와인이 필요했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는 곳마다 포도밭을 경작하고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이 미션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미사주를 미션와인(mission wine)”이라고 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때 미션와인을 만들기 위해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은 아니었을까요. 


하루 더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죠?”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이야.”

이 하루가 1년 운을 결정하네. 애비는 이 일로 빅토리아를 평생 들들 볶을 거야. 난 내 아들을 잘 알아.”

그래요. 할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딱 하루만 더 있을 게요.”


빅토리아 집에서 운영하는 포도농장의 이름은 라스 누베스(Las Nubes). 스페인어로 구름입니다. 아침마다 대서양에서 올라오는 안개 때문에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지었겠지요. 영화 제목 <구름 속의 산책>구름(라스 누베스, Las Nubes) 농장을 걷는다는 말이지만, 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구름속의 산책.jpg

영화 <구름 속의 산책(A Walk in the Clouds)>의 한 장면


1년 동안의 고생이 결실을 맺는 날. 그날은 빅토리아의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할아버지의 설득에 넘어간 폴은 하루 더 남아서 수확을 돕기로 합니다. 이후 영화는 빅토리아의 아버지와 가짜 사위 폴이 경쟁적으로 포도를 수확하는 장면, 여인들이 큰 통 속에 들어가 신나게 춤을 추며 포도를 발로 밟아 으깨는 장면, 마을 사람들의 흥겨운 와인 축제 장면 등이 유쾌하게 이어집니다. 와인에 취하고 축제의 흥에 취한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폴과 빅토리아의 결혼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 그런데 폴은 유부남. 진짜 아내에게 돌아가야 했지요. 며칠 뒤 폴은 아내와 정식으로 헤어진 뒤에 포도농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폴에게 화가 난 아버지가 몸싸움을 하다가 실수로 포도농장에 불을 냅니다. 단 하나의 포도나무에 붙은 불은 바람과 함께 포도 농장 전체로 퍼지고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말지요. 가족들은 다 끝났다며 낙심하지만 폴은 할아버지가 가져온 포도 뿌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발견합니다. 다 타버린 광대한 포도밭도 애초에 이 한 뿌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포도농장을 가꿀 희망을 갖습니다. 이번에는 진짜로 가족이 된 폴이 함께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완벽하게 회복된 포도농장입니다. 다시 회복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하나의 포도 뿌리는 수십년의 세월을 거쳐 다시 멋진 와이너리를 만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 소노마 밸리(Sonoma Valley)나 나파 밸리(Napa Valley)의 어느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 얽힌 이야기는 아닐까 싶을 만큼 이 영화는 미국 와인 역사에 대해 생생하고 멋지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사실 미국의 와인 역사는 그렇게 해피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미국 와인의 흑역사와 이를 극복한 기적의 와인은 다음주에 알아보겠습니다.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덥고 꿉꿉하고 짜증나기 딱 좋은 날씨지요. 이럴 때일수록 지치지 않게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 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남는다– 박노진 작가 1

65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남는다> 1편으로남다른 생각과 실행력을 가진 박노진 작가의 우아한 외식업 이야기입니다보통 기업수준 이상에서나 할 법한 원가관리부터 매출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수치화하며 철저히 체계화를 이뤄냅니다이는 수차례 업종 전환을 하면서 쌓은 실무경험과 광우병 사태로 겪은 실패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였다고 합니다또한 장사의 매력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니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083591

 

2. [모집] <내 인생의 첫 책쓰기> 16기를 모집합니다

터닝포인트 경영연구소 오병곤 대표가 2019년 하반기 <내 인생의 첫 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16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좋은 책은 진정성을 담아 자신과 독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실한 책으로 책쓰기를 통해 먼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기획, 집필, 퇴고, 출간하는 책쓰기의 전 과정을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책을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삶의 전환을 꿈꾸는 분들을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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