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 조회 수 100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
1976년 이전에 유럽인들에게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란 그리스 신화 속의 이야기를 의미했습니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목동 파리스(Paris)의 선택 말입니다.
내로라하는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한 자리에 모여 최고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시합을 열게 되었다. 우승자에게는 황금 사과가 주어지는 이 시합의 심사위원으로 이다 산에서 양을 치던 목동 파리스가 낙점되었고, 보조 진행은 헤르메스가 맡기로 했다.
미모만으로는 심사가 어려워지자 여신들은 다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헤라는 부귀영화와 권세를, 아테나는 전쟁의 승리와 명예를,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합니다. 저라면 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파리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프로디테를 선택합니다. 아프로디테는 약속을 지키느라 당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주었지요.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 원정길에 나섭니다. 10년이나 지속된 트로이 전쟁은 이렇게 파리의 심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1976년에 또 다른 파리의 심판이 벌어집니다. 이번에는 여인의 미모가 아니라 와인이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바틀 쇼크(bottle shock) 없이 무사히 파리까지 갈 수 있었던 캘리포니아 와인 스물 여섯 병을 기억하시지요? 그 중의 하나였던 짐의 샤르도네는 블라이드 테이스팅용 와인으로 최종 선정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와인에 문제가 생깁니다. 맑고 투명해야 할 화이트 와인이 갈색으로 변한 것이지요. 다행히도 맛은 그대로이지만 화이트 와인이 갈색이라니… 짐은 힘겹게 만든 500 상자의 와인을 모두 버리고, 다시 변호사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짐의 아들 보(Bo)와 와이너리의 인턴 샘(Sam)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근처 대학교의 와인 양조 전문가를 찾아 자문을 구하지요.
“와인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서 그래. 이 환원주의자 테크닉은 발효 후 숙성 중엔 산소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데, 샤르도네를 만들기엔 최적의 방법이지. 화이트 와인에는 원래 갈색화 효소가 들어있는데 소량의 산소와 접촉해도 중화작용이 일어나. 그런데 산소가 전혀 안 들어갔기 때문에 병에 넣은 후에 갈색으로 변한 것이지. 하지만 일시적이야. 완벽함의 대가랄까. 한 이틀이면 괜찮아질 거야.”
전문가조차 책에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본다는 이 현상은 와인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500 상자의 와인을 되찾고, 짐은 와이너리로 돌아옵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앞두고 그의 아들 보(Bo)가 나파 밸리 와인을 대표해서 파리로 갑니다.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 실제 와인 테이스팅 장면
출처:http://time.com/4342433/judgment-of-paris-time-magazine-anniversary/
5월 24일 운명의 순간을 앞두고, 아홉명의 유명한 프랑스 와인 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었습니다. 그들은 먼저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를 맛 봅니다. 여섯가지의 캘리포니아 와인과 네가지의 부르고뉴 산 와인이었지요. 부르고뉴는 최고의 샤르도네를 만드는 지역입니다. 맛볼 것도 없이 부르고뉴 산 와인이 이기리라 믿었습니다. 당연하지요, 부르고뉴인데… 그런데 결과는 캘리포니아, 샤토 몬텔레나의 샤르도네(1973)가 1위를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 여기며 심사위원들은 좀 더 신중하게 레드 와인을 맛 봅니다. 역시 여섯가지의 캘리포니아 와인과 네가지의 보르도 산 카베르네 소비뇽 이었습니다.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더불어 프랑스 와인의 상징이자 자존심입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보르도 산 와인이 이길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1위를 한 와인은 캘리포니아, 스태그스 립 와인 셀러 (Stag’s Leap Wine Cellars, 1973)의 카베르네 소비뇽 이었습니다. 심사위원 뿐 아니라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은 경악을 했습니다. 그날의 충격은 유일하게 그 자리에 참가한 타임스(Times)의 기자 조지 테이버(George Taber)에 의해 전세계로 알려집니다.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문 닫을 뻔 했던 샤또 몬텔레나는 최고 인기 와인이 됩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고급 와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지요.
파리의 심판의 영향력은 단순히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린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호주, 칠레, 뉴질랜드 등 다른 신세계의 와인에게도 가능성이 열린 것이지요. 즉 프랑스 와인이 세계 최고라는 미신을 깨고, 와인의 민주화를 이끌어 낸 와인 역사의 혁명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역사적인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와 스태그스 리프 카베르네 소비뇽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에 영구 소장품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의 하나로 말이지요.
출처: https://www.pinterest.ca/pin/255508978833183973/?lp=true
화이트 와인의 왕, 샤르도네
샤르도네(Chardonnay, 영어식 발음으로는 ‘샤도네이’라고 함)는 화이트 와인의 가장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샤르도네를 부르고뉴 와인에서 골랐다고 했지요. 부르고뉴 지역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샤블리(Chablis)가 바로 샤르도네의 고향입니다. 샤르도네는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됩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와 맛의 와인이 생산되지요. 화이트 와인하면 떠오르는 상큼한 과일향이 강한 샤르도네가 있는가 하면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오크향과 맛이 가미된 묵직한 느낌의 샤르도네도 있습니다. 이런 샤르도네는 화이트 와인이면서도 레드 와인의 풀바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샤토 몬텔레나의 샤르도네는 어떤 맛일까요? 스티브 스퍼리어는 첫 모금을 마신 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음… 풍부하고 깊은 향에 탕헤르 오렌지, 복숭아 향이 감도는군.”
그리고 두번째 모금을 맛 본 뒤에는 이렇게 말했지요.
“오크향이 살짝 나네요.”
역시 와인 스놉(snob) 답습니다.^^ 하지만 이 와인 스놉 덕에 와인의 미신이 깨졌고, 신세계 와인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으니 미워할 수만은 없겠네요. 와인 뿐일까요. 그 처럼 편견을 내려놓고 마음을 연다면 많은 미신들이 깨질 겁니다. 한번도 안 먹어봤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맛의 세계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 참고문헌
<명화 속 그리스 신화> 이민수, 2011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 어른이
되는 시간– 김달국 작가 1부
67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어른이 되는 시간> 1편입니다.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포항에서 오신 김달국 작가는 1년에 한 편 씩 열 네 권의 책을 썼습니다. 신작 <어른이 되는 시간>에서 김달국 작가는 나이를 먹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육체적으로는 과거보다 못할 지라도 지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게 또 뭐가 있을까요? 김사장, 류, 묙과 함께하는 <어른이 되는 시간> 1편 방송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100594
2. [상시모집]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대1 원데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대1 개별 맞춤형 원데이 워크숍 참가자를 상시모집합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게 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기다움을 펼치며 가장 주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평생 셀프 고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6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