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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5일 17시 26분 등록

독서의 목적을 ‘성적 향상’이나 ‘대학 진학’에 두는 것을 현실에서 자주 목도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므로 학교 성적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논리가 학부모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자녀 학년에 맞춰 어린이 문학과 청소년 지식 도서를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혀 수능 언어영역 시험을 무리 없이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교육 기관에 자녀의 독서를 맡기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모를 리 없지만, 아이들의 독서 시간마저 대학 진학과 연관 지어 입시에 유리한 로드맵을 따라 책을 읽게끔 강요하는 현실이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쌓아 높은 성적을 얻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 특히 인문고전 읽기를 통해 책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삶의 방향을 따라가 보는 것이 진짜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큰아이가 읽은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 사계절)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의 권세에 고개 숙이고 입을 다물고 살겠다고 거짓 맹세라도 했다면 그는 죽지 않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러지 않고 기어이 죽음의 독배를 마셨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를 공들여 읽은 큰아이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진리를 향해 삶을 통째로 내던지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성서를 읽으면서 예수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는 목수 일을 하면서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며 조용히 살 수도 있었습니다. 친척 형님인 세례자 요한이 썩은 권력에 저항하다 참수형을 당하자, 예수는 하느님 나라가 이미 다가왔다고 선포를 하며 소외당한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로마제국과 타협한 종교 권력이 장악한 예루살렘 한복판까지 들어가 희년을 선포하다 결국 정치범으로 몰려 십자가형에 처해집니다.

 

인문고전을 읽으면 가족이나 학교, 직장이라는 공간의 틀과 현재라는 시간의 틀 안에 한정되어 있던 자아가 정체성을 찾고 사회 시스템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읽어내며 궁극적으로 우주적 차원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단 한번 뿐인 우리 삶에서 인문고전은 분명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겁니다. 시인 박노해는 ‘삶에서 진실로 고귀한 것들은 쉬이 가 닿을 수 없는 저 높고 깊고 험한 곳에 숨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인문고전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배우려는 자세를 익힌다면, 일상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유형선 김정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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