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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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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8일 00시 58분 등록
나이지리아 2

저는 지금 나이지리아 라고스 앞바다에 떠 있습니다. FPSO라는 곳으로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시면 어떤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ㅎㅎ

지난 월요일(4월 21일) 밤에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9시간 30분의 비행으로 두바이에 도착해서 4시간을 기다린 후 나이지리아 라고스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라고스에 6시간 30분 후 도착하여 그곳에서 1박 했습니다. 이곳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하루에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95%라고 하니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입국절차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걸리는 곳마다 뒷돈을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 당당해 보입니다. 친절이란 단어는 몇 년이 더 지나야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 모습에서 웃음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여유로운 모습 또한 이곳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부터가 문제인 곳에서 친절, 웃음, 여유 이런 단어들을 떠올렸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문제인 곳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1달러짜리 지폐였습니다.
공항에서 짐을 옮길 때 쓰는 무빙 카트마저 돈을 요구합니다. 세관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최대한 귀찮게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얻어내려는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집니다.

공항을 나서니 총을 들고 다니는 군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모습을 직접 보니 실감난다는 생각보다 빨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스쳤습니다. 하루 지낼 모텔을 들어가는데도 2중 3중의 철책 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밖으로 나가볼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잤습니다..zz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우리 일행은 라고스 국내선 비행장으로 향했습니다.
이거 돗때기 시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마 안내해 주는 가이드가 없었으면 국제 미아가 됐을 겁니다. 짐을 먼저 보내고 비행기 표를 받은 후 대합실로 이동했습니다. 비행기는 언제 탈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곳 직원의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방송으로 나온다” 뜨악~~ 그냥 기다려야 했습니다.

30명 정도 타는 소형 항공기를 타고 파타코트라는 곳에 내렸습니다. 다시 헬리콥터를 타기 위해 헬리콥터 비행장으로 이동 후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FPSO는 바다위에 떠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헬리콥터로 이동하거나 배를 타고 와야 하는데 10명 이내는 헬리콥터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헬리콥터로 나라가며 내려 보는 나이지리아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늪이 많았고 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흔하디흔한 언덕배기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드디어 FPSO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조선소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은 FPSO를 보는 순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육지에서 만들던 배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헬리콥터를 타고가며 보는 모습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제 작년 케나다 앞바다 가스 시추선에 오른 경험 덕분인지 오는 여정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프쇼어(바다 위)의 생활은 육지에서 하는 것에 몇 곱절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곳은 시간이 돈입니다. 쉬는 날도 없이 일해야 하는 곳이니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육지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이곳은 아침 6시 일과가 시작됩니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입니다. 점심식사 후 7시까지 일합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야간일도 합니다. 참 어려운 것은 휴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곳의 한국 사람들은 3개월 연속 근무를 하고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휴가를 나왔다 다시 옵니다. 어떤 사람은 휴가도 못간 채 5개월 가까이를 옵쇼에서 지낸 사람도 있습니다.

케나다 옵쇼어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회사의 근로시간이 참 길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통 선주(발주처-미국, 프랑스) 관련 사람들은 3주 일하고 3주를 쉽니다. 어쨌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국력이 여기까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린 참 열정적입니다. 일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과 다른 외국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이 코리아의 힘이라고 볼 때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외국인은 너무 저돌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 열정이 오늘의 한국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참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을 외국에 나오면 더욱 더 실감나게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이런 우리를 희한한 눈으로 보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빨리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외국 근로자를 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린 빨리 끝장을 봐야 합니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야 집에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감이 우리의 명예입니다.

저는 우리 회사에서 납품한 기계의 동작에 문제가 있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에서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하게 됩니다. 여러 각도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꼭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해결해야 제가 나갈 수 있습니다..ㅎㅎ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현재 몇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1차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이 1차 시나리오는 그동안 아무도 시도해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쉽습니다. 반나절이면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곳 총괄 팀장님과 협의하였습니다. 가능하냐고 물으셨습니다. 별로 할 것이 없는 것에 더 놀라시는 눈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이곳에서는 기계를 어떻게 분리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납품한 기계는 건물 천정에 매달려 움직이는 서스펜션 크래인 이라고 부르는 운반하역설비로 그 무게만 20톤이 넘습니다. 육상에서도 그것을 분리해 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더군다나 바다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합니다.

우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함께 이곳에 온 김과장님과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이야기하면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장경험이 많은 유능한 현장 관리자입니다.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봤습니다. 역시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풀어야 합니다. 어제 현장을 확인해 봤습니다. 우린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단서로 실행 계획을 세워 이곳 시공사와 협의 하였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이 시나리오가 해결책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2차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1차 시나리오로 상당부문 좋아지겠지만 그것으로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신화적 삶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든 자기 자신의 삶은 남과 다릅니다. 똑같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나에 일상이 누군가에 신화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뜹니다. 오늘 주어진 나에 시간을 그곳에 쏟아 붓습니다. 내 삶에 신화로 기억될 일로 꿈꿔봅니다. 고쳐져라! 하면 고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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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4.28 01:42:04 *.41.62.236

캠벨이 가르쳐 준 개인의 신화. '누구에게나 신화적 삶'이 존재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특별한 순간일지도.

다 같이 기를 모아 줄께요. 홍스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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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8 02:44:43 *.36.210.11
길어지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그대여, 뜻대로 고쳐져라! -신화의 현장 홍스~ 그를 응원하는 고국의 누이가 몸살 가운데 응원을 보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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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4.28 09:35:58 *.128.229.163

특별한 모험이구나.
몸 조심하고 건강하게 돌아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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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4.28 10:39:21 *.127.99.34
홍스, 대한민국의 열혈남아,
글에 긴박감이 묻어나네요,
장애를 극복하고 무사히 귀환하여, 우리의 영웅이 되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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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4.28 12:55:41 *.122.143.151
홍쑤야~ 얼쑤다~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홍쑤~ 얼쑤~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편하게

그리고 즐겁고 보람차게 일을 해결해 나가려무나.

알지? 일은 한방에 해결되기도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조금씩

애간장을 다 태워가며 해결된다는거.

건강조심하고. 밥 꼬박꼬박 잘 챙겨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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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4.28 12:57:58 *.97.37.242
겁도 좀 나겠지만, 신나는(?) 모험을 하고 있는 듯 싶구나.
홍스, 맘껏 즐겨라. 그리구 용감한 네 모습을 우리에게도 알려 주렴,
우린 여기서 열심히 응원할께.

대~한민국! 짜작짜 작짝!
홍~스홍스! 짜작짜 작짝!

글구 그 먼곳에서도 시간 맞춰 컬럼 올리는 걸 보니,
연구원 과제도 왠간히 걱정되는 모양이군.

일이면 일, 과제면 과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홍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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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28 14:39:43 *.244.220.254
새로운 나라에 입문하게 되신 것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새로운 배움과 경험으로 화려하게 '귀환'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추신 : 정산형님~ 첫느낌과 다르게 정말 재미있으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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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4.28 17:09:44 *.52.236.185
친구가 가나에 왔다 갔다 해서, 그곳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요,

아프리카는 정말 위험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몸 조심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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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4.29 13:50:53 *.39.173.162
지희님 써니누나 고마워요...
사부님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재우성 큰형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거암 고마우이 그리고 정산형님 정말 재미있으시지..ㅋㅋ
개구쟁이님.. 감사합니다. 요즘 글 잘보고 있어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제 이곳 생활도 7일이 되어갑니다.
일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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