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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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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일 22시 06분 등록
하은의 아들, 진하는 밥 먹지 않겠다고 투덜거립니다. 무엇 때문에 삐쳤는지 밥 안먹겠다고 심통을 부리는거예요. 하은은 순간 화가 났어요. 그러다가 문득어느새 생각의 날개를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여름 한낮은 너무 뜨거워서 머리가 홀라당 익어 버릴것만 같았어요.
하은은 더위를 피해 대청 마루에 벌러덩 누웠어요.

하은 : 와 시원하다. 할머니 했빛이 정말 뜨거운데도 우리집 마루는 너무 너무 시원해 그치?
할머니 : 응. 마루가 나무로 되어있고 하루종일 응달이 지고 바람 잘 통하라고 뻥 뚫렸으니까 시원하지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타줄까?
하은 : 응 할머니 설탕 많이 넣어서 달고 맛있게 타주라

하은은 할머니가 타주신 미숫가루를 단숨에 꿀꺽 꿀꺽 먹었어요. 그리곤 다시 대청에 벌러덩 누웠어요. 마루의 시원하고 차가운 공기가 하은의 등을 간질 간질 어루만져주고 시원한 바람이 하은의 머리카락을 날리며 스쳐 지나갔어요. 하은은 너무 시원해서 조금전에 뜨거웠던 태양은 생각도 나지 않는듯 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계속해서 누가 뭐라 뭐라 하는 거예요.
맴…맴…맴… 매미였군요. 그러고 보니 저 매미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울고 있었어요. 하은은 저 매미우는게 우리 반 아이들 떠드는 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
쫑알쫑알 재잘재잘
선생님이 나가시자 쫑알쫑알
매미가 떠드는것 같다.

종알쫑알 시끌시끌
아이들이 일어서서 시끌시끌
우다다다 달린다

조용조용 조용조용
왜그러지? 왜그러지?
선생님이 오셨다.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여름방학 내내 친구들을 보지 못했군요. 하은은 친구들을 생각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답니다.

하은은 한숨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런데 어느새 뉘엿 뉘엿 해가 지고 있었어요. 서쪽 하늘에 해가 길게 고개를 쭉 내밀고, 헤어지기 싫은지 붉은 여울을 넘실 넘실 만들고 사라지고 있어요. 노을이 길게~ 붉게 물든 사이로 한바탕 소풍을 마친 새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엄마새와 아빠새가 앞에서고 어린 아가새들이 줄을 지어 해가 다 지고 별이 총총 나오기 전에 집으로 가는 모습을 툇마루에 앉아 보다가 하은은 순간 울어 버리고 말았어요. 하은은 엄마가 너무 너무 보고싶었어요. 엄마! 엄마! 하고 막 소리내어서 불러보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속상해 할까봐 언제나 마음속에서만 불러 보았지 소리내어 보지 못했답니다. 그때 할머니가 하은을 부르네요

할머니 : 하은아 밥먹어야지 .
하은은 순간 할머니가 나를 버리고 도망가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은은 괜히 할머니께 심통을 부렸어요.
하은 : 나 밥 안먹어. 배아파.
할머니 : 왜 또 ? 뭐가 심통나서 그러누? 밥 안먹으면 너 혼자 두고 할머니 도망갈껴
하은은 할머니에게 눈을 흘기고는 눈물이 하나 가득해서는 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어요
그러고는 그날밤은 꼭 할머니 옆에서 팔베개를 해달라고 졸라대었어요. 할머니가 귀찮다고 하고 팔이 아프다고 해도 하은은 할머니의 팔을 꼭 배고 손으로는 할머니 속적삼을 꼭 쥐고 잤어요. 할머니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구요.

할머니는 하은에게 늘 엄마였지만…해 질 무렵이면 못 견디게 엄마가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이면 할머니에게 밥 안먹는다고 심통을 부렸고 커서도 밥 안먹기가 일쑤였지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하은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때에는 일부러 밥도 안먹고 도시락도 가지고 가지 않았었지요. 그러면 할머니께서 도시락을 들고 와서 학교 운동장에 우두커니 서 있고는 했었지요.


순간 하은은 아이를 꼭 안아주엇습니다. 아이는 다른때 같으면 화를 낼 엄마가 자기를 꼭 안아주자 눈이 동그래졌어요. 그리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엄마를 쳐다 보았지요.
하은 : 아들~~ 우리 진하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구나. 엄마가 우리 진하랑 많이 못놀아 줘서 삐졌구나. 미안해. 우리 밥 맛있게 먹고 엄마랑 재미있게 놀자. 뭘하고 놀까?
진하는 금방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밥 안먹겠다고 심통 부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까르륵 까르륵 웃어가며 신나게 밥을 멋었습니다.

하은은 사랑이 곧 밥임을 깨닫습니다. 늘 무언가에 대한 결핍감으로 해질무렵이면 눈물짓곤 학던 어린시절 할머니의 사랑이 곧 밥이었음을 이제사 알겠습니다. 밥 안먹겠다고 심통부려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이제 파랑새처럼 떠난 할머니께 새삼스럽게 죄송합니다. 할머니~~ 미안.
IP *.128.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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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5.02 22:09:18 *.128.30.50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을 읽다가 문득 동화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아닌것 같군요. 그래도 재미있는 실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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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5.03 01:08:54 *.36.210.11
은미가 여러 생각들이 많네. 작은 거인의 큰 꿈. 보따리를 요리 조리 풀어 보는 것 좋다고 생각해. 아직 서툴기 때문에 연구원 하지 골볐다고 이 좋은 날에 이렇게 들러붙어서 꾹 참고 고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겠냐고. 잘났다고 떠드는 인간들 보면 비위상해. 천 년 만 년 잘 살라고 그래. 흥! 쳇~ 우리는 우리대로 살면 그만. 눈치 볼 것 없어용. 이때 안 해 보면 언제 해보냐구? 좀 모자라면 어때? 밥을 달래 돈을 달래? ㅎㅎㅎ

아우님, 계속 하시게. 마구마구 필발을 뻗쳐나가길 바라네. 탈리다 쿰! 달리자 꿈!! 어제 못한 바람직한 딴 짓거리 해보기 얼마나 어려운 것이면 사부님께서 수업료도 안 받으시겠느냐구. ㅋ 이 속에서 피어날 진흙탕 속의 연꽃인 그대들이여,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가라! 이 긍정적인 짓거리를 못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중적 복선이 아리송한 여운을 주며 더 재밌는 걸. 자꾸 써보자, 쓰고 또 쓰자. 쓰려고 선택한 일 년 동안의 만들어가는 팔자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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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5 06:49:37 *.39.173.162
글을 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지내요.
그림 동화책으로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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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07 07:38:42 *.244.220.254
어린이 동화 작가의 징후가 보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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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5.07 16:16:11 *.248.75.5
그림이 보여요. 좋은 이미지를 머리 속에 떠오르게 하는 동화,
은미씨는 마음의 유리창이 맑은 사람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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