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 조회 수 81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올 가을은 빗줄기를 타고 오는지 가을비가 자주 내립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합니다.
논길을 지나면 나락이 익는 냄새가 구수합니다.
얼마 전부터 피땅콩으로 맥주를 한잔 씩 합니다.
오늘 저녁에도 먹었습니다.
볶은 땅콩은 조금만 먹으면 질리지만 삶은 땅콩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름 정도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습니다.
눈만 뜨면 대형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흔들릴 수 있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나도 모르게 책보다 유튜브에 손이 먼저 갑니다.
책을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데 폰을 보면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다시 책을 잡았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골랐습니다.
19세기가 니체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비트겐슈타인의 시대였습니다.
그의 철학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말에 꽂혔습니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짧은 말 속에 엄청난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살아갈수록 이 말에 빠져듭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의 책 속에서 또 가슴을 울리는 글을 읽었습니다.
"논증은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마치 진흙투성이 손으로 꽃을 더럽히는 것처럼."
이 말은 처음에는 좀 어렵게 느껴졌지만 볼수록 깊은 맛이 납니다.
논증이란 옳고 그름을 따져서 증명하거나 분명히 하는 일입니다.
논증을 하다보면 논쟁으로 가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따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논쟁은 더더욱 싫어합니다.
대화를 할 때 '왜냐하면'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은데 그 이유를 들어야 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은 존재감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말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꼭 따져야 할 때는 따져야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지나가는 성격입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입니다.
오늘 저녁에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예쁘게 떠있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데에 눈과 귀를 막고 살 수는 없지만 거기에 너무 열받지 말고,
올 가을에는 가슴을 울리는 책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려보세요.
폰만 보지 말고 책도 보고, 하늘도 보고, 풀벌레 소리도 들어봅시다.
가을이 우리 곁에 성큼 온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올 가을에는 더욱 깊어지시길 바랍니다.
김달국 드림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796 | 역사는 처음이시죠? - 세계사 | 제산 | 2019.08.18 | 841 |
3795 | 가을은 깊어가는데 | 운제 | 2019.10.25 | 841 |
3794 | [수요편지] 아내가 낯선 남자와 한 이불 덮은 사연 | 장재용 | 2019.10.30 | 841 |
3793 | 이렇게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서른 다섯 워킹맘의 선택 | 아난다 | 2020.02.18 | 841 |
3792 | 목요편지 - 5월도 깊어가는데 | 운제 | 2020.05.14 | 841 |
3791 | [금욜편지 41- 신화속 휴먼유형- 헤라클레스형 3- 유형분석] [2] | 수희향 | 2018.06.15 | 842 |
3790 | [일상에 스민 문학] 애틀란타 공항에서 -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정재엽 | 2018.10.24 | 842 |
3789 | [금욜편지 68- 기질별 인생전환 로드맵- 4번 자아없는 나르시스트] | 수희향 | 2018.12.21 | 842 |
3788 | [화요편지] 그 까이꺼, 가슴속 지옥 | 아난다 | 2019.05.28 | 842 |
3787 | [화요편지] 1주차 워크숍_새로운 '나'와의 만남 | 아난다 | 2019.07.02 | 842 |
3786 | [화요편지] 내 인생이 서러운 100가지 이유 | 아난다 | 2019.07.23 | 842 |
3785 | 왜 하필 시였을까? [1] | 어니언 | 2022.04.07 | 842 |
3784 | [라이프충전소] 체게바라의 위장사진 [1] | 김글리 | 2022.12.23 | 842 |
3783 | [금욜편지 100- 백번째 편지와 첫 만남] | 수희향 | 2019.08.09 | 843 |
3782 | [수요편지] 바위를 미는 남자 [1] | 불씨 | 2023.02.15 | 843 |
3781 | 내친김에 루앙프라방 [1] | 장재용 | 2019.06.12 | 844 |
3780 | 강남순 교수의 페미니즘 강의 후기, 두번째 이야기 | 제산 | 2020.02.24 | 844 |
3779 | 목요편지 - 오스카와일드 | 운제 | 2019.09.20 | 846 |
3778 |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 | 제산 | 2019.10.28 | 846 |
3777 | 목요편지 - 모내기 | 운제 | 2020.05.21 | 8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