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74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 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 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복효근 시집『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2013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4 |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 정야 | 2021.11.22 | 3460 |
243 |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 | 정야 | 2019.07.05 | 3065 |
242 |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 | 정야 | 2020.09.21 | 3036 |
241 |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 정야 | 2021.12.13 | 2904 |
240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2883 |
239 |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 정야 | 2022.01.03 | 2877 |
238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2873 |
237 |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 정야 | 2021.10.25 | 2860 |
236 |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 정야 | 2021.11.15 | 2810 |
235 |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 | 정야 | 2020.10.05 | 2809 |
234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2795 |
233 |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 정야 | 2022.02.28 | 2766 |
232 |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 정야 | 2021.10.11 | 2755 |
231 |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 정야 | 2021.12.31 | 2753 |
230 |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 정야 | 2021.11.15 | 2717 |
229 |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 정야 | 2021.10.11 | 2709 |
228 |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 정야 | 2019.04.08 | 2683 |
227 |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 정야 | 2021.11.01 | 2659 |
226 | [시인은 말한다]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 정야 | 2022.02.03 | 2628 |
225 |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 정야 | 2021.10.18 | 2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