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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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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06시 47분 등록
엘리엇 자크(Elliotr Jaques)의 '잘 다듬은 창조성 '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다’. - 토머스 에디슨

중년의 창조성에 대해 연구한 정신분석자 엘리엇 자크는 수백명의 성공적인 예술가, 작가 작곡가들의 인생을 검토한 결과 창조성에는 크게 두 가지의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첫째가 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 작업의 유형으로 그는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를 예로 든다. 귓가에 들리는 악상을 그대로 옮겨 적는 모차르트처럼, 미친듯한 영감에 휩싸여 천재적인 창조성을 발휘하는 경우이다. 이는 나이가 먹으면 점차 쇠퇴한다. 두번째는 ‘잘 다듬은 창조성’이다. 처음에는 불완전한 영감으로 시작하지만 생각을 발전시키며 거듭 작업을 하다 보면 좋은 작품을 만들게 되는 경우이다. 젊은 천재들의 특징인 ‘발작적창조의 불꽃’은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성숙하고 신뢰할만한 기술을 갖게 된다. 앞의 창조성을 99%의 영감이라고 한다면, 뒤의 창조성은 99%가 땀이라고 할 수 있다. <요정과 구두장이>의 동화에서 요정들이 떠나자, 마법을 상실한 구두장이는 다시 일을 하게 된다. 그의 땀이 요정의 마법을 대신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에서 규칙적인 노력이 번뜩이는 영감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한 예술가가 있다. 그는 2003년 빌리 조엘의 음악에 맞춰 안무한 <무빙 아웃>으로 토니상을, 영화 <백야>의 안무를, 그리고 영화 <아마데우스>, 뮤지컬 <헤어> 등에서 밀로스 포먼 감독과 일하기도 하고, <사랑은 비를 타고> 연극 버전을 만들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도 한 현대 무용의 거장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f)이다.

창조성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일견 역설처럼 들린다. 창조성은 모든 일을 신선하고 새롭게 유지하는 방법인 반면, 습관이라는 말에는 규칙과 반복의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역설은 창조성과 기술이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작품으로 내놓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실처럼 보이는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하며, 노을 속의 건초더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물감의 색과 질감을 선택해야 하며,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야 한다. 그런 기술을 타고 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연습을 통해, 반복을 통해, 뼈를 깎는 고통과 뿌듯함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배움과 반성의 혼합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타프는 여기에서 1번 유형의 예로 꼽고 있는 모차르트마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그는 ‘이 세상에 타고난 천재란 없다’ 라고 까지 주장한다. 물론 이 말은 꾸준한 노력과 연습 없이는 천재로 살아 남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타프에 의하면 낭만주의 이래 1번과 2번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어 왔다고 한다. 즉 모든 예술작품이란 1) ‘뭔가 초월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디오니소스적인 영감의 번뜩임, 또는 이 세상에 <신곡>과 같은 작품을 선보이도록 허락하는 신의 입맞춤의 산물이다’ 라는 믿음과 2) ‘노력의 산물’이라는 믿음 간의 논쟁 말이다. 이 해답이 아직 자명하지 않다해도 타프는 2번, 노력 편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우리가 아는 만큼의 대단한 천재는 아니었다. 모차르트는 다행히도 작곡가이자 바이올린의 대가로 건반악기를 능숙히 다룰 수 있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는 다만 농구를 하는 것보다는 음악하는 것을 더 즐거워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모차르트는 그저 피아노 앞에 앉아 신의 귓속말에 따라 손 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는 그런 천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흥행을 위해 <아마데우스> 영화가 조작한 멋진 환상일 뿐이다. 모차르트의 집중력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의 피나는 노력과 연습은 그의 천재성에 절대로 뒤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28살이 되던 해 모차르트는 그 동안 너무 오랜 시간 연습하고 연주하고, 늘 펜을 쥐고 작곡하느라 손이 기형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친구에게 보낸 어느 편지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사람들은 내가 쉽게 작곡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라네. 단언컨대 친구여, 나 만큼 작곡에 많은 시간과 생각을 바치는 사람은 없을거야.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치고 내가 수십 번에 걸쳐 꼼꼼하게 연구하지 않은 작품은 하나도 없을거야.”

예술은 우리 마음 속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그리고 기술은 그 다리를 짓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을 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은 매일 정해진 일과가 있는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창조성의 진정한 비결도 일반 일들과 다르지 않다. 무얼 하나 정하면 매일 그것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다.

신이 당신의 이마에 키스를 했건 안했건, 중요한 건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도 매우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과 준비가 없다면 신이 키스를 해와도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 트와일라 타프, 민예출판사, 2007, P17-2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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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5 07:25:14 *.39.173.162
한숙누나.... 이렇게 불러도 되나..ㅎㅎ

마지막 말 있잖아요...

"신이 당신의 이마에 키스를 했건 안했건 중요한 건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도 매우 성실하게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과 준비가 없다면 신이 키스를 해와도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알지 못할 것이다."

많이 보고 배울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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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5.05 13:34:15 *.51.218.151
홍스, 보고싶네그려,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가?
엊그제 3기 연구원 수료식에서 다들 그대 얘길 했다네.
우리의 영웅 홍스,,,,일 잘 마치고 개선가를 울리며 귀국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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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5.05 22:53:48 *.72.227.114
지금보다 어렸을 때, '나는 왜 살리에르일까? 모짜르트가 아니고..'라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외부적으로 내 성취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환경에만 신경을 쓰고 살았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창작도 성실성에서 기인한다는 논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무언가는 언젠가는 이루어지더군요. 더 젊은 나이에 알았음 좋았을 것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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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5.06 19:29:30 *.122.143.151

마저마저..

그 어떤 누구도 끊임없는 연습 외에 천재의 위치에 올라갈 순 없을거야.

죽어라고 노력하면 설마 죽지는 않겠지? 걱정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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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5.06 21:59:34 *.41.62.236
가족이랑 휴가 가서 바다도 못보고 산책도 못하고 혼자 자판 두드리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쓰는 글은 이게 글인가 싶고,
이런 의구심을 버리고 매일매일 하는것이 순간 지나가는 창조성보다 훨씬 위대하단 것을 알기에알기에.....
지금 요기 딱 붙어 있으려 애쓰고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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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5.07 16:01:31 *.248.75.5
그래요, 그거예요.
지희씨는 충분히 역량이 되는 사람입니다.
좋은 엄마로는 부족해서,
스스로도 인정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언제나 애쓰고 있잖아요.
그대는 이미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대를 바라보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지희씨를 알게 된 것 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지요.
그래도 바닷 바람 한 줄기 코끝에 달아줄 수 있었으니
서울에서 한 발짝도 못떠나는 우리보다는 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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