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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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숙사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는 저녁에 S는 자주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럴 때는
시가 잘 안 써질 때였습니다. 사무실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자신의 별자리 차트(horoscope)
를 펼쳐 보고는 “음, 그랬었군, 새턴(토성)이 나를 가리고 있었어. 이번 주는 좀 힘들겠어.
쯔쯔” 혹은 “다음 주 쯤에는 어쩜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군.” 이런 식으로 점을 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끝에다, “어렵다, 어려워. 내 인생은 너무 어렵다. 그런데 너는 좋겠다.
나보다 훨씬 쉽쟎아.” 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내 인생은 어려웠습니다.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본업이 기숙사 조교가 아니라 학생인 만큼 학생으로서 할 일도 많았던 나는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숙사에서 학생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숙사 사무실에서 바로 옆 내 방으로 퇴근하는 11시 이후에도 나의 사감 인생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책 한 자 볼라치면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려서 깨끗한 시트를 달라고 조르기가 일쑤였습니다. 그 일을 끝내고 잠시 논문 한 줄 쓰고 있으면 누군가가 또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기숙사 방에 전구가 나갔다고 할 차례였습니다. 사실 11시까지가 공식적인 나의 업무 마감이었지만, 11시 이후에도 내 업무는 계속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시로 내 방문을 두드렸고 그 때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했습니다. 책은 제대로 읽기가 어려웠고 숙제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새벽 2시, 3시에 귀가 시간(12시)을 넘겨 들어오는 사람들이 술에 취해 내방 창문을 두드리며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누군가 K를 굉장히 자존심 상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는 또 싸움을 벌였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 세게 상대를 후려쳤겠지요. 상대는 팔이 부러졌고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K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은 마당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기숙사 측에서는 그를 더 이상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입장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행정 담당 교직원이 그의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고 그 다음날 그의 어머니가 기숙사에 오셨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하게 보이는 K의 어머니는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지적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망나니 같은 K와는 그 어떤 면으로도 닮은 구석이 없었습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교포 K, 한국에 사시는 K의 어머니, ‘겁에 질린 커다란 곰’ K,
지적인 K 어머니, 관계가 소원해 보이는 모자의 모습.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 이상한 그림이
었습니다.
역시 그 이상한 그림에는 긴 사연이 있었습니다. K의 어머니는 교내 연구 기관 소속 연구원
이었습니다. 20년도 훨씬 전에 그녀는 이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매우 똑똑한 학생이었던 그
녀는 졸업 후 홀로 유학을 떠났었습니다. 낯선 이국 땅에서의 유학 생활은 그녀에게 외로움
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녀가 외로움에 한참 지쳐 있을 때, 한 남자를 알게 되었
고 둘은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둘은 결혼을 했고 서둘러 아기를 낳았습
니다.
그 아기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그녀는 심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남
편이 한 가족을 책임지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평생
같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무책임한 남
편에게 맡겨지는 아기가 걱정이 되었지만 이국의 유학생 신세인 자신이 아기를 맡는다는 것
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후 아기는 20여 년 동안 아버지를 따라 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생활을 했고 사랑을 제대
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합니다.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세상이 두려웠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폭력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였던겁니다. K 안
에 ‘겁에 질린 커다란 곰’이 있었던 이유가.
K의 어머니는 박사학위를 받고 다시 모교의 연구원으로 정착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두고 온 아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해서 살고 있는 아이를 찾을 수 있었고 뒤늦게 엄마 노릇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K와 어머니는 잘 지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K는 유급을 계속 했고, 할 수 없이 어머니는 그를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한 집에 살면서 정을 주면서 새롭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K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모자가 심하게 다퉜고 서로 많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기숙사는 그들이 서로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만든 완충지대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런 긴 사연을 들은 후에 기숙사측은 비교적 쉽게 사건을 마무리 시켰습니다. 어머니 앞에서 고개 숙인 K가 팔이 부러진 아이에게 사과를 했고, 여러 가지 정상이 참작이 되어 K는 기숙사에서 계속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그 사건이 있은 후, K는 더 이상 싸움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숙사가
잠잠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일본 교환학생이 사무실을 찾
았습니다. 더듬더듬하는 한국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말했습니다. “영어 쓰는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 층에 사는데요. 지나가다가 이상한 말을 했어
요. 하루 밤에 얼마냐고 물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던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녀에게
얼른 단단히 일러 두었습니다. “밤에는 반드시 문을 꼭 잠그고 자야 해요.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런 말 하면 저한테 다시 알려 주세요.”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쯤 뒤에 한 여학생이 기숙사 사무실을 찾아 왔습니다. 그 학생은 학부생 동에 살고 있던 한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영어를 아주 잘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우연히 기숙사 복도에서 P를 만났고 영어가 통하는 그녀에게 부탁을 하나 했답니다. P가 익숙하지 않는 장소에 가야 하는데 그 곳에 자신을 좀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호의로 그 여학생은 P를 그 곳에 데려다 주었고 그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답례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P와 가끔 안부 전화를 하곤 했었답니다. 그런데, 이 안부 전화가 나중에는 거의 스토킹 수준으로 바뀌었답니다. P는 날마다 그 여학생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지 않을 때면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추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숙사 현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외로운 사람이려니 하고 생각을 했다가 같은 일이 몇 달이나 반복이 된 후에 그녀는 매우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면 P에게 경고를 해야 마땅하겠지만, 양쪽의 사정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P의 우편함에 사무실에 들러서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
청하는 편지를 하나 써 두었습니다. 그 편지를 우편함에 넣어둔 후 우리는 기숙사에서 그를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쥐도 새로 모르게 조용히 기숙사를 왔다 갔다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밤이었습니다. 초췌해진 모습으
로 P가 나타났습니다. 심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 눈빛이었고 무척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매
번 명령형을 사용해 말을 하던 그의 당당함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쭈뼛
거리면서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이 기숙사를 떠날 것이기 때문에 오
늘 밤까지의 기숙사비와 전화비를 계산해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의 요청대로 기숙사비와
전화비를 계산을 해 주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비용을 처리를 해 주었습니다.
그 다음 날 새벽 6시, 세찬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작은 짐을 택시에 싣고 기숙사를 떠나 어딘가로 훌쩍 이사를 가 버렸습니다.
외로움은 사람들을 많이도 괴롭힌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외로워서 후회를 낳을 결혼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로움에 지쳐서 폭력적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로워서 스토킹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3부에 계속>
IP *.56.85.43
시가 잘 안 써질 때였습니다. 사무실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자신의 별자리 차트(horoscope)
를 펼쳐 보고는 “음, 그랬었군, 새턴(토성)이 나를 가리고 있었어. 이번 주는 좀 힘들겠어.
쯔쯔” 혹은 “다음 주 쯤에는 어쩜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군.” 이런 식으로 점을 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끝에다, “어렵다, 어려워. 내 인생은 너무 어렵다. 그런데 너는 좋겠다.
나보다 훨씬 쉽쟎아.” 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내 인생은 어려웠습니다.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본업이 기숙사 조교가 아니라 학생인 만큼 학생으로서 할 일도 많았던 나는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숙사에서 학생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숙사 사무실에서 바로 옆 내 방으로 퇴근하는 11시 이후에도 나의 사감 인생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책 한 자 볼라치면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려서 깨끗한 시트를 달라고 조르기가 일쑤였습니다. 그 일을 끝내고 잠시 논문 한 줄 쓰고 있으면 누군가가 또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기숙사 방에 전구가 나갔다고 할 차례였습니다. 사실 11시까지가 공식적인 나의 업무 마감이었지만, 11시 이후에도 내 업무는 계속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시로 내 방문을 두드렸고 그 때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했습니다. 책은 제대로 읽기가 어려웠고 숙제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새벽 2시, 3시에 귀가 시간(12시)을 넘겨 들어오는 사람들이 술에 취해 내방 창문을 두드리며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누군가 K를 굉장히 자존심 상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는 또 싸움을 벌였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 세게 상대를 후려쳤겠지요. 상대는 팔이 부러졌고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K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은 마당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기숙사 측에서는 그를 더 이상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입장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행정 담당 교직원이 그의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고 그 다음날 그의 어머니가 기숙사에 오셨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하게 보이는 K의 어머니는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지적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망나니 같은 K와는 그 어떤 면으로도 닮은 구석이 없었습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교포 K, 한국에 사시는 K의 어머니, ‘겁에 질린 커다란 곰’ K,
지적인 K 어머니, 관계가 소원해 보이는 모자의 모습.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 이상한 그림이
었습니다.
역시 그 이상한 그림에는 긴 사연이 있었습니다. K의 어머니는 교내 연구 기관 소속 연구원
이었습니다. 20년도 훨씬 전에 그녀는 이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매우 똑똑한 학생이었던 그
녀는 졸업 후 홀로 유학을 떠났었습니다. 낯선 이국 땅에서의 유학 생활은 그녀에게 외로움
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녀가 외로움에 한참 지쳐 있을 때, 한 남자를 알게 되었
고 둘은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둘은 결혼을 했고 서둘러 아기를 낳았습
니다.
그 아기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그녀는 심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남
편이 한 가족을 책임지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평생
같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무책임한 남
편에게 맡겨지는 아기가 걱정이 되었지만 이국의 유학생 신세인 자신이 아기를 맡는다는 것
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후 아기는 20여 년 동안 아버지를 따라 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생활을 했고 사랑을 제대
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합니다.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세상이 두려웠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폭력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였던겁니다. K 안
에 ‘겁에 질린 커다란 곰’이 있었던 이유가.
K의 어머니는 박사학위를 받고 다시 모교의 연구원으로 정착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두고 온 아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해서 살고 있는 아이를 찾을 수 있었고 뒤늦게 엄마 노릇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K와 어머니는 잘 지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K는 유급을 계속 했고, 할 수 없이 어머니는 그를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한 집에 살면서 정을 주면서 새롭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K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모자가 심하게 다퉜고 서로 많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기숙사는 그들이 서로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만든 완충지대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런 긴 사연을 들은 후에 기숙사측은 비교적 쉽게 사건을 마무리 시켰습니다. 어머니 앞에서 고개 숙인 K가 팔이 부러진 아이에게 사과를 했고, 여러 가지 정상이 참작이 되어 K는 기숙사에서 계속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그 사건이 있은 후, K는 더 이상 싸움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숙사가
잠잠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일본 교환학생이 사무실을 찾
았습니다. 더듬더듬하는 한국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말했습니다. “영어 쓰는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 층에 사는데요. 지나가다가 이상한 말을 했어
요. 하루 밤에 얼마냐고 물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던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녀에게
얼른 단단히 일러 두었습니다. “밤에는 반드시 문을 꼭 잠그고 자야 해요.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런 말 하면 저한테 다시 알려 주세요.”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쯤 뒤에 한 여학생이 기숙사 사무실을 찾아 왔습니다. 그 학생은 학부생 동에 살고 있던 한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영어를 아주 잘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우연히 기숙사 복도에서 P를 만났고 영어가 통하는 그녀에게 부탁을 하나 했답니다. P가 익숙하지 않는 장소에 가야 하는데 그 곳에 자신을 좀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호의로 그 여학생은 P를 그 곳에 데려다 주었고 그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답례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P와 가끔 안부 전화를 하곤 했었답니다. 그런데, 이 안부 전화가 나중에는 거의 스토킹 수준으로 바뀌었답니다. P는 날마다 그 여학생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지 않을 때면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추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숙사 현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외로운 사람이려니 하고 생각을 했다가 같은 일이 몇 달이나 반복이 된 후에 그녀는 매우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면 P에게 경고를 해야 마땅하겠지만, 양쪽의 사정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P의 우편함에 사무실에 들러서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
청하는 편지를 하나 써 두었습니다. 그 편지를 우편함에 넣어둔 후 우리는 기숙사에서 그를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쥐도 새로 모르게 조용히 기숙사를 왔다 갔다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밤이었습니다. 초췌해진 모습으
로 P가 나타났습니다. 심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 눈빛이었고 무척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매
번 명령형을 사용해 말을 하던 그의 당당함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쭈뼛
거리면서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이 기숙사를 떠날 것이기 때문에 오
늘 밤까지의 기숙사비와 전화비를 계산해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의 요청대로 기숙사비와
전화비를 계산을 해 주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비용을 처리를 해 주었습니다.
그 다음 날 새벽 6시, 세찬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작은 짐을 택시에 싣고 기숙사를 떠나 어딘가로 훌쩍 이사를 가 버렸습니다.
외로움은 사람들을 많이도 괴롭힌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외로워서 후회를 낳을 결혼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로움에 지쳐서 폭력적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로워서 스토킹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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