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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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마음산책’이시네요!”
초고를 보내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편집자가 말했습니다. 원고를 보면 특정 출판사가 떠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망하던 시 쓰기를 포기하고, 시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 보자며 매우 유용하고 실용적인 글을 쓴 것이었는데, ‘마음산책’이라니. 애 써 뒤집어 쓴 강철 페르소나가 확 벗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젠가 시 같은 에세이를 한 번 써 보세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마음산책’은 고유한 결이 있는 출판사로 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입니다. 책 한 권 한 권에 정성을 다 하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산책’의 책이라면, 한 권의 책이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 같고, 책을 여러 권 모아놓으면 또 다른 새로운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물성이 주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편집자가 해 준 말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쓴 글은 비록 마음에 안 들었지만, ‘마음산책’과 어울린다는 말에 은근한 자부심이 들곤 했습니다.
올해 초, ‘마음산책북클럽’ 모집 공고를 보고 용기를 내어 지원했더랬습니다. 경쟁이 치열했지만 다행히 북클럽 회원이 되었습니다. 한 해 동안 프리뷰에디션을 포함하여 여섯 권의 새 책을 받았습니다. 귀여운 굿즈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네 번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한 해를 선물 받았습니다.
여느 해보다 바빴던 2019년, 저는 실용서 한 권과 인문서(공저) 한 권을 출간했고, 외서 두 권을 번역했습니다. 찾는 이가 많아서 감사했지만, 시 쓰기를 갈망하던 때와 달리 마음 한편에서 ‘서걱서걱’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사막같이 메말라 있을 무렵이면 ‘마음산책북클럽’의 새 책이 도착했고 저는 허겁지겁 읽었습니다. 마치 목마른 아이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고나면 좀 괜찮아졌습니다. 지난 2월과 5월, 9월과 12월에 합정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마음산책북클럽의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작가와 함께 내밀한 책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시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산책북클럽’의 첫 만남은 김금희의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였습니다. 마음이 엉킨 실타래라면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매만져 줄 것 같은 김금희 작가를 만나고 반해서 그의 소설을 더 찾아 읽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엔티크 수집 미학>이었습니다. 평소 박영택 교수님의 칼럼을 좋아해서 스크랩해 두고 다시 꺼내어 읽곤 하던 저에게는 깜짝 놀랄 경험이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은 손보미의 짧은 소설 <맨해튼의 반딧불이>였습니다. 모임이 있던 날, 작은아이가 따라오겠다고 해서 난감했는데, 마음산책 직원분들께서 아이를 반겨주시고 자리와 샌드위치까지 챙겨주셔서 오히려 감동받았습니다. 따뜻하고 섬세한 배려 속에 손보미 작가님을 직접 뵌 작은아이는 <맨해튼의 반딧불이>를 들고 다니다가 완독하더라고요. 매우 흐뭇했습니다.
네 번째 만남은 이해인 수녀님의 <그 사랑 놓치지 마라>였습니다. 오랜 시간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던 저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만남이었는데요. 수녀님께서 직접 읊어주시는 시도, 수녀님의 시를 노래로 만든 싱어송라이터 홍찬미 씨의 노래도 참 좋았습니다. 북토크 시간은 물론, 북토크를 기다리던 시간도 좋았고, 그날을 떠올리면 내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수녀님과의 북토크 후에 선물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저는 마음산책 대표님의 소장품 중 찻잔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차를 마시고 있는데요. 북토크 때의 감동이 다시 느껴지네요.
‘마음산책북클럽’이었기에, 2019년이 참 좋았습니다. 이제 시를 쓰지는 않지만, 마음만큼은 시를 쓰던 그때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가면 너머를 알아봐준 편집자님과 ‘마음산책북클럽’ 덕분입니다.
당신의 올해는 어땠나요? 당신은 독서모임을 하시나요? 당신의 독서모임은 어떤가요? 당신의 책과 마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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