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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30일 22시 46분 등록
책읽기의 기쁨을 다시 찾기 위하여

불행하게도 이 시대 한국인은 부모와 자녀 모두 책 읽는 재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독서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성인이 10명 중 6명, 초·중·고생은 10명 중 9명입니다. 어른이 될수록 책과 멀어지고 있고 이마저도 2015년에 비해 다소 줄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은 학교에서 강요된 독서를 하고 있고, 성인은 자발적이더라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으려고 책을 읽었습니다. 요컨대 지식과 정보를 얻겠다는 목적이 생길 때 비로소 책을 펼치는 현실입니다.

책 읽는 기쁨을 잃어버린 시대입니다. 순수한 기쁨 대신 누군가의 강요나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책을 찾는 시대입니다. 흔히 학생들이 책을 멀리 하는 이유가 유튜브와 게임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책 읽는 재미와 기쁨을 아는 자녀는 게임이나 유튜브를 즐기듯 독서도 즐깁니다. 초등학생까지만 자유롭게 책을 찾아 기쁘게 읽는 게 허용되고, 중·고등학생은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독서를 해야 하며 재미와 기쁨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변화를 ‘정상적인 성장’이라고 부릅니다.

책읽기의 기쁨을 잃어버린 사회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내면의 빈곤함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돈으로 스펙이라는 갑옷을 사서 입으면, 비록 철학과 가치관이 빈곤하더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배움의 목적은 취업과 소득에 있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시스템을 잘 쫓아가는 능력이 학습 능력이라고 여깁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결국 학교 성적이 좋아지기 위한 방편입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문장 해석 능력이 향상되므로 학업성적이 좋아진다는 논리 속에서 자녀의 독서도 사교육 기관에 맡깁니다.

그러나 더 좋은 학력과 고소득 직업이 행복을 보장한다는 신화를 쫓던 이들은 정작 어른이 되도록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자기 인생을 산다’는 뜻이 무엇인지 자녀에게 설명하거나 보여주지 못합니다. 반대로 내면의 빈곤함을 자녀의 존재로 채우려 합니다. 자녀의 학업성적과 대학간판이 곧 부모의 정체성이라고 여깁니다. 덕분에 스카이캐슬은 사회의 지배자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합니다.

책읽기의 기쁨을 다시 찾기 위하여 가족 공동체가 함께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가족 공동체는 각각의 구성원이 자신의 길을 찾도록 서로 돕는 관계일 때 아름답습니다. 독서의 기쁨을 위해 스스로 책을 골라 읽고 서로 읽은 책 이야기를 가족이 모여 나누는 시간은 자칫 상하 수직관계로 치달을 수 있는 가족 관계를 함께 배우는 수평적 학습공동체로 변화시킵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체험은 돈이나 건물보다 훨씬 소중합니다.

저는 가족이 함께 나눌 책으로 특히 인문고전을 권합니다.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쌓아 높은 성적을 얻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요컨대 자기 자신을 깊이 통찰하고 자기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습관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독서, 특히 인문고전 읽기는 인류가 영원히 스승으로 여기는 현자들의 어깨에 올라타 그들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함께 경험하는 체험입니다.

인문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과 대답의 과정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인문고전을 읽으면 일상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던 자아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반복하면서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정체성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기쁨에 맛들이기 시작합니다. 높고 깊은 시야를 점차 얻으면서 사회 시스템과 역사적 맥락 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우주적 차원에서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됩니다.

단 한번 뿐인 우리 삶에서 인문고전은 분명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겁니다. 굳이 딱딱한 원전만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금세 이해하실 겁니다. 어려운 인문고전을 이 시대 청소년의 눈높이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수준 높은 책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인문고전을 학습만화나 소설로 재구성한 책들은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고르고 싶으신 분에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나누기를 권합니다.

유형선 (‘중1 독서습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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