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 조회 수 101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지난 주 편지를 띄우지 못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보내느라 한 주 쉬었습니다.’하고 말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편지를 쓰려고 책상머리에서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썼다 지웠다만 무한 반복하다 자정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올 리가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아무리 다독여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편지를 쓸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어수선했던 것도, 그 마음을 들킬까봐 두려워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쓰다만 편지에 정신이 팔려 가족들과의 시간에 몰입하지 못했던 것도, 그러느라 운동은커녕 물 한잔 알뜰히 챙겨 마시지 못했던 것도 어느 것 하나 진짜 괜찮은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날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괜찮다’는 거짓 자백을 강요하는 듯 어디선가 주워들은 어줍지 않은 위로들을 쉬지 않고 읊어대는 저와 그래서 네 맘이 편해진다면 ‘괜찮다’는 말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다고, 잘난 척하는 네 눈치 보느라 편하게 아플 수도 없어서 더 안 괜찮아졌다고 맞받아치는 제가 둘 다 지쳐 나자빠졌을 즈음이었겠지요.
그리고 또 일주일이 흘러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묻습니다. “괜찮니?” 여전히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직 괜찮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일주일간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제 조금 더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괜찮지도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였거든요. 10년의 시간을 통해 괜찮지 않을 때는 무엇보다 어디가 어떻게 괜찮지 않은지를 정성스레 살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면서 품고 사는 ‘괜찮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볼까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괜찮아 지겠다고 10년을 애썼지만 여전히 괜찮아 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현재로선 괜찮아 지는 비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워 꼭꼭 숨겨두어 더 괜찮지 않아진 것들은 펼쳐내 햇살과 바람을 쏘여주는 것만으로도 한결 괜찮아지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2019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0년대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구요.
새해, 새10년을 맡기 전에 여러분도 저와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너 정말 괜찮은 거니?'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36 |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2] | 문요한 | 2010.04.21 | 3322 |
3435 |
절대 팔지 말아야 할 것 ![]() | 김용규 | 2010.04.22 | 3184 |
3434 | 고통을 이겨낼 가슴 주소서 [3] | 부지깽이 | 2010.04.23 | 3828 |
3433 | 호기심을 되살려내라 | 신종윤 | 2010.04.26 | 3500 |
3432 |
고독이 내 운명의 안팎을 속속들이 비춰주었다 ![]() | 승완 | 2010.04.27 | 3128 |
3431 | 네 옆에 내가 있을게 [6] [1] | 문요한 | 2010.04.28 | 3031 |
3430 |
균형에 대하여 ![]() | 김용규 | 2010.04.28 | 3247 |
3429 | 순간이 영원 같았다 [1] | 부지깽이 | 2010.04.30 | 3004 |
3428 |
소통의 첫 번째 원칙 ![]() | 신종윤 | 2010.05.03 | 4232 |
3427 |
좋은 책은 독자를 감전 시킨다 ![]() | 승완 | 2010.05.04 | 3788 |
3426 | 인생의 안전벨트 [2] | 문요한 | 2010.05.05 | 2811 |
3425 |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듣고 싶다면 ![]() | 김용규 | 2010.05.06 | 4083 |
3424 | 지극하면 하늘에 닿으니 [3] | 부지깽이 | 2010.05.07 | 3698 |
3423 | 엉뚱한 꿈 때문에 고민하는 당신에게 [7] | 신종윤 | 2010.05.10 | 3896 |
3422 |
영웅의 여정(A Hero’s Journey)은 깨달음의 과정 ![]() | 승완 | 2010.05.11 | 3937 |
3421 |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3] | 문요한 | 2010.05.12 | 2829 |
3420 |
사과의 힘 ![]() | 김용규 | 2010.05.13 | 3469 |
3419 | 위대한 그가 바보에게 당하는 이유 [6] | 부지깽이 | 2010.05.14 | 3293 |
3418 | 상황이 사실을 덮지 못하도록 [5] | 신종윤 | 2010.05.17 | 2613 |
3417 |
훌륭한 스승은 존재 자체가 가르침이다 ![]() | 승완 | 2010.05.18 | 34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