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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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편지를 띄우지 못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보내느라 한 주 쉬었습니다.’하고 말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편지를 쓰려고 책상머리에서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썼다 지웠다만 무한 반복하다 자정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올 리가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아무리 다독여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편지를 쓸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어수선했던 것도, 그 마음을 들킬까봐 두려워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쓰다만 편지에 정신이 팔려 가족들과의 시간에 몰입하지 못했던 것도, 그러느라 운동은커녕 물 한잔 알뜰히 챙겨 마시지 못했던 것도 어느 것 하나 진짜 괜찮은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날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괜찮다’는 거짓 자백을 강요하는 듯 어디선가 주워들은 어줍지 않은 위로들을 쉬지 않고 읊어대는 저와 그래서 네 맘이 편해진다면 ‘괜찮다’는 말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다고, 잘난 척하는 네 눈치 보느라 편하게 아플 수도 없어서 더 안 괜찮아졌다고 맞받아치는 제가 둘 다 지쳐 나자빠졌을 즈음이었겠지요.
그리고 또 일주일이 흘러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묻습니다. “괜찮니?” 여전히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직 괜찮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일주일간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제 조금 더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괜찮지도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였거든요. 10년의 시간을 통해 괜찮지 않을 때는 무엇보다 어디가 어떻게 괜찮지 않은지를 정성스레 살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면서 품고 사는 ‘괜찮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볼까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괜찮아 지겠다고 10년을 애썼지만 여전히 괜찮아 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현재로선 괜찮아 지는 비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워 꼭꼭 숨겨두어 더 괜찮지 않아진 것들은 펼쳐내 햇살과 바람을 쏘여주는 것만으로도 한결 괜찮아지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2019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0년대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구요.
새해, 새10년을 맡기 전에 여러분도 저와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너 정말 괜찮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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