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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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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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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0일 12시 43분 등록

지난번 편지에서 책쓰기는 자기성장, 이란 말씀을 드렸는데 오늘은 책쓰기는 혼자놀기, 라는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최근에는 책을 쓸 때 기획이나 원고 단계에서 이미 블로그 등에 오픈을 하거나 심지어는 유투브에 올린 콘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책을 쓸 때 최종 책임자는 저자 자신일 수 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어떤 경로를 거치던 결국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콘텐츠를 끌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기획이나 원고에서 편집자분들이나 오픈시에는 예비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미리 받을 수도 있지만 최종 판단과 결정은 결국 저자의 몫인거죠.

 

게다가 직접 글을 쓸 때는 그 누구도 한 문장도 대신 써 줄 수는 없습니다 (간혹 대필 작가를 고용해서 책을 출간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계속해서 대필 작가를 고용해서 지속적으로 책을 내실 것 같지는 않으니 제가 말하는 경우에서는 예외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책이란 결국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저자의 숨결이 들숨과 날숨처럼 곳곳에 스며들어 완성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글쟁이가 되어 책을 쓴다는 것은 글과 함께 혼자 놀기를 즐길 수 있고 혼자 논다는 것이 무엇인지 쫌 아는 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책을 읽으며 내 안에 꼭꼭 채워놓은 그것들을 현재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빗대어 스스로의 생각을 씨줄과 날줄처럼 한 줄, 한 줄 풀어가는 그 유희를 즐기지 못한다면 몇 달씩 가능한 모든 외부 활동을 접고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글 감옥>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 같은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글 감옥보다는 글 수행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단 생각이 듭니다. 수행을 처음 시작하면 외부 일이 시시콜콜한 것 까지 궁금하여 참으로 엉덩이가 들썩이며 산사에서 며칠간이 너무도 더디게만 느껴집니다. 답답하고 불편하고 지겹고, 하루라도 빨리 정해진 수행을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차츰 수행에 젖어 들기 시작하면 세상의 궁금함이 사라지며 나중에는 수행에 푹  빠져서 다시 세상에 돌아가기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몇 달간 집에만 쳐 박혀서 왼 종일 컴퓨터 앞에서 키 보드를 두드리며 내 생각을 쥐어짜내다 보면 빠지는 건 머리털이고 느는 건 뱃살뿐이어서 거울을 피해 다니기 일쑤입니다 ㅋ 그런데 그런 날들이 지나고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에 빠져서 어느 순간은 마치 받아쓰기하듯 글이 써지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마치 구슬이 꿰어지듯 내 안의 생각들이 어느새 키보드 위에서 문장으로 탄생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마 이런 경험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며, ‘.. 나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 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이렇게 계속 글을 쓰며 남은 삶을 살아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저도 모르게 혼자놀기의 유희에 빠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조금씩 글쟁이로 물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거나 혼란스러워도 저만의 혼자놀기를 통해 제 안의 중심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정녕 책쓰기와 더불어 혼자 할 수 있는 최고의 유희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신년에는 너무도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걸음 떨어져 자기 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살아갈 내 중심을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아무쪼록 여러분들께서 세우신 신년의 모든 뜻을 이루는 충만한 한 해 되시기 다시 한번 기원하며 오늘 편지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한 주말되시고 다음 한 주도 힘차게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신간 소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 장재용 저.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 장재용 작가의 세번째 저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번쯤 갖는 의문이지만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방황하던 저자는 한국을 떠나 계획에 없던 라오스 행을 택하고 거기서 직장생활까지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일상들! 불안과 고민, 숱한 흔들림 속에서 만난 라오스의 황홀한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http://www.bhgoo.com/2011/858426

 

2. [앞으로 변경연 이야기 나누어요]

 

2020년을 맞아 변경연이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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