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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8일 23시 49분 등록


"인생이랑 다르게 탱고에는 실수가 없어요. 이게 바로 탱고가 참 멋진 점이랍니다.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겠지요.

그게 바로 탱고에요.”

                                                                                          영화 <여인의 향기> 중에서

Tango_Scent of Women.png

 

20021월 말. 한겨울에 우리나라를 떠났습니다. 스물 몇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따뜻한 나라였습니다. 30도에 가까우니 저는 여름 같았는데, 그들은 별로 조금 춥다며 겨울이라 하더군요. 그곳에서 처음으로 8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 오후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뭘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친구도 없던 터라 더 그랬겠지요. 하루 이틀 지나며 동료들과 친해지고 나자 할 일이 생겼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네 집에 놀러 가고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비치에도 갔습니다.

살아있길 잘 했다

사진에서나 보던 에메랄드 빛 바다를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저도 모르게 나왔던 말입니다. 정말 살다 보니 그런 날이 다 오네요. 너무 멋진 바다였지만 그냥 눈으로만 보고 물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비키니를 입고 비치에 누워서 선탠을 하거나 물속에서 노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키니를 입기에는 뱃살이 민망했고, 그렇다고 남들과 다른 수영복을 입어서 눈에 띄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여전히 제 속에는 부끄럽게하지 마라고 속삭이는 용이 살고 있었거든요. 대충 핑계를 대고 홀로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었네요. 모두들 즐겁게 노는 틈에서 어색하고 부럽기도 했지만, 저를 저지하는 용의 힘이 더 컸습니다.


주말에는 비치 클럽이라는 곳에 갔습니다. 영화 <칵테일>에서 봤던 그런 비치 옆에 있는 클럽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몇 백미터 밖에서도 들릴 것 같은 큰 음악과 한쪽 홀에 모여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곳이 정말 있었구나.”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를 데려간 친구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 곳은 정말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미친듯이 춤을 추는 사람들은 저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친구 손에 이끌려 그 안에 들어갔지만 얼마 있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네요. 음악보다 더 큰 용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너같이 춤을 못 추는 애가 저기에 끼면 사람들이 비웃을 거야.’

역시나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먼저 나왔네요. 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워서 싫은 게 아니었습니다. 즐겁게 노는 그들이 부러웠고, 그들 속에 끼어 같이 놀고 싶었지만, 번번이 용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가혹한 자기검열에 좌절하는 어린 꼬마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얼마전 용과의 싸움에서 이겼던 터라 용도 힘이 조금 약해진 것 같았지요. 무엇보다 이번에는 혼자 싸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실수가 두려워 탱고를 추는 것을 망설이는 아가씨에게 알 파치노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는 인생에는 실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안티구아 친구들은 탱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실수를 해도 괜찮다. 그게 인생이다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완벽한 몸매여야만 비키니를 입고, 실수하지 않아야만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했던 용이 틀렸다고 말이지요. 용과의 전쟁에서 저는 이겼을까요? 다음 편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3월인데 어찌된 게 1월보다 더 추운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이번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수희향 저『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의 7번째 신간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마음편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렸던 내용으로 신화 속 영웅의 모험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으실텐데요드디어 9가지 영웅유형의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작금의 시대에 서로의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자기성장 및 관계 개선을 이루어 갈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8989

 

2. [모집여우숲 농사 인문학교 모집

여우숲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여우숲 농사인문학교>를 기획하였습니다삶의 주체성과 능동성한 존재로서 지닌 유일한 고유성과 창조성을 회복케 하여 생명 그 자체의 힘을 되찾고 참된 기쁨의 경험 속에서 삶을 전환하도록 돕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1년 과정이나 개별 프로그램으로도 신청가능하다 하니 자기 삶의 주인자리를 되찾고 싶으신 분자연에서 살아보려는 꿈이 있으신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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