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48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심봤다]
이홍섭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서서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이홍섭 시집, 『터미널』, 문학동네, 2011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4 |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 정야 | 2021.11.22 | 2927 |
243 |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 정야 | 2020.09.21 | 2608 |
242 |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 정야 | 2019.07.05 | 2500 |
241 |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 정야 | 2022.01.03 | 2323 |
240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2289 |
239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2278 |
238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2277 |
237 |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 정야 | 2021.12.13 | 2277 |
236 |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 정야 | 2021.11.15 | 2267 |
235 |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 정야 | 2021.10.11 | 2252 |
234 |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 정야 | 2020.10.05 | 2228 |
233 |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 정야 | 2021.10.11 | 2212 |
232 |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 정야 | 2021.11.15 | 2194 |
231 |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정야 | 2019.04.08 | 2187 |
230 |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 정야 | 2021.12.31 | 2181 |
229 |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 정야 | 2022.02.28 | 2179 |
228 |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 정야 | 2021.10.25 | 2162 |
227 |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 정야 | 2021.11.01 | 2159 |
226 |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 정야 | 2019.09.23 | 2157 |
225 |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 정야 | 2021.09.06 | 2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