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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6일 01시 41분 등록



[내가 아는 그는]

 

                          류시화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 자국 같은 새 발자국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 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속의 별을 먹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사람이어서

그 지평선에 뜬 저녁 별 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 같은 사람이어서

만 개의 기쁨과 만 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가벼워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 같은 사람이어서

 

류시화 제3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문학의숲,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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