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장재용
  • 조회 수 91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4월 7일 19시 43분 등록

월급쟁이 마음사전

 

무거운 말들이 난무하는 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상적인 삶까지 불필요하게 무거워진 것은. 너무 가벼운 건 좋지 않지만 가끔은 발랄한 글로 일상을 위무하면 어떨까 스스로 물어본다. 필요 없이 무거운 글들 사이에 오아시스 같은 실험 하나, 직장인 마음사전. 직장에서 우리를 둘러싼 말들은 나름의 사전적 정의를 하나씩 가지고 있지만 곧이 곧 대로 쓰이진 않는다. 마치 큐피드의 화살사랑을 상징하듯 직장인 말들에 담긴 은유적 함의를 탐색한다. 세상에 똥침을 날릴 땐 손가락에 힘을 빼야 하는 법이다. 

 

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핏기 없는 얼굴로 모인다. 그래서 죽음의 냄새가 나는지 모른다. 회의는 닦달하는 상사의 물음에 맑게 닦인 목소리로 지체 없이 대답해야 하는 약식의 업무 책문이다. 이 자리에서 날아오는 질문에 어물거리나 묻는 자의 심중을 꿰뚫지 못한 대답을 할 경우 상사의 눈썹은 날카롭게 치켜 올려지고 게임은 끝난다. 직장인은 여기서 거의 자신의 능력 전부가 평가된다. 무능과 유능은 먼데 있지 않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충성심이 뚝뚝 떨어지는 자는 유능하고 그런 분위기가 정나미 떨어져 침묵하는 자는 무능하다.

 

금요일

이 날은 월급쟁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그만 두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금요일을 맞이하면 느닷없이 고민이 중단되는 마성의 날. ‘불 같은 화살이 내 핏줄을 타고 지나가는 것 같은당황과 흥분의 날.

 

포스트잇

늘 달랑달랑, 간당간당 매달려 있는 월급쟁이 삶의 오피스적 투사체

 

대머리

통달한 업무능력, 서툰 인생, 머리는 밝게 빛나지만 서글픈 3년 뒤를 품은 암울한 먹구름 같은 그대

 

키보드

그를 때리면 그는 이유 없이 맞아 주지만, 맞는 대로 때리다간 내가 맞고야 마는

 

A4

선천적 보고성을 타고난 종이, 성악설을 믿게 만드는 하양. 어느 날, 피보나치는 일생을 걸어 구해낸 황금비율을 후세대 오피스족들이 보고용 백지로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놈드으을. 210mm *297mm 새하얀 백지들이 벌이는 농락

 

혁신

1993년 개도 시부리고 다녔다던 세계화의 삽질 같은

 

승진

소모적 삶으로의 적극적 이행

 

주인의식

가만 있자, 주인이 누구였더라. 주인이 누구인지 의식하기

 

점심시간

자본가는 말한다. 일하려면 먹어라. 노동자는 노래한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도대체 너는 누구 편?

 

출근

경련하는 얼굴, 땀에 범벅이 된 뺨, 진흙으로 더러워진 어깻죽지, 단 한번 슬라이딩을 위해 버티는 다리, 기회를 노리며 흔드는 팔, 흙투성이에 굴러온 듯 지하철에 치여 비로소 다다른 곳, 믿음직한 얼굴을 한 채, 출근 길엔 언제나 신나는 야구놀이



IP *.161.53.17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불씨 2023.11.07 469
4335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어니언 2023.11.02 471
4334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불씨 2023.12.05 481
4333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485
4332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어니언 2023.12.28 503
4331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어니언 2023.11.23 506
4330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513
4329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519
4328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에움길~ 2023.11.13 536
4327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불씨 2023.12.27 539
4326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에움길~ 2023.09.19 540
4325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어니언 2023.12.14 540
4324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541
4323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542
4322 [내 삶의 단어장] 발견과 발명에 대한 고찰 [1] 에움길~ 2023.07.31 542
4321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545
4320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에움길~ 2023.09.25 547
4319 [수요편지] 앞만 보고 한걸음 [1] 불씨 2023.11.01 551
4318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에움길~ 2023.10.30 552
4317 두 번째라는 것 어니언 2023.08.03 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