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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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묘령(?)의 연구원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난 잠시 기다릴 수 있는 카페를 찾다가, 불현듯 시야에 들어오는 간판 문구를 발견했다.
‘사주카페’.
무엇에 홀린 듯한 심정으로 그 곳을 찾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점’(店)을 보았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時)를 물어보더니, 두꺼운 역술책을 뒤졌다. 그런 후 열심히 알아볼 수 없는 한자로 무엇인가를 순서대로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았던 사주였던지, 먼저 재물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단도 진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내가 평생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당연지사 고민 많은 사람이 사주를 보겠지만, 놀라운 것은 그 설익은 역술인이 제시한 해답이 꽤 신빙성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잘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고, 어떤 업무 스타일과 적합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대단히 신기했다.
과거 나는 사주나 점과 같은 무속(?)행위를 미신과 같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운명(運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세상은 자유의지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 것은 없으며, 실패의 원인은 모두 개인의 나약한 의지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전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내면 속에 변화시킬 수 없는 기질(氣質)과 재능(才能)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내 천복(天福)은 무엇일까?”
“평생 무엇을 가지고 밥벌이를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난 과거 내 안의 재능과 기질을 알기 위해 꽤나 고민하고, 방황했던 기억이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성격유형, 행동유형, 강점파악과 같은 검사도구의 힘을 빌리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검사도구들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훌륭한 분석도구들이다. 청사진과 같은 명쾌한 해답(解答)을 주지는 못하지만, 안개 같은 길을 헤쳐나가는 흐릿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다만 항상 고민의 최종점은 ‘밥벌이’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다. 물론 요즘 세상에 밥을 굶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결국 ‘밥벌이’의 문제는 단순한 의식주의 문제를 넘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귀착된다. 선택으로 인한 포기, 경제적 소득의 불투명성,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들. 이런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운 이미지로 중첩되기에 고민스러운 것 같다.
지난 주 생애 2번째 점(占)을 보았다. 물론 명망 높은 점쟁이의 예언을 듣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정보의 부재(不在)로 인해 나를 언제나 환대하는 길거리 점쟁이를 찾았다. 지난 사주의 시비(是非)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을 것이다. 허접한 외모와 신뢰 가지 않는 태도를 소유한 3류 점쟁이었다. 필경 역술학원에서 3개월 속성으로 공부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점쟁이에게도 과거와 같이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가 평생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이 점쟁이는 예상치 않은 질문을 받은 표정을 하더니, 한참을 ‘컴퓨터 사주’라는 두꺼운 책을 뒤졌다. 그리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알아보기 힘든 한자를 순서대로 휘갈겨 쓴 뒤,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떤 해답을 주었을까?”
놀라운 것은 지난 사주와 거의 동일한 답변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해답을 듣고 잠시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 만약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재능과 기질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언제 한 번 점(占)의 힘에 의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맹목적인 믿음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역술,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이 4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서울 압구정동에만 세련된 인테리어까지 갖춘 사주카페가 70여개를 넘고, 인터넷 역술사이트가 150개 넘고, 한 해 매출이 50억원에 달하는 사이트까지 있다고 한다. 역술인 협회는 한해‘역술산업’규모를 국내 영화산업과 맞먹는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리라.
트리나 폴러스는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한 마리의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애벌레의 상태를 포기할 수 있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애벌레가 고치를 뚫고 나오기 위해서는 인간이 수미터의 콘크리트 벽을 맨손으로 허물고 나오는 피눈물 나는 잉태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홀로서기.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홀로 걸어가는 선택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내 안의 파랑새를 찾는 길은, 나 자신을 구원해 주는 마법은 결국 ‘나 자신’ 속에 있을 테니까.
“누구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 마사 그레이엄
IP *.111.35.166
‘사주카페’.
무엇에 홀린 듯한 심정으로 그 곳을 찾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점’(店)을 보았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時)를 물어보더니, 두꺼운 역술책을 뒤졌다. 그런 후 열심히 알아볼 수 없는 한자로 무엇인가를 순서대로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았던 사주였던지, 먼저 재물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단도 진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내가 평생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당연지사 고민 많은 사람이 사주를 보겠지만, 놀라운 것은 그 설익은 역술인이 제시한 해답이 꽤 신빙성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잘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고, 어떤 업무 스타일과 적합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대단히 신기했다.
과거 나는 사주나 점과 같은 무속(?)행위를 미신과 같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운명(運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세상은 자유의지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 것은 없으며, 실패의 원인은 모두 개인의 나약한 의지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전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내면 속에 변화시킬 수 없는 기질(氣質)과 재능(才能)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내 천복(天福)은 무엇일까?”
“평생 무엇을 가지고 밥벌이를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난 과거 내 안의 재능과 기질을 알기 위해 꽤나 고민하고, 방황했던 기억이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성격유형, 행동유형, 강점파악과 같은 검사도구의 힘을 빌리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검사도구들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훌륭한 분석도구들이다. 청사진과 같은 명쾌한 해답(解答)을 주지는 못하지만, 안개 같은 길을 헤쳐나가는 흐릿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다만 항상 고민의 최종점은 ‘밥벌이’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다. 물론 요즘 세상에 밥을 굶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결국 ‘밥벌이’의 문제는 단순한 의식주의 문제를 넘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귀착된다. 선택으로 인한 포기, 경제적 소득의 불투명성,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들. 이런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운 이미지로 중첩되기에 고민스러운 것 같다.
지난 주 생애 2번째 점(占)을 보았다. 물론 명망 높은 점쟁이의 예언을 듣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정보의 부재(不在)로 인해 나를 언제나 환대하는 길거리 점쟁이를 찾았다. 지난 사주의 시비(是非)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을 것이다. 허접한 외모와 신뢰 가지 않는 태도를 소유한 3류 점쟁이었다. 필경 역술학원에서 3개월 속성으로 공부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점쟁이에게도 과거와 같이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가 평생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이 점쟁이는 예상치 않은 질문을 받은 표정을 하더니, 한참을 ‘컴퓨터 사주’라는 두꺼운 책을 뒤졌다. 그리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알아보기 힘든 한자를 순서대로 휘갈겨 쓴 뒤,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떤 해답을 주었을까?”
놀라운 것은 지난 사주와 거의 동일한 답변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해답을 듣고 잠시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 만약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재능과 기질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언제 한 번 점(占)의 힘에 의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맹목적인 믿음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역술,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이 4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서울 압구정동에만 세련된 인테리어까지 갖춘 사주카페가 70여개를 넘고, 인터넷 역술사이트가 150개 넘고, 한 해 매출이 50억원에 달하는 사이트까지 있다고 한다. 역술인 협회는 한해‘역술산업’규모를 국내 영화산업과 맞먹는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리라.
트리나 폴러스는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한 마리의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애벌레의 상태를 포기할 수 있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애벌레가 고치를 뚫고 나오기 위해서는 인간이 수미터의 콘크리트 벽을 맨손으로 허물고 나오는 피눈물 나는 잉태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홀로서기.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홀로 걸어가는 선택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내 안의 파랑새를 찾는 길은, 나 자신을 구원해 주는 마법은 결국 ‘나 자신’ 속에 있을 테니까.
“누구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 마사 그레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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