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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0일 18시 55분 등록

렇게 직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지도 5년차를 맞는다. 잠시 외도가 있었지만 이제 가정이라는 현장에 머문 지도 11년, 그려놓은 로드맵대로라면 올해부터는 그동안 갈고 닦은 필살기, 내 식으로 다시 풀자면 '가장 나다운 사랑의 기술'을 세상을 위해 내어놓을 시기가 되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시스템'을 살고 이를 필요한 이들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꿈의 씨앗은 과연 얼마나 자라있는 걸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로드맵,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완전히 잊고 살았다. 우선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어떻게든 지도 위의 행군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애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몸과 마음의 엇박자가 거듭될수록 삶이 무거워졌다.

일터를 떠나 집에 있는데도 피로감이 도무지 가시지를 않았다. 정말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난 건가? 그렇게 또 한참을 앓았다. '루저', '실패자', '낙오자' 등등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굳게 믿으며 맘껏 조롱하던 단어들이 잠시 쉴 짬도 주지 않고 나를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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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어찌어찌 아이들 학교 보내고 잠시 식탁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살짝 열어놓은 거실 창문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쉬폰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노오란 햇살에 황금색으로 변한 커튼의 움직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바람결은 또 어떻고. 살아있으니 참 좋구나! 그 순간 나는 '루저'도 '낙오자'도 아닌 온전한 생명체였다. 철들고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실업자, 만년왕초보주부, 실수투성이엄마...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다. '잘' 살고 있다고 자신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모든 것을 다 잃은 지금 느낀다면 내가 그렇게나 집착하던 '잘'은 대체 무엇을 위한 '잘'이었을까? 그냥 살아있기만 하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잘'하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어 다 놓치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잘' 살기 위해 만들었던 숨막히는 '로드맵'을 내려놓는 것인지도 몰라. 집착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냥 다 내려놓고 '살아있음'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이제야 알겠다. 스승이 새로운 삶을 위해 결별해야한다고 말한 '익숙한 것'이란 외적인 환경이 아니라 '성과중독자, 효율중독자'로서의 마음의 습관이었던 거구나.


그때부터 새로운 탐험이 시작되었다. 내게 허락된 자유시간을 앞으로 도움이 될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멋진 것, 폼나는것이 아닌 나의 지금 이순간을 충만하게 하는 것으로 채워가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의 기준에서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한 식습관과 운동습관, '부자'가 아니라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재무습관, '천직' 수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읽기와 쓰기. 프로주부를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적 일상을 꾸려가기 위한 살림살이 등등

돌이켜보면 나를 충만하게 하는 것들은 '잘'해보려고 미친 듯히 집착하다가 '잘' 안 되니 슬그머니 포기해버렸던 삶의 기본기에 다름이 아니었다. 물론 때때로 '잘'하는 것에 집중해도 시원찮을 판에 해도 티도 안나는 것들에 낭비할 시간이 어디있어? 하는 조바심이 바이러스처럼 침투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기가 쌓여갈수록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되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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