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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11시 58분 등록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인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역작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s)』. 이 책은 창조력이 뛰어났던 역사적 위인들(프로이트 등 7명)의 삶을 창조성 시각에서 조명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뭇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창조적인 인물들은 어떤 일을 했는가?’(‘창조적 인물은 왜 필요한가?’의 다른 질문), 이런 활동을 한 ‘창조적인 인물은 어떻게 탄생하고 평생에 걸쳐 어떻게 일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이런 인물을 갖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창조성 또는 창조적 인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독자층이 될 것이고, 이들 중에는 창조적 인물을 키우고자 하는 교육자, 창조적 기업을 만들어가려는 기업 경영자 및 중간관리자, 정부 혁신을 이루고 싶은 관료, 자기 아이를 창조적인 인재로 키우려는 학부모, 창조적 역량을 갖고 싶은 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포함될게다.

그럼 대한민국의 평범한 회사원인 내게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저자는 “창조적 인물”을 “어떤 분야에서 처음에는 참신하게만 여겨지지만 종국적으로는 특정한 문화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작품을 창조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83p)”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으로 그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했던 거장들을 창조적 인물로 간주하고 저자가 만든 새로운 “분석적 틀”을 이용해 그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가 보는 창조적 인물의 기준은 너무 까다롭고 거창하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에 이런 분석 틀(또는 생각하는 틀)이 꼭 창조적 거장들을 위한 분석도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일반 회사(조직)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도 책에 나온 거장들이 창조적 일을 하면서 겪는 것과 유사한 단계들, 즉 개인적인 노력, 어려운 환경 또는 좌절의 극복, 성공, 새로운 도약 등의 단계를 경험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창조적 인물의 관점을 “패러다임을 바꾼 위인”에서 조금 하향 조정하면 ‘일반(회사) 조직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창조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란 질문에 대한 흥미있는 분석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창조”란 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 창조의 사전적 정의는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사전적 정의에 충실하다면 회사(조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과업)들이 창조적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즉, 조직 내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받아들이는 일, 이제껏 없었던 혁신적인 업무 수행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실무에 적용하는 일 등도 창조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조직 생활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도 창조적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정리해 보면, 일반 회사(조직)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의 창조성은 조직에서 상시적으로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변화혁신 또는 변화경영 과정의 요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얘기하는 거장들의 창조적인 작업과는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지언정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위인전을 읽는 이유가 위대한 인물로부터 귀중한 가르침을 받으려는 목적이 듯이, 이 책의 창조적 거장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창조적 일을 수행하기 위한 열정, 부단한 노력, 이를 완수하기 위한 자기희생, 타인의 무관심과 악의에 찬 시선을 굳굳히 이겨나가는 정신력과 끈기, 일차적인 성공을 이룬 후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 내는 집념 등을 가르쳐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창조적 거장들의 창조를 위한 열정과 끈기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가지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창조성 소재 모형과 저자가 주장하는 생산적 비동기성 이론이다. 실무적인 일을 하면서 크게 구분하지 않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 모형에 입각해서 생각해 보면 훨씬 생각이 단순 명료해짐을 느낄 수 있다.

<개인(individual)-일(work)-타인(other person)> 으로 이루어진 창조성 소재 모형이 생산적 비동기성이란 작동원리에 의해 움직여 지면서 창조적인 과업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제시한 “분석적 틀”을 약간 변형해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1) 개인(또는 팀)이 어떤 업무에 대해 정통한 후에 모순적인 요소를 발견한다.
(2)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인 발상으로 탐구하여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낸다.
(3)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변의 협조(인력, 예산, 기타 지원)를 받아 이를 수행한다.
(4)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골몰한다. 이 시기에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기도 하고, 괜한 일을 벌려서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5)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자들의 반응을 관찰한다.(보상이 주어지기도 한다)
(6) 성공적으로 과업을 완수한 후 재도약을 위한 Feedback 과정에 들어간다.

이 여섯가지 단계를 수행하는 과정 중에 비동기성이 발생한다.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에 비해 개인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일이 너무 과중한 경우, 또는 과제 수행 중 타인과의 협조가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조합의 비동기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비동기성은 적절한 크기로 발생할 때 생산성을 자극하지만, 정도가 너무 커서 이에 압도되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설명이다. 업무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론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과업을 수행하는데 어려운 점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결국은 사람문제라는 게 거의 모든 경영관리자들의 결론이다. 결국 창조적 또는 혁신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개인에 대한 동기유발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 에 대해 많은 조직이 고민하고 있지만 명쾌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동기부여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주로 교육(을 통한 관심 및 흥미유발)과 (공정한 평가와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창조적인 과업을 수행하게끔 각 개인에게 근본적인 동기유발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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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에 도착했습니다. 컬럼을 시작할 때는 이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두세번 수정을 거치다 보니 그만... 여기는 삼천포, 날씨는 좋습니다. 좋은 하루 돼서요...
IP *.97.3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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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5.26 17:18:46 *.84.240.105
어쩌면 창의성이 발현되는 때는 그 행위를 통해 도달하는 목적을 잊어버릴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우엔 목적에 집착을 하다보면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잊어버릴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그리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라고 가정을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 쬐끔 더 창의적이 되기도 하더군요....

ㅎㅎㅎ 졸려서 좀 횡설수설 했습니다.
아무래도 월요일에는 졸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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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6 19:50:36 *.41.62.236


주도적이 되려면 의욕을 고취시키는 동기유발이 가장 큰 난제인데
요즘 아주 헤메고 있습니다.
현 오라버님,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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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26 19:52:30 *.244.220.254
형님의 분석적 글은 처음인데요........약간 당황!
그런데 '삼천포'는 무슨 의미입니까? 제가 약간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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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5.27 13:46:46 *.97.37.242
현정, 나도 몰입에서 창의성이 나온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뭔가에 그렇게 몰입해 산다는건, 당시에는 잘 몰라도 나중에 행복의 느낌으로 다가오지. 칙센트미하이 교수님 생각이야. 나도 동감이고.
아~함~~ 점심먹고 나니 나도 좀 졸립네, 내 말이 맞는겨? ㅎㅎ

앤 공주, 지금 잘하고 있는데, 무슨 겸손의 말씀을...
더이상 잘하면 다른 사람들 주눅드니까, 딱 지금처럼만 잘하세요. 절대 더 잘할 생각하면 안되여... 약속~~ ㅎㅎ

거암, 분석적인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는 야그야. 처음 의도된 대로 못가고 삼천포로 빠졌단 말이지.
글이란게 참 이상해. 잘 될 것 같다가도 한번 엉켜버리면 거기서 헤어나질 못하니... 그렇다고 새로 다시 쓸 시간은 없고... 시간을 정해놓고 글쓰는 작가들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
난 분석적인 글, 아니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다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이야. 논리적이면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글.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글이 그렇더군. 한번 흉내 내보려 했는데, 다음 기회를 봐야할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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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6.06 19:12:22 *.36.210.11
읽다가 누가 쓴 글인지 잊어버렸다. 거암이던가 하면서. 작가와 독자가 세트로 삼천포로 갔남? ㅎㅎㅎ

정이 많은 형이 이성적이고 질서있고 조리잡혀 깔끔하게 일목요연한 글을 좋아하는 구나. 이 과정에서 연습해 보지 않는다면 언제 하겠어요. 형 글 항상 편안하고 좋아요. 천천히 해보시며 잘 쓰는 글로 귀착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동생들을 두루 보살피며 잘 해낼 줄 몰랐어요.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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