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종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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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변화경영연구원 10기 연구원, ‘종종’으로 통하는 강종희입니다.
회사보다 살림이 어려운 23년차 워킹맘으로 지내다, 약 2달 전부터 은퇴인지 휴식인지 알 수 없는 코로나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같이 1주1글 모임을 시작하신 분 중에도 저를 모르시는 분이 계시니 그간의 사연을 공유하는 것이 도리겠지요. 그러니까 저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생면부지 부산에서 경단녀의 시절을 보내던 2014년, 재수 끝에 (2013년에도 도전했으나 꼴랑 2주 레이스 만에 떨어졌던 슬픈 기억이…^^;) 변경연에 입성하여 ‘어이없게도 국수’라는 첫 책을 냈고, 이듬해 서울살이와 직장인의 삶에 복귀하여 여전히 집보다는 회사가 편한 삶을 살다가, 딱 5년 만에 변경연의 품으로 돌아온 탕아… 인 것 같습니다.
무심히 흘러간 세월만큼 변경연 홈피에 글을 올린 기억이 까마득한지라, 실은 아이디와 비번을 잊고도 모자라 복구할 방법이 없어 결국은 새 아이디와 비번을 발급받고서야 다시 연구원 코너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고백컨데 저는 딱 그 만큼의 세월 동안 변경연 뿐 아니라 그 어떤 곳에도, 어떤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주에 한 번 다시 글을 써보자는 동기의 카톡을 받았을 때 얼씨구나 손을 들긴 했지만, 지원동기와 글의 주제를 묻는 메시지에 변변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답을 못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못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 무엇을 써야 할 지는 정하지 못했음을 실토합니다.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백수가 되었기 때문, 이라고 성의 없는 답변을 보내놓고 이보다 명확한 동기는 사실 없으므로, 백수생활에 대해 써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회사를 다니는 지난 5년 동안 저는 늘 일과 살림과 아이들의 뒤치닥거리에 쫓긴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외면했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한결 같은 저질 체력은 날 도와주지 않으니 이 이상은 무리, 라고 선을 그어 놓고 변경연에서 익힌 새벽 글쓰기나 북리뷰 같이 어렵게 붙잡은 습관을 그냥 내던져 버렸지요. 그 결과 저는 ‘제 첫 책, 어이없게도 국수를 소개합니다’라는 카톡 프로필의 글귀와 책 표지로 만든 프사를 5년 째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경연에 재벌 2세 또는 3세가 가입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으므로, 우리는 대개 생활인으로서 밥벌이에 충실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자이거나 전업주부이거나 혹은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들은 다들 일과 집 사이에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시간 속에 나만을 위한 시간, 순수한 놀이의 시간에 집중할 여유를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기계도 휴식이 없으면 탈이 난다고, 사람이 일로만 살면 고장이 납니다. 고장은 안 나더라도 본인도 모르는 새에 노잼 인간으로 찍혀서 친구들과 가족의 외면을 받게 되겠지요. 아니, 만나기만 하면 안물안궁인 본인 회사일과 알지도 못하는 상사 동료 근황(그것도 주로 험담)만 주구장창 떠드는 친구를 대체 누가 좋아라 합니까. 특히 요즘 같은 노동상실의 시대, 일자리가 점점 줄어가는 시대에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생애 포트폴리오 관리의 차원에서도 위험천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또는 게임이든 먹방이든 파티든 지 간에, 자신을 순수한 유희의 인간으로 만들어줄 무언가를 하나는 갖고 있어야, 더 이상 노동이 내 삶의 주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나의 버팀목이자 에너지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어차피 놀 거 좀 더 재미나게, 보람차게 놀아볼 요량으로 1주1글쓰기에 도전합니다. 황홀한 글감옥에 갇혀 행복했다는 조정래 선생님과 달리, 무한방학 중인 아들들과 삼시세끼의 감옥에서 허우적거리는 제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지만, 일단 무엇이든 쓰고 보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동참합니다. 함께 여행할 동지 여러분, 언젠가는 오프도 해보아요. 이 거대한 코로나 감옥에서 우리를 구해줄 새로운 길이 열리길 바라며,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책으로 이어질 여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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