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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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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1일 07시 29분 등록

그리스로마 신화에 황금사과 이야기가 나와요. 헤라가 용을 시켜 지키게 했다는... 헤라클래스의 12과업에서도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것이 포함되어있죠. 많은 황금사과 이야기 중에서도 '파리스의 심판'이 유명해요.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 거기엔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 여신에게"라고 쓰여있었어요. 결혼의 신인 헤라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서로 주인이라고 싸워요. 싸움이 끝나지 않자 결국 제우스는 트로이아의 왕자이며 목동인 파리스에게 심판을 하라고 해요. 사과를 들고 파리스는 고민을 하고, 세 여신은 각각 파리스에게서 사과를 얻기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제시해요. 아테나는 지혜를, 헤라는 부와 권력,명예를, 마지막으로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부인을 주겠다고 말이죠. 과연 파라스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사실 세 가지 모두 탐나는 것들이예요. 저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저라면 헤라를 선택했을 것같아요. 부와 권력, 명예는 일평생 인간이 가지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질투의 신이기도 한 헤라의 미움을 사는 것은 현명해보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파리스는 결국 아름다운 아내를 선택해요. 남자에게 '아름다운' 아내가 다른 것보다 갖고 싶은 것인가 봐요.


                                               파리스의 심판.jpg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1636년

그림 설명을 잠깐 하자면, 가장 오른쪽에 헤라의 상징인 공작이 보여요. 왼쪽의 아테나 뒤로는 메두사의 머리가 들어가 있는 방패가 있고, 가운데 아프로디테의 뒤로는 사랑의 신 큐피드(큐피드는 항상 작은 황금 머리칼의 소년으로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죠.)가 있어요. 파리스는 목동임을 알리는 개와 함께 있고, 옆에 황금사과를 쥐고 있는 날개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이기도 하지만 목동의 신이기도 해요. 네이버의 사이트에도 날개달린 모자가 있죠.

다시 파리스의 심판으로 돌아와서, 결국 파리스의 선택으로 이후 트로이의 전쟁이 일어나죠.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구의 미술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어요. 토마스 불핀치가 대중화에 힘쓰기위해 쉬운 버젼을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어린이용 만화책으로 만들어졌어요. 저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토마스 불핀치의 책보다 [변신이야기]를 권해요. 로마식 이름이라 낯설기는 하지만 전후맥락이 있기에 토마스 불핀치식의 뚝뚝 끊어지는 단편적이야기와는 다르죠.

그럼, 이제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으로 넘어가볼게요. 돼지책만으로도 할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오늘은 황금사과에 대한 것만 하려고 해요.

                      돼지책.jpg

[돼지책]의 한 페이지예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 엄마, 벽난로의 그림에도 아내가 있어야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흰그림만 있어요. 아내가 떠난 것을 보여주는 암시하는 거죠.


                          돼지책 2.jpg

그 이후 진짜 아빠와 아들 둘은 돼지로 바뀌고 심지어 손잡이, 단추까지 모든 것들이 돼지 이미지로 변해요. "집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라는 글이 있어요. 아이와 책을 같이 보면,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는 액자 밑에 있는 사과를 보며 "어~ 여기 사과있는데... 왜 못찾지?"해요. 여기서 사과는 먹을 게 아니라 아내를 상징하는 것이예요. 파리스가 선택한 '아내'의 사과인 거죠. 옆 페이지를 보면 문 앞에 엄마의 그림자가 보이죠. 엄마가 돌아왔다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 앤서니 브라운은 이처럼 그림의 상징을 그림책에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어떤 분은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걸 모른채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그렇다고 일일이 설명해야하냐고 묻곤 했어요. 전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어요. 사실 그림책이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오히려 이런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면 훨씬 보이는 게 많아지는 거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요.

그래서 그리스로마신화를 알면 보이는 것들이 많아져요. 상징들이 많기 때문이죠. 다음엔 또다른 그리스로마신화의 상징과 명화, 그림책을 가지고 올게요~


IP *.210.132.101

프로필 이미지
2020.07.13 17:34:09 *.120.24.231

돌아온 아내의 사과로 볼 수 있군요.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0.07.15 15:42:36 *.103.3.17

승훈선배님은 컨텐츠를 잘 잡아내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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