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어니언
  • 조회 수 112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20년 7월 12일 23시 39분 등록

(13.01.04에 발송된 구본형의 마음편지 내에 수록된 독서시입니다) 


공부는 배우고 익혀서 삶으로 이루기 위한 것이다.

공부에는 다섯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 째 단계는 좋은 책을 두루 읽는 것이다.

이것을 박학(博學) 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박학을 독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두루 널리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 번 째 단계가 자세히 묻는 것이다.

이것을 심문(審問)이라고 한다.

이때는 병든 자식을 가진 어미가 그 처방을 물을 때의 간곡함이 있어야 한다

 

자세히 물은 다음에는 깊이 생각해야한다.

이것이 세 번 째 단계로서 신사(愼思)라고 부른다.

육체가 임신을 하듯 정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잉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사유를 얻게 된다.

 

네 번 째 단계는 지식이 신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명변(明辯)이라 이른다

명백하게 분별하여 행동의 기준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명변에 이르지 못한 지식인들은 창백하다.

머리와 가슴과 팔다리가 따로 놀아

언행이 일치되지 않고

해를 입는 것을 두려워 올바른 일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므로 행동에 앞서 먼저 스스로 확고해야한다.

 

명변에 이르면 다섯 번 째 단계인 독행(篤行)으로 옮겨갈 수 있다.

오직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쳐 공부하는 동안

배움이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향기롭게 익어

좋은 삶으로 완성된다.

 

 

 다산의 문집 속에 들어 있는 '오학론이'(五學論二)를 나대로 해석하여 간단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어제 밤 미래의 1인 지식기업가를 위한 문화공간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공부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였습니다. 다산의 오학론을 근간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공부법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부디 올해의 계획을 짤 때, 진실에 진실한 작가들이 쓴 고전 열 권을 골라 한 달에 한 권씩 읽고, 나머지 두 달은 그 중 한 권을 골라 세 번 읽어 스스로 '내 인생의 이 책 한 권'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잡아보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적어도 그 책 한 권에 대해서만은 읽는 것(博學)으로 그치지 말고, 나머지 네 개의 단계를 더듬어 올라 깊이 익혀 독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어떨지요. 새해가 그대의 것이기를 바랍니다.

 

IP *.187.144.242

프로필 이미지
2020.07.13 17:42:54 *.120.24.231

사부님 글이었군요. 한 달에 한 권, 일년에 10권의 고전을 읽어 그 중 한 권을 세 벌 읽으라  하셨네요. 연구원 때처럼 매주 한 권씩 읽으라 하시지 않고요.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0.07.15 15:40:53 *.103.3.17

좋은 글입니다. 보통 '신사'까지만 가도 좋은 작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번째, 다섯번째 단계는 위인이나 성인군자의 레벨이 아닐런지... 일단은 2단계 클리어를 목표로 ㄱㄱㄱ ㅎㅎ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2 수기와 치인 [1] 불씨 2018.07.15 1135
4711 언성 히어로(Unsung Hero) [1] 불씨 2018.10.14 1136
4710 서평 -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3] 종종걸음 2020.06.22 1136
4709 출간기획안_임산부를 위한 인문학 [2] 콩두 2020.07.13 1139
4708 글쓰기의 어려움 [5] 박혜홍 2018.06.04 1140
4707 11월 오프수업 후기 ggumdream 2017.11.21 1142
4706 모든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정승훈 2020.03.06 1142
4705 『행복의 정복』_행복이 당신 곁에 머물게 하라 [6] 어니언 2020.06.22 1142
4704 또 다시 칼럼 #19 형사조정이 뭐예요? file 정승훈 2018.09.09 1144
4703 불혹, 그 흔들림이 없는 길에 대해 [2] 불씨 2018.11.03 1144
4702 #17 오늘부터 1일_이수정 [10] 알로하 2017.09.04 1146
4701 또 다시 칼럼 #32 수강명령으로 진행한 집단상담 첫 날 정승훈 2019.01.14 1150
4700 #33 역마살 [1] 불씨 2019.01.12 1156
4699 첫 글 [2] 콩두 2020.07.06 1159
4698 #34 환상속의 '하면 된다' [1] 불씨 2019.01.27 1160
4697 어쩌다 남중생 수업풍경- 장난이 서로에게 상처로 [2] 지그미 오 2020.08.23 1163
4696 지렁이에게서 날개 돋다 [5] 박혜홍 2018.04.10 1167
4695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독서시) [6] 어니언 2020.05.31 1170
4694 2월 오프수업 후기 - 책이냐? 글이냐? file 불씨 2019.02.17 1172
4693 판타지 그림책을 아시나요? file [5] 정승훈 2020.06.12 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