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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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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7일 01시 18분 등록


글리's 용기충전소

랜선시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랜선 원시인'을 아시나요?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만든 말이거든요. ㅎㅎ 랜선원시인은 디지털에 적응하는 대신 가능한 한 아날로그에 머무르려고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바로 저 같은 사람이죠. 저는 기계에는 관심이 1도 없고, 얼리어답터보다 라스트어답터를 지향합니다. SNS는 계정만 있고, 뭐든 직접 만나고 경험하는 걸 훨씬 선호하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이 점점 온라인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여행하며 실감했습니다.  

처음 해외여행을 한 게 2003년이었습니다. 당시 여행자 필수품이 무거운 가이드북이었습니다. 여행하자면 정보가 필요했고, 그 정보를 담은 게 그 책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행자에게 듣는 것만큼 생생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여행자 숙소에 가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하느라고 늘 왁자지껄했습니다. 그땐 SNS가 없어서 연락하기 위해 서로 이메일과 집주소를 주고받았습니다. '소셜미디어'란 용어 자체가 2004년에야 나왔으니 그럴만도 했죠.

그러다 2012년에 다시 한번 세계를 여행하게 됐습니다. 그땐 아이폰이 보급된 뒤였고,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도 모두 등장한 때였습니다. 여전히 많은 여행자가 가이드북을 가지고 다녔지만, 무거운 책 대신 PDF 형태로 가지고 다니는 여행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여행자 숙소 풍경도 바뀌었죠. 예전같으면 서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음 여행계획을 짰을 텐데, 이즈음 되면 다들 아이폰으로 조용히 검색하면서 여행계획을 짜게 됩니다. 어떨 땐 다들 인터넷 검색하느라고 바빠서,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메일이 아니라,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고 메신저로 대화하게 되죠.

그 후, 디지털의 발전이 급속화되며 여행지의 풍경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이젠 가이드북 자체를 가지고 다니는 여행자가 드물고 대신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합니다. 누구에게 뭘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해졌죠. 그리고 여행자만이 아니라, 노트북 하나로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도 많아졌습니다. 현재 전세계 SNS 이용자수는 35억명, 인구 절반이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직접 만나고 부대끼는 경험을 좋아하는 저로선, 대면하지 않고 관계 맺는 방식이 영 탐탁치 않았어요. 때문에 가능한 온라인방식은 피하려고 애썼고, 그게 어느 정도는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코로나19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몇달이면 끝나겠지, 했지만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세상이 온라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재택근무는 기본이고, 부동산 중개소에서는 온라인으로 집을 보여주고, 컨퍼런스나 강의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얼마전엔 '온라인 랜선투어' 여행상품도 나왔습니다. 베테랑 가이드가 현지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여행지를 소개하는 겁니다. 기가 차죠. BTS  콘서트도 온라인으로 열리는 판입니다.

이런 형국에, 제 사정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강의는 모조리 취소되고, 이젠 온라인 강의 문의가 들어옵니다. 팀미팅도 화상으로 진행합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는 이같은 온라인 방식은 보조재였지, 필수재는 아니었습니다. 안 할 수 있으면 안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온라인은 좋고 싫다는 기호가 통하지 않는, '그냥 해야 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소한 트렌드라면 개인 취향으로 무시할 수 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 트렌드는 개인이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다들 철기를 쓰는데 나만 석기를 쓰고 있으면 그건 뒤처지는게 아니라 생존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그런 건 닥치고 따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요새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법, 유튜브 영상 제작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이걸 지금에서야 하다니, 정말 라스트어답터 답지 않습니까? ㅎㅎㅎ 피할 수 있을 때까지 온라인을 피해온 사람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기억할 건 이거 하나인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래서 온라인을 피하지 않고 즐기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랜선 북토크'를 기획했습니다.  처음이니 일단은 작게 시작해볼 작정입니다. 5~6명의 독자를 모시고 아닌 밤중에 인생모험 북토크를 좀 해보려고요. 랜선이니 지역, 국가 상관없겠네요. 랜선 원시인의 첫 번째 랜선 프로젝트, <인생모험 랜선북토크>에 지구인 여러분을 모십니다. 관심있는 분은 아래링크를 참조해주세요 :)

☞ 인생모험 랜선북토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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